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 재개에 소극적인 미국 (한겨레, 2006. 3. 13)

지난주초 북-미 뉴욕 접촉에서 북한이 위폐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제의한 ‘북-미 비상설 협의체’ 구성안을 미국이 사실상 거부했다고 한다. 백악관 쪽은 또한 “북한이 불법 활동에 관여하는 것을 저지시키기 위해 계속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어렵게 이뤄진 뉴욕 접촉 이후에도 미국의 태도가 바뀐 게 없거나 오히려 더 강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감스런 일이다.

언론에 보도된 미국 정부내 분위기는 아주 우려스럽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 특히 딕 체니 부통령실의 강경파와 일부 국무부 관리들은 대북 직접 징벌 조처가 핵무기 계획을 포기시킬 수 있는 유일한 전술이라고 주장해 왔다”고 전했다. 강경파들은 이런 인식에 따라 취한 금융제재가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북한을 더 몰아붙이는 추가 조처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협의체 제안이 거부된 것을 보면, 이 보도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6자 회담을 통한 협상보다는 압박을 중시하는 강경파 쪽으로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주도권이 넘어간 셈이다. 지난 주말 부시 대통령도 한 해 만에 처음으로 ‘북한은 악의 축’이라는 말을 다시 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북한의 반발을 불러 6자 회담 재개를 더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북한 <로동신문>은 어제 “미국은 6자 회담에서 진전 조짐이 보일 때마다 인권, 화폐 문제, 마약 밀매 등 날조된 사실들을 들고 나와 회담 진전에 장애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날조’를 논외로 하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6자 회담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국들이 오랜 시일에 걸쳐 만들어낸 협상 틀이다. 그런 만큼 참가국 모두, 특히 북한과 미국은 회담 진전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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