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23   1778

<파병반대의 논리> 다국적군은 평화유지군이 아니다.

각계전문가와 세계지성이 말하는 이라크 파병반대의 논리

이라크 재파병문제로 국론이 혼란스럽다. 누가 뭐래도 이번 재파병은 정치적, 도덕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명분과 실리가 매우 미흡하다. 그런데 이처럼 재파병 반대론이 있는 반면, 파병찬성론은 국익을 위해서 무조건 조기파병을 주장한다. 파병론과 반대론을 흑백으로 단순하게 나눌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중간에 다양한 시각도 존재한다.

한 예로 파병 반대론 가운데서도 UN결의가 있으면 파병해도 좋다는 유연한 입장이 있다. 그러면 이라크전은 UN 결의만 있으면 무조건 파병해도 되는 전쟁인가? 여기에는 파병과 UN결의와는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유엔헌장은 침략전쟁을 부인한다

모든 개별국가는 UN헌장(제2조 3항)에서 국제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할 의무를 진다. 개별국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단독으로 타국에 대해 무력위협 및 무력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제2조 4항). 다만 여기에는 3가지 예외가 있는데, 하나는 UN 헌장 제51조 자위권 행사, 두 번째는 헌장 제53조와 107조의 2차대전시 舊敵國관계에 있는 나라에 대한 특별 조항 해당, 셋째는 상대국가가 무력위협, 무력사용 및 침략행위에 해당하는 군사행동을 감행하는 경우, 헌장 제39-43조에 의한 강제조치를 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이라크에서의 군사행위는 위의 3가지 예외사유에 해당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의 이라크에서의 군사행위는 명백한 군사적 침략행위이다. 위의 예외사유에 어디에도 적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미국의 이라크에서의 군사행위는 자위권행사도 아니고, 헌장 제53조와 107조의 舊敵國조항 적용대상도 아니고, 이락이 미국에 대해 무력사용,위협 및 침략행위를 감행함으로써 UN이 취한 강제제제의 일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서 내건 4가지 명분, △이라크의 테러리즘과의 연계, △대량살상무기 생산 및 수출, △후세인 정권하에 있는 국민들의 인권보호, △2002년 11월 UN 안보리 결의 1441호 위반(주1) 등도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이라크는 9.11테러리즘과 무관하고, 대량살상무기도 없으며, 이라크체제의 비민주성과 국민인권침해에 대한 군사적 행동은 부적절하며, UN 안보리 1441호 결의와도 무관한 것 등으로 밝혀졌다.

(주1 : 미국은 불법침공 문제가 쟁점이 되자 유엔 안보리 결의안 1441호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결의안 1441호는 이라크에 대한 무기사찰 재개를 요지로 하는 결의문이다. 미국은 이라크가 무기사찰에 협조하지 않았고 대량살상무기 의혹이 있으므로 1441호 위반에 해당돼 군사행동이 가능하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1441호 결의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해체 불이행에 따른 무력침공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전쟁을 위해서는 별도의 안보리 결의를 필요로 하지만 미국은 안보리 결의 없이 전쟁을 시작하였다. )

미국의 이라크군사행위는 처음부터 침략행위이므로 UN은 미국의 군사행동을 비판하는 제제결의를 우선 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힘의 논리에 따라 미국을 의식하여 이라크전 발발초기에 UN은 그 동안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미국도 UN 결의를 얻으려고 하지 않았다.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력에 의해 이라크전쟁이 조기에 겉으로는 끝났지만, 점령군 미군에 대해 이라크인들은 너무 실망한 나머지 사실상 이라크시민군을 조직하여 미군점령군에 강하게 저항하여 현재 이라크는 사실상 전투상황에 놓여 있다.

이라크전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는 물론이고 지지국인 영국 뿐만아니라 미국에서도 정치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부시정권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여 이라크전에 대한 책임분산을 위하여 만만한 인도, 터키, 파키스탄을 비롯하여 이제는 UN까지 끌어 들여 이 전쟁의 정당성확보와 책임분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엔결의안 통과가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16일 유엔안보리에서 이라크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그렇지만 이 결의안이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략이 국제법상 합법적인 행위였음을 추인해주는 결의안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 영국 그리고 스페인에 의해 발의된 다국적군 파견에 대한 UN 안보리 결의안의 골자는 전쟁 이후, 이라크 국민들에게 주권을 넘기는 과정에 대한 결의문이고 정치적 권한 이행과정에 필요한 “치안유지”에 대한 결의문일 뿐이다.

이 결의안 과정에서 실제로 UN 사무총장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은 미국점령군이 조속히 이라크나 UN 에게 모든 권한을 이양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은 여러차례에 걸친 수정안을 제출하면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거나 점령군의 성격을 변화시킬만한 의미있는 수정을 가하지 않았다. 다만 통과된 마지막 수정안에서 2003년 12월까지 이라크헌법 제정 및 총선에 대한 일정을 제시하고, 이 후 과정에서 유엔 사무총장등의 역할을 인정한다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언급이 삽입되었을 뿐이다. 다국적군의 주둔에 대해서도 1년 후 치안상황에 대한 유엔에 보고하고, 이라크에 유엔이 인정하는 대의정부가 구성되면 철수한다는 막연한 일정만이 제시되었을 뿐이다. 이 결의안이 유엔을 통과한 것은 유럽의 나라들이 미국의 회유책과 형식적 제스쳐에 타협했기 때문이지 점령군의 침략적 성격이 변화할 만한 구체적 변화가 있어서가 아니다.

다국적군은 점령군의 연장, 평화유지군과 달라

– 유엔의 공식 요청 여부도 따져봐야

원래 UN 평화유지군(PKO)은 UN안보리의 권고결의와 UN 총회의 결의 하에 근거하여 구성되어진다. 만약에 UN안보리와 총회의 결의를 얻은 후에 UN이 공식적으로 한국정부에 문서로 이락 재파병을 접수하면 UN회원국으로서 한국은 원칙적으로 이를 따라야 한다. UN 결의에 따라 구성되는 군대는 다국적군이 아니고 평화유지군이다. 평화유지군은 미국과 전혀 관계없다. 평화유지군의 주요임무는 분쟁지역의 중간에 들어가, 질서를 유지하고 협정위반 등 분쟁 현장을 감시하는 등 현상유지가 주요 임무이고, 자위권을 제외하고는 강제군사조치를 할 수 없다. 비용도 UN이 부담한다. 파견 시에는 접수국인 이라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한국은 소말리아에 UN의 공식 요청을 받고 UN의 부담 하에 비전투병인 PKO를 파견한 바 있다.

이렇듯 UN 결의만 있다고 무조건 파병해서는 안된다. 진정한 국제평화에 이바지하지 못하는 부당한 UN결의에 대해서는 거절할 수도 있다. UN결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고 권고적 효력밖에 없다.

우리가 UN결의로 파견하는 경우에는 UN의 공식요청, 파견군의 임무와 명분, 의료진을 비롯한 순수한 비전투병 파병 가능성, 파병비용의 UN분담, 파병지의 위험도 등을 충분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대 학장/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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