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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병반대논리
  • 2003.10.23
  • 1292

각계전문가와 세계지성이 말하는 이라크 파병반대의 논리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라가 명분을 가지고 통치되고 있다면, 가난과 헐벗음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러나 통치가 명분을 잃었다면, 도리어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 H. D. 소로우, 시민불복종 (1849)

이라크파병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 사회가 민주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경험하면서 직면하게 된 정체성(또는 국가이미지) 재정립의 과정에서 겪고 있는 고민과 혼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파병 논란의 내부 경계선은 현실과 이상, 실리와 명분으로 재단할 수 없다. 진정한 현실주의는 미래에 대한 전망 여기에는 자연히 이상주의적 전망도 포함되지 않을 수 없다 에 기초해서 현재의 정책을 평가하고, 변화하는 현실에서 주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이념지향과 가치판단에 주목한다.

시민참여와 국익

미국의 파병 요청에 따르거나 따르지 않거나 간에, 파병과 관련한 정책결정은 한국 사회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일차적으로 파병과 관련한 국민여론의 수렴 및 정책결정과정이 우리 사회의 발전 수준에 걸맞게 민주적이고도 합리적으로 진행되도록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잘못된 논의 과정은 정책결정이 무엇이냐에 상관없이 우리사회 내부에서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국민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결정이 내려질 경우, 정책집행을 뒷받침할 사회적 합의와 지원체계가 충분하지 않아 어려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1세기를 시민사회의 시대라고 할 때, 외교에서도 정부차원의 외교에 못지 않게 시민사회차원의 외교가 중요하다. 시민사회가 국가의 주요한 외교 안보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현재 파병과 관련한 논의과정에서 강조되고 있는 국익론(안보차원의 국익과 경제차원의 국익을 강조하는 주장; 이러한 주장이 내세우는 현실적 국익으로는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한반도의 군사적 안정 유지, 국가신인도 등과 관련한 경제 불안 해소, 석유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와 이라크재건사업 참여를 통한 이득 확보 등이 있음)은 국익의 정의에서 매우 편협하고 편향된 관점을 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나타날 국익의 계산에서 과장되거나 왜곡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세계화시대 국제사회에서 국익은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국익의 계산에서 단기적 차원과 중장기적 차원도 구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미군사동맹이나 한미관계를 국익 평가의 중심에 놓고 내리는 정책판단은 자칫 잘못하면 국제질서와 한반도질서의 변화로부터 동떨어질 수도 있다.

쟁점 Ⅰ - 이라크 내부의 정황

이라크 내부 정황은 파병 여부 자체를 결정할 핵심 변수이며, 파병의 형식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전술적 요인이다. 대부분의 논의가 인정하고 있듯이, 이라크 내부 정세는 한국군이 파병되었을 때 해야 할 임무와 파병의 규모와 관련해서 주요한 변수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조사단이 파견되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우리가 일차적으로 주목해야 할 정세는 단순히 치안의 상태나 위험성의 정도가 아니다. 이라크 내부의 정치적 상황, 미군에 대한 이라크인의 태도, 미국의 이라크점령정책의 기본 방향 및 구체적 계획 등이다. 이에 따라 한국군의 2차 파병(현 단계에서는 보병의 파병)이 갖는 국제정치적 의미가 결정되고, 나아가 한국군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태도도 결정된다.

(주 : 이 점에서 많은 이들이 강조하고 있는 유엔결의가 주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주의해야 할 것은, 아래에서 다시 강조하겠지만, 이라크 내부 정황과 관련하여 유엔결의 자체보다도 유엔결의의 구체적 내용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

현재 이라크 내부 정황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라크인들의 미군 및 동맹군에 대한 태도가 '원하지 않는 점령군에 대한 반감'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대이라크전쟁은 사담 후세인 정권에 대한 공격 차원을 넘어 이라크 점령전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라크인들의 미국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 확산은 이라크 민심의 동요를 가져오고 미군의 지역장악력을 한계에 봉착하도록 만드는 기본 요인이다.

