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31   653

파병은 전제된 것, 철회 건의 있을 수 없어

– 김만복 이라크 2차조사단장 긴급 면담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 대표단이 이라크 2차 조사단 출국 하루 전인 10월 30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중구 세실레스토랑 크리스탈홀에서 김만복 조사단장과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이 면담은 이라크파병반대공동행동의 요청에 의해 마련된 것이었다.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은 1차 조사단의 부실조사 이래 민간전문가 중심의 2차조사단을 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일찌감치 파병원칙을 선언해 놓고 공무원 중심의 조사단을 추진해온 터였다.

모두발언에 나선 파병반대 국민행동의 박순성 교수는 이 문제부터 짚었다. 우선, 박순성교수는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이 세계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이라크 파병을 조기에 선언하고 나선 것에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파병선언 후 이라크 정세의 악화와 국제정세의 변화로 사정변경이 생겼음을 지적하면서 파병원칙 철회 등 재검토가 필요하고 전제하고 2차 조사단이 파병을 전제로 하는 조사활동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파병철회까지를 염두에 둔 조사활동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만복 단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이번 정부의 2차 이라크 조사단은 정부의 파병결정 전제하에 파병의 성격, 규모, 시기 등을 확정하기 위한 합리적 판단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파병철회 여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며 답변의 경계를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조사단은 각 부처가 참가한 정부합동조사단의 성격으로 10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약 10일간 이라크 전역을 대상으로 조사활동을 펼칠 것이며, 1차 조사단이 군사민사작전 상황, 치안상황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면 2차 조사단은 ‘사회인프라와 보건의료, 민심’ 등을 중점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일정이나 면담 대상에 대해서는 ‘보안’ 및 ‘안전’상의 이유로 밝힐 수 없다고 사전에 선을 그었다.

양측의 모두발언 후 파병반대 공동행동측이 사전에 준비해 간 4가지 공개질의 사항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이어졌다.

먼저 파병반대국민행동 측은 부실조사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1차 조사단에 대한 단장의 평가가 무엇이며, 그 평가결과를 2차 조사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물었다. 또한 1차 조사단에 합류했던 박건영 교수 같은 민간전문가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1차조사단으로부터 브리핑 받으며 조사준비, 그러나 박건영 교수는 배제

조사단 측은 1차 조사단에 대한 평가를 회피했다. “1차 조사단이 파병이 결정되기 이전 상황에서 이루어진 최초조사로서 주로 군사 및 민사 작전 상황과 치안상황에 중점을 둔 반면, 파병이 결정된 이후 주로 재건현황을 알아보는데 초점을 맞춘 2차 조사단 관계자가 1차 조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1차조사결과를 활용하고 있으며 수시로 1차조사단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박건영교수의 브리핑도 받았을까? 주지하듯이 박건영 교수는 1차 조사단에 포함되었던 유일한 민간전문가로서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는 왜곡조사발표로 빈축을 샀던 1차조사단 활동의 절차적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던 인물이다. 단장의 답변은 NO였다. 그에 대한 시문기사나 보고서는 접해봤지만 조사단 구성 후 그를 인터뷰한 바 없다는 것이다. 단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1차조사단원들과 협력하여 2차 조사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나 이견을 제시했던 박교수는 여기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파병반대 국민행동측의 문제제기가 이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국민행동측은 2차 조사단이 그 구성에서 민간전문가를 배제한 것은 물론 1차조사단의 활동에 대한 비판적 인식 없이 그들과 협력하여 2차 계획을 수립하는 반면, 1차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민간전문가는 논의에서 배제한 것은 이 조사준비 과정을 1차조사와 마찬가지로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며 강력한 항의와 우려를 표시했다.

두 번째 질의는 2차 조사단에서 민간전문가를 배제한 이유에 관한 것. 김 단장은 “파병결정이 이루어 진 조건에서 구성된 정부합동실무조사단이며 주로 사회인프라를 점검하는 목적인만큼, 민간전문가는 추후 국회차원의 조사과정에 합류하거나 민간자체조사단을 구성하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국민행동측은 그렇다면 정부안을 확정하는 단계에서는 민간전문가의 조언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론을 제기했다. 또한 사회인프라나 보건복지 영역일수록 민간전문가가 공정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민간전문가 배제논리를 반박했다.

조사 일정과 대상, ‘안전 상의 이유’로 밝힐 수 없다.

세 번째 질의는 조사대상과 정보원천의 편향성에 관한 것, 국민행동측은 1차 조사가 편향적이었던 주요 이유가 ‘미군 점령당국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마치 중립적 조사활동을 펼친 것처럼 포장한 데 있음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이 있는지를 물었다. 조사단 측은 “최대한 다양한 현지인을 접촉하겠다”라고 대답했으나, “조사단의 안전과 보안상의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파병반대국민행동 측은 “다양한 이라크인들, 특히 연합군에 비판적 생각을 가진 현지인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바그다드 대학생을 비롯해 현지인들을 꼭 만나보라”고 주문했다. 더불어 “주변국의 동향과 유럽연합의 정세판단도 함께 조사하고, 이라크 내에 있는 한국기업과 유럽기업들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볼 것”을 주문했다. 국민행동측은 조사결과 발표 시 조사된 정보의 출처와 한계에 대해 명시함으로써 정책결정자들과 국민들이 혼선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을 힘주어 강조했고 단장등은 이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마지막 질의는 2차조사단 조사결과 현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파병결정 철회를 건의하는 결과보고서도 낼 수 있을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조사단측은 입을 굳게 닫았다. 파병결정을 전제로 한 실무적 조사활동인 만큼 다른 여지를 두는 조사활동은 있을 수 없다는 것. 국민행동 측은 최근의 이라크와 국제정세 변화에 대해 심각히 생각하여야 하며 2차조사단이 파병여부에 대해 재검토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힘주어 권고했지만, 김단장은 그저 ‘열심히 할테니 지켜봐달라’는 답변으로 파병 재검토 가능성을 일축하였다.

“파병재검토 건의 있을 수 없다.” 일축

국민행동측이 준비한 4가지 공개질의사항에 대해 조사단측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고 쟁점 마다 평행선을 유지했다. 조사단측의 국민행동측의 우려에 대해 가능한 폭넓게 조사하고 객관적으로 보고하겠다는 상식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공식면담을 마친 후 국민행동 관계자들은 면담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통해 “2차 조사단의 구성도 문제이지만 준비과정과 조사계획 자체가 국민의 우려와 관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불행하게도 정부 2차조사활동이 1차조사단이 범한 우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과연 2차조사단의 조사결과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민행동측은 “현 이라크 상황에서 파병결정을 재검토하는 것을 열어두지 않는, 결론이 전제된 조사활동은 무의미하며 그 자체로 정보왜곡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며강력히 비판했다. 면담을 마친 ‘안전’상의 이유로 일정조차 밝히지 못하는 정부조사단의 처지야말로, 파병을 전제로 한 조사활동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김만복 단장외 조사단원 1명과 NSC관계자 1명이 참석했다. 이라크파병반대 측은 박순성 파병반대국민행동 정책사업단장, 박석운 공동운영위원장,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이회수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 박진섭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등이 참석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조사단이 출국하는 10월 31일, 2차조사단 관련 면담결과를 종합한 국민행동측의 입장을 별도의 성명으로 밝힐 예정이다.

최현주(사이버 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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