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03-12-16   1178

6자회담 무산 책임, 미국의 ‘시간끌기용 대북압박’에 있다

정부는 ‘선(先)핵폐기’ 한미 공조 벗어나야

1. 연내 6자회담 개최가 결국 무산되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의 선핵폐기만을 되풀이해온 부시행정부가 지난 주말 한국 정부와 중국 측이 6자회담 연내개최를 위해 막판조율 했었던 공동성명안에 대해 다시 북한 핵폐기 검증을 촉구하는 문구수정을 요구함으로써 끝내 연내 6자회담 개최를 무산시킨 것이다.

2. 이번 6자회담 연내개최가 불발로 끝난 것은 부시 행정부가 1차 6자회담 당시부터 북한이 제안해 온 동시행동원칙을 일축하고 북한의 핵포기만을 선결조건으로 요구하는 등 여전히 불성실한 협상자세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주 부시행정부는 북한이 핵동결조치에 상응하는 미국 측의 대응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해 선핵폐기 요구를 되풀이하며 북한의 제안을 거부하는 등 지난 6자회담 당시 입장에서 거의 진전되지 못한 협상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6자회담의 연내개최 성사를 위해 한국과 중국 측이 제시했던 공동문안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북.미 양측의 적대적 행위 중단, 북한의 핵폐기 용의 및 나머지 회담 관련국의 대북 안전보장 문서화 용의, 그리고 회담 정례화’ 등 지극히 원칙적인 수준의 내용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핵폐기 검증 문구를 요구하면서 회담 개최자체를 어렵게 하였다.

3.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협상자세는 미국 측의 북핵문제 해결 의지에 의구심을 더해주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의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북한의 핵폐기 용의와 미국의 대북안전보장 용의의 동시선언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부시행정부가 북한의 핵폐기만을 되풀이하여 주장하고 있는 것은 의도적으로 6자회담을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는 주변국들과의 공조를 통해 대화로써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하면서도 북미간의 깊은 불신의 장벽을 제거하고 최소한의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조치들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을 일방적인 대북적대정책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한 구실로 삼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4. 이런 상황에서 ‘선핵폐기’를 기조로 한 한미공조는 도리어 부시행정부의 대북압박지연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귀결되고 있다. 한미공조가 의미 있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미 부시행정부에게 ‘북핵 선폐기’ 주장을 철회하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한국정부의 북핵외교는 이 점에서 실패했음이 확인되고 있다. 주지하듯이 한국정부가 북핵 한미공조에 연연하던 사이, 미 부시행정부는 PSI, 동아시아 전력증강 등 군사적 긴장 조성행위를 지속하고 있고 ‘북한자유법안’등 북한에 대한 정치경제적 제재조치를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하는 등 대북압박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한중이 조율한 공동문안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거부한 것 역시 북핵 한미공조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것이다.

5. 정부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독자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미국의 선핵폐기 주장이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이에 대한 주변국과의 협의를 보다 적극화해야 한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진전된 조치로서 핵포기와 대북안전보장 용의를 북미 양측이 동시에 선언하는 이른바 ‘말대말’합의를 재차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국정부는 북에 대해서는 북 핵시설 동결과 미사일 실험 동결을 요구하는 한편, 핵시설 동결로 초래될 전력손실 등에 대해서는 한국이 평화통일 비용으로 부담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미국에게도 상응하는 제재조치의 완화를 요구하는 등 1단계 동시행동조치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히는 등 독자적 행보를 가시화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북핵을 해결해야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강박관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북한핵문제가 다른 모든 문제의 진전을 가로막는 병목이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평화번영정책이 지나치게 북핵해결과 남북화해협력을 단계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시기 강조했던 북핵해결과 화해협력의 병행추진의 정신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 북핵 해결에 조급증을 가지고 파병을 서두르는 등의 그릇된 현실주의 역시 배격해야 한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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