더욱이 미국은 이라크 민주화 및 재건과 관련하여 확실한 일정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합 임시행정처(CPA)와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이라크 내 반(反)후세인 종파 정파들조차 미군 및 동맹군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라크 내부에서 실업, 물자부족, 치안 부재 등 경제 사회 문제가 악화되면 악화될수록 이러한 경향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라크 내부에는 다양한 종류의 내부 분쟁 요인들이 존재한다. 두 가지만 언급하더라도 종파 갈등과 쿠르드족 자치 문제가 있다. 이라크의 정치적 안정은 중동 지역의 안정과 직결되어 있으며, 바로 이 때문에 미국이 사담 후세인 정권에 대해 10년 넘게 지지를 표명하였다. 최근 터키의 군대 파견에 대해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와 쿠르드족 모두가 반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반발의 핵심에는 쿠르드족의 독립 또는 자치의 문제가 놓여 있다. 만일 한국군이 이라크 북부 지역인 모술에 파병될 경우 한국군이 필연적으로 쿠르드자유민주주의회의(KADEK)와 군사적 충돌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연 한국군이 예상되는 이라크 내분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치적 판단도 없이 단순히 군사적 상황판단만으로 파병 문제를 결정하려고 한다면, 이는 완전히 전도된, 따라서 잘못된 결정이 내려질 수밖에 없는 정책결정과정이 될 것이다.

최근 이라크 현지조사단의 조사는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정보의 부정확성의 차원에서만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조사해야 할 것을 조사의 대상에 넣지 않거나 충분히 조사하도록 준비하지 않은 잘못된 실행계획에 기초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조사결과에 대한 예단을 미리 가지고 시작되었다는, 따라서 조사결과의 조작이 의심받을 수 있는 한계를 이미 안고 있었다. 앞으로 새로이 추진될 조사는 조사계획에서부터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이라크에 대한 현지 조사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정책에 대한 충분한 검토 위에서, 현지의 다양한 정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쟁점 Ⅱ - 미국의 세계전략과 내부 동향

파병과 관련한 많은 논의들 특히 찬성 경향의 논의들 은 부시 정부의 파병요청 자체가 갖는 현실적 배경에 대한 분석도 충분하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일 세계패권국가로서 미국이 행사할 수 있는 압력만을 강조한다. 탈냉전 세계질서에서 미국이 유일 패권국가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라크전쟁과 관련한 미국의 정책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일방주의와 선제공격전략은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태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함으로써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부시 정부는 동맹국들에게 전투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군대를 보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미 지적했듯이 파병의 요청은 미국의 세계전략, 특히 네오콘의 전략이 위기에 직면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부시 정부의 세계전략이 지속될 수 있는가를 검토해야만 한다. 먼저 미국의 국력은 세계차원의 패권유지 확산전략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가. 이라크전쟁 시작 이전에 이미 외교적 차원의 한계는 드러났으며, 현재는 군사적 차원의 한계조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만간 경제적 차원의 한계가 드러날 것도 분명하다. 패권적 지배의 물적 한계가 분명해질수록 미국은 패권적 지배의 다른 측면인 외교적 차원의 협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성 없는 패권은 오래가지 못한다. 미국 신보수주의자들의 세계관은 현실적 기반을 상실하고 있는 중이다.

패권유지 확산전략의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한계는 미국 내부의 지지여론 축소에 있다. 종종 잊어버리고 있지만 부시 정부는 미국 내 다양한 정치세력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부시 정부 내부에서조차 패권전략은 다양한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 군사우선주의(부시 방식의 선군사상)와 선제공격전략을 결합한 네오콘의 세계전략은 현재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에 직면해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하락국면에 놓여있다. 부시 정부의 패권유지 확산전략은 조만간 수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라크 점령정책의 변화가 아마 그 시작이 될 것이다.

