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01   1186

[성명] 한승주 주미대사를 즉각 경질 촉구

한국의 대사인지, 미국 국무부의 외교당국자인지 의심스러워

1. 한승주 주미 한국대사가 어제(30일)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문제에 대해 어떤 대가를 약속받고 하기보다는 조건을 내걸지 않고 파병해야 한다는 ‘무조건 파병론’를 펼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승주 대사는 국회 통외통위 국감장에서 “지난번 공병대와 의료부대를 파견때보다 이번 이라크 추가 파병은 몇 배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협상에서 약속받고 주고 받는 형식의 태도를 취하는 편이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가 이라크전에 병력을 파견했을 때 조건을 내세우지 않았지만 그 효과는 조건을 내세웠을 때보다 더 컸다”면서 “우리가 조건없이 이라크에 파병한다 해도 음으로 양으로 도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아무런 조건없이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2. 우선 발언내용은 논외로 하더라도 고위 외교 책임자가 정부 방침도 정해지지 않는 사안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명분으로 개인의견을 밝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신이다. 외교 당국자에게 개인적 의견이란 있을 수 없다. 또 정부의 방침이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전까지는 단정적 입장이나 결론을 표명해서도 안 된다는 것은 기본적인 외교 상식이다.

외교부 장관까지 지낸 분이기에 본인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안은 국가적으로도 중대하고 민감한 외교적 사안일 뿐더러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전투병 파병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을 모를 바 없는 한승주 대사가 앞장서서 파병에 찬성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는 반드시 이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3. 한승주 대사는 이번 발언에서 “요즘 많은 미국의 신용평가 기관들이 우리 경제의 신용평가에 있어서 한-미 동맹관계를 척도로 사용한다”고 덧붙여, 파병을 안할 경우 신용등급이 낮춰질지도 모른다는 다분히 위협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국의 대사인지, 미국 국무부의 외교당국자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미국은 지난 1차 파병때도 ‘신용등급 하향’을 무기로 우리에게 파병 압력을 요구한 적이 있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알 것이다.

한승주 대사는 임명시기부터 친미국적 입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던 것을 비쳐보면 결국 그 우려가 현실로 되고 만 것이다. 게다가 파병문제와 신용등급 문제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아무 연관성도 없는 내용을 끌어들여 국민들을 호도하고 자신의 이해만을 관철하는 듯한 발언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4. 한승주 대사는 국익을 명분으로 무조건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한국의 대 미국 정책을 총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주미대사가 파병을 찬성하는 발언을 앞장서서 하는 것이야말로, 그 자체가 국익을 심각하게 손상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한승주 대사가 이런 민감한 시기에 한국의 이익을 대변해 줄 주미대사로서의 역할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승주 장관을 즉각 경질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진정한 국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끝.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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