한국의 이라크파병 관련 정책결정은 부시 정부, 나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의 예상되는 세계전략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미국 내부에서 세계전략의 변화를 요구하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압력도 증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소극적인 형태로나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라크파병 문제는 한국 정부가 앞으로 취할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쟁점 Ⅲ - 국가이익 1: 안보

한국의 군사안보에서 기본축인 한미군사동맹은 고정불변의 질서가 아니다. 시작에서부터 갈등을 내포하고 있던 한미군사동맹은 지난 반세기 동안 꾸준히 변화해 왔다.

이러한 도전은 일차적으로 인식의 차원에서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시민사회의 의식 변화이다. 현재 이라크파병 문제와 관련하여 주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안보 차원의 우려와 그에 대한 반대는 이러한 의식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군사안보 차원에서 이라크파병과 관련한 논란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으며, 두 부분 모두에서 파병을 주장하는 논지가 우세하다.

첫째,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북 미 갈등이 한 미 공조에 기초하여 해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파병요청 거절은 미국 내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켜 북 미 갈등이 심화되고 한반도 안보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논지는 미국이 이라크 사태와 북 미 갈등 모두에서 핵심 행위자이며 두 문제 모두를 동일한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논리는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북 미 갈등이 근본 성격에서 이라크 사태와 다르며 파병과 북 미 갈등 해결이 직접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물론 세계 유일패권국이자 동맹에서 강자인 미국이 파병 거부의 경우 한국에 대해 감정상의 대응을 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를 따져보면 오히려 한국의 파병이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을 정당화하는 국제적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국제사회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결국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경정책도 거부할 수 없게 되는 자가당착에 한국을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파병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주한 미군을 이라크에 배치할 것이라는 주장은 한미동맹의 기본 성격과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나온 잘못된 추론에 불과하다.

둘째, 한국의 파병 거부가 한미군사동맹을 약화시킴으로써 중장기적으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한국의 대북억지력과 전반적인 군사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한 미간에 논의되고 있는 주한 미군 재배치 문제가 근본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한국의 안보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논지는 일면 타당성을 지닌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동안 잘못 인식된 한미군사동맹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에 불과하다. 한미동맹은 근본적으로 두 측면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군사적 차원에서 안보 동맹이며, 다른 하나는 문명적 차원에서 가치 동맹(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또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동맹)이다. 이러한 이중적 동맹으로서 한미동맹은 비대칭성과 불균등성에도 불구하고 쉽게 깨어질 수 없는 동맹이다. 군사적 차원에서 검토하더라도 한미군사동맹은 지역 차원의 동맹이 아니라 양국 차원의 동맹에 불과하며, 따라서 이라크파병을 상호방위조약의 정신에 따라 요구할 수도 없다. 결국 파병 거부가 한미군사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추론은 지나친 예단일 뿐이다.

이 두 가지 논지를 검토하면서 깨닫게 되는 점은 한반도 안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그리고 한미군사동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안보전략은 미국의 안보전략을 일차적 고려요인으로 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한국의 안보전략을 미국의 패권전략에 종속시켜야 한다는 점을 그리고 미국식 군사전략을 한국 국방전략의 금과옥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의미하지 않는다.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북 미 갈등,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동북아 안보협력체제 구축 등과 관련하여, 한국 자체의 전망과 계획을 가져야만 한다. 바로 이것이 지난 50 년간 유지되어온 한미동맹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이자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성과를 안보 차원으로까지 확산하는 길이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전통적인 군사중심의 안보 개념이 포괄적 안보 개념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더욱더 현실적이라고 하겠다. 사실 한국이 1980년대 후반부터 추구해 온 국방 개념 및 전략의 변화는 바로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 기초해 있는 것이 아닐까.

(주 : 안보 차원에서 파병이 한국군에게 실전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는 주장은 두 가지 함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현대전이 과연 실전경험을 필요로 하는가 하는 점과 이라크에서 과연 원하는 형태의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게다가 실전경험을 필요로 한다면 파병 결정을 내리는 데에서 모술 지역의 안전을 검토해볼 필요도 없다. 파병 결정 이후에 훈련을 위해 상황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일부 논자들이 주장하듯이 모술 지역의 치안이 유지되고 있다면 보병의 파병 자체가 무의미하다. 둘째는 실제로 한국군의 실전경험이 가능하다면 이는 북한군의 대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이다. 한반도에서 이미 군사적 열세에 놓여 있는 북한군에게 한국군의 이라크파병은 전력 차원의 불균형 심화를 의미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비대칭적 무기의 개발과 군사력의 전진 배치를 강화할 수도 있다.)

쟁점 Ⅳ - 국가이익 2: 경제

안보 불안은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첫 번째 요인들 중의 하나이다. 파병 거부 한미동맹 약화 북 미 갈등 심화 또는 미국의 대한반도 안보 공약 철회 한반도 안보 불안 증대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 저하, 이러한 논리가 파병을 주장하는 주요한 논지들 중의 하나이다. 사실 북한핵문제로 인한 북 미 갈등의 경우에도 전쟁 발발 자체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한반도 안보 불안이 곧바로 남한 경제의 불안으로 연결되어 사회 혼란이 남한 내부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데에 있다. 전쟁 이전에 한국은 최악의 위기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논지는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 특히 미국에 대한 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시장경제 자체가 사회심리학적 기초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분명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닥친 경제위기는 이미 우리에게 생생한 기억을 남겨 놓았다.

이러한 논지는 우리 사회에서 거의 무의식적 신념이나 그 자체로 이미 증명이 불필요한 진리에 가깝다고 인정받고 있지만, 그 때문에 역설적으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먼저 국민경제의 양적인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사실 자체가 국민경제의 취약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경제위기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했듯이 한국 경제의 허약성은 높은 대외의존도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구조적 한계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철저한 구조개혁과 경제제도 개선이 한국 경제의 핵심 과제로 대두되었다. 물론 대외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핵심 무역상대국이 압박을 가한다면 대외신인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점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한국 경제의 장래를 위해 이제는 대외경제관계의 구성을 바꾸어 나가야 할 때가 되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아래 <표 1> 참조).

<표 1> 한국의 대미, 대중동 수출입 의존도 (단위: 억달러,%; 출처: 한국무역협회)

연도수출입 총계미국중동
수출수입수출수입수출수입
20001,722.71,604.83,327.5376.1292.1668.575.9257.9333.8
    21.818.220.14.416.110.0
20011,504.41,411.02,915.4312.1223.8535.971.4233.9305.3
    20.715.918.44.716.610.5
20021,624.71,521.33,146.0327.8230.1557.975.0208.8283.8
    20.215.117.74.613.79.0
2003. 81,199.71,142.62,342.3210.8164.3375.155.5176.0231.5
    17.614.416.04.615.49.9


다음으로 최근 한반도의 안보 정세는 한미동맹 자체보다는 남북관계 현황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진전, 특히 최근 북한의 경제개혁 개방조치와 남북 철도 도로 연결은 한반도 안보 상황의 개선에서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02년 10월 이후 2차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북 미 갈등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대외신인도가 악화되지 않았으며 또한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 회담이 중국과 남한의 노력으로 개최되었다는 사실은 앞으로 한반도의 안보 정세가 당분간 비관적이지 않을 것임을 잘 보여준다. 국제정치에 대한 냉정한 계산에 따른다면, 이라크 사태의 지속은 당분간 북한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남북관계의 동향이 한반도 안보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일차 변수가 될 것이다.

더욱이 파병을 통해 한반도의 안보 정세를 안정화시키고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높이려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약간의 효과를 거둘지 모르지만, (주: 하지만 지난 3~4월 1차 파병 결정이 한국의 대외신인도 상승 또는 안정화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는 사실상 평가하기가 불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주장하듯이 한 국가의 신용등급은 어떤 개별적인 사건보다는 경제의 전반적 특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의 군사안보와 경제안보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현재 21세기 국가전략과 관련하여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병 문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선택은 한국 사회의 발전 방향을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에 해당하는 것이다.

경제적 국익의 관점에서 제기되는 파병 찬성 논지 중의 하나는 석유자원의 확보와 이라크 재건사업에 대한 참여이지만, 이러한 논지 역시 근거가 희박하다. 석유자원의 확보라는 논지에 대해서는 한국이 이미 오래 전부터 에너지자원의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라크파병이 석유자원의 확보를 결코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정도로만 해 두겠다.

또한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가 갖는 경제적 효과와 관련해서는 한국 경제에서 해외건설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너무나 감소하였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정도로만 해 두겠다. 1980년대 초반 해외건설공사의 규모는 수출의 규모에 비교할 때 60% 전후에 달하였으며, 그 중에서 중동지역 건설 수주가 90% 전후를 차지하였다. 2000년대 들어 이 수치는 각각 3% 전후, 60% 전후이다. 한국 경제에서 해외건설공사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동지역 건설공사가 차지하는 비중 자체도 감소한 것이다. 오히려 위의 표에서 보듯이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 자체가 갖는 경제적 비중이 더 크다고 하겠다.

쟁점 Ⅴ - 명분 또는 정당화

파병에 찬성하는 주장들도 이제는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 자체가 명분을 상실하였음을 그리고 한국의 이라크파병 역시 명분 차원에서는 근거가 부족함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명분에 관한 논의는 전문가들의 논의에서는 사족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오히려 '실익을 위한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자신의 양심을 속일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가 쟁점이 되기도 한다.

(주 : 사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살상할 때 파괴되지 않는 양심이란 없다." 민변 참여연대, "파병결정취소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기자회견문(2003. 4. 3).)

하지만 파병과 관련한 논의에서 여전히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정당성의 문제이다. '자위권의 예외'(유엔 헌장 51조)나 '집단안보체제의 원칙'(41조, 42조)에 속하지 않는 전쟁에 참여할 때, 그것도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평화주의와 침략전쟁 부인의 정신(전문, 5조)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강조하는 평화동맹의 정신(전문)을 위배하면서까지 파병을 할 때, 파병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정당화되지 못하는 행위로 실익을 얻는 행위가 한 국가의 질서유지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미리 이야기할 수 없다.

현 단계에서 많은 논의들이 주목하고 있는 유엔 결의는 그 자체로 파병을 정당화시켜 주지는 못한다. 유일 패권국가인 미국이 유엔에 대해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부분의 강대국들은 이라크 문제와 관련하여 일종의 흥정을 벌이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유엔 결의가 통과되더라도, 결의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라크 민주화와 재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고 있는가, 이라크 민중을 정치적 주체로 설정하고 있는가, 국제사회의 역할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담고 있는가, 이러한 내용들이 반드시 검토되어야만 한다. 결의안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파병 여부와 파병의 형식 및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더 바람직한 일은 이제 경제규모 면에서 세계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좀더 적극적으로 이라크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국은 평화통일을 주도하고 동북아 협력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정체성을 세워나가게 될 것이다.

이라크 파병, 명분 없고 실리도 희박

- 현재 이익은 불확실, 미래 얻게될 것은 확실한 손실

이라크파병은 명분이 없는 일이며, 실리 차원에서도 근거가 희박하다. 현재의 이익은 불확실하며, 미래에 얻게 될 것은 분명 손실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불확실한 이익을 위해 명분을 버리고 게다가 미래의 손실을 자초하는 행위는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국가의 선택이 신중해야만 한다면, 파병을 조심스럽게 피해가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 현실주의는 종종 정책결정과정에서 확실성과 안전성을 주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파병을 주장하는 많은 현실주의자들이 막상 매우 불확실하고 위험해 보이는 정책을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종종 현실주의자는 변화하는 현실이 아니라 자신의 관념 속에 남아 있는 과거에 의존한다.

이제 파병 논의와 관련하여 몇 가지 단편적 지적을 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먼저 파병 논의가 지나치게 단순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파병의 형태, 파병의 조건 등에 대한 논의가 좀더 치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한 대안들이 논의되어야만 한다. 미국이 요청한 파병방식만을 놓고 파병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정책담당자들의 직무유기에 가깝다.

다음으로 파병 논의 자체가 진행되는 방식도 매우 비민주적이다. 정부의 정보 공개가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론 조작과 정보 왜곡의 위험성조차 지적되고 있다. 국가안보, 심지어 군사안보와 관련한 정책이 전통적인 기밀주의나 '전문가주의'에 따라 결정되던 시대는 지나갔다. 범국민적 차원의 논의를 위해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끝으로 파병 논의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미래에 대한 책임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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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병은 해야한다.
    이라크 추가 파병문제에 대하여 개인이나 소속 단체의 입장에 따라서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있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게될 위상과도 관계가 있는 중요한 사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현대의 국제 사회는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처럼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군사적으로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서로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옛날 농업중심의 사회처럼 자급자족에 의존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거대한 국제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는 미국이며 이라크 파병은 바로 이 미국의 요청입니다. 파병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첫째 명분이 없으며 둘째 그곳이 실제적인 전투지역이기 때문에 우리 병사들의 희생이 뻔하다는 것 등등입니다. 물론 이러한 의견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사이래로 이 세상에 범 우주적인 정의나 전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정의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다시말하자면 자국의 이익이 곧 그 나라의 정의인 것입니다. 명분이라는 것은 말 글대로 명분일 뿐입니다. 추가 파병 목적은 얼마든지 그럴둣하게 만들어 낼 수있습니다. 차안유지 나 재건을 돕기위함등으로 말입니다. 문제는 국익의 우선입니다. 혹자는 주장합니다. 추가 파병이 국익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엄청난 영향력를 가진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을 때의 불이익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미국과 긴말한 군사적 공조는 곧 한반도의 긴장과도 말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실리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향후 우리나라의 개인국민소득이 2만불 또는 그 이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미국의 태클에 의해서 4천내지 5천불로 추락하는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의 차기 집권당의 방향에 따라서 이라크 문제에 변화가 온다면 당연히 그에 따라서 조치를 취해야 겠지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아직은 영향력이 있는 강대국이 아닙니다. 어쩔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추가 파병시 우려되는 우리병사들의 희생문제입니다. 이유없는 병사들의 희생을 그 누구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십시오. 설사 우리 병사가 5백명이나 천명이 희생되더라도 우리나라의 개인국민 소득이 2만불 또는 그 이상 끌어 올리는데 기여한다면 필요한 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4천5백만 우리 국민의 발전과 경제를 위하여 병사들의 희생이 밑거름이 될 수있다면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군대의 존재 이유는 철저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에서 사춘기의 감상적인 도덕을 앞세우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처해나가는 이성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하게 경제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강대국이 된다음에 비로소 전 세계를 향하여 평화와 정의를 말합시다. 힘이 전제되지 않은 정의는 무기력하며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파병을 반대 하시는 여러분 다시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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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해서 해야 하는가?
    우리가 미국의 인형인가요? 어떻게 명분이 없죠? 착각하시는것 같은데 "부시=미국"이라는 등식은 절대로 성립 안합니다. 월스트리트 등 부시 반대파가 얼마나 많은데...중동은 이슬람교로 뭉쳐있는데, 우리가 파병을 하면 중동이라는 미국보다 더 큰 시장을 잃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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