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MB정권 청부심의’ 방통심의위는 차라리 해체하라


‘MB정권 청부심의’ 방통심의위는 차라리 해체하라
 

방통심의위가 또 다시 ‘MB정권 청부심의’로 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을 탄압하고 나섰다. 지난 5일 방통심의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에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경고’는 방송재허가 심사에서 2점이 감점되는 중징계이다.
 
방통심의위는 <추적60분>이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최종 보고서에 대해 전반적으로 ‘의혹 부풀리기’식으로 일관”했고, “일부는 화면을 의도적으로 편집하여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하여 시청자들에게 자칫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피격’이라는 결론 자체가 오류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도록 방송”했다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추적60분> ‘천안함 편’을 ‘객관적’으로 본 사람이라면 방통심의위의 주장이야말로 정략적 의도에 따른 ‘트집잡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천안함 사건은 지난해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무능한 대처와 오락가락 하는 발표로 비판을 받았으며, 사건의 진상을 담았다는 정부의 공식 보고서에 대해 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서 의문을 제기했다. 심지어 70%에 이르는 국민이 정부의 천안함 발표에 의문을 갖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시사프로그램이 정부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을 따져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추적60분>은 정부 보고서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의문점들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 해 지적했을 뿐이다.


천안함 폭발의 증거물인 흡착물질을 입수해 성분 분석을 한 결과 국방부 발표와 사실이 다르다는 점, 국방부가 수중폭발로 82~105m의 물기둥이 10~15초 동안 지속되었을 것이라고 하였으나 물기둥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 천안함을 둘러싼 논란 중 하나인 침몰지점에 대한 검증 등 정부가 침몰 원인으로 밝힌 ‘북한 어뢰에 의한 비접촉 수중폭발’을 둘러싼 논란을 그야말로 ‘드라이’하게 다뤘다. 의문에 대한 정부 측 반론도 ‘공정하게’ 담았다.
 
게다가 흡착물의 성분, 물기둥 발생 여부 등 <추적60분>이 제기한 문제는 이미 전문가들이 각종 실험과 자료를 통해 의문을 제기해 왔던 것으로 <추적60분>이 새롭게 의혹을 제기하거나 부풀린 것이 아니다.
 
시사프로그램이 이 정도의 의문을 전달하고 심층취재하지 못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오직 정부 발표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정부에 불리한 주장이나 비판적인 목소리는 외면하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방통심의위의 <추적60분> 심의는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심의가 아니라 제작진에 대한 ‘사상검증’에 가까운 것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여당 추천 권혁부 위원은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는 과정에서 “추적60분 방송 6일 만에 일어난 연평도 피격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나”, “천안함 피격사건이나 격침사건이라는 일반적인 용어가 아닌 천안함 사건이라고 지칭한 이유는 뭔가” 등 안건과 상관없는 질문으로 제작진을 몰아붙였다고 한다.


방송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제작진의 ‘의도’를 문제 삼으며 이들의 머릿속을 파헤치겠다는 저열한 행위다. 뿐만 아니라 방통심의위가 독립적인 심의기구가 되기를 포기하고 MB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비판프로그램을 통제하고 탄압하는 기구로 전락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심의기구는 비판방송을 통제하고 벌주기 위해 만든 게 아니다.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 우리 방송의 발전을 꾀하고 시청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고자 만든 제도다. 그런데 이 정권 아래 방통심의위는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을 ‘심의’라는 이름으로 탄압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틀어막는 언론통제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 수구보수세력들이 이 정권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보도나 프로그램을 트집 잡고 나서면 방통심의위는 중징계를 들이대면서 방송사들 내부의 양식 있는 제작진들을 겁박하고 위축시키려 했다. 지난 3년간 방통심의위가 비판적인 보도와 프로그램들을 탄압한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만큼 많다.
 
이번 <추적60분> ‘천안함’ 편에 대한 근거 없는 중징계도 MB 정권을 위한 ‘청부심의’, ‘정치심의’일 뿐이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이 정도의 방송에 대해서조차 중징계의 칼을 휘두르는 것인가? 이명박 정권과 방통심의위가 이런 비상식적인 반응을 보이면 보일수록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은 풀리지 않는다. 지금 천안함 진상에 대한 의혹을 부풀리는 것은 <추적60분>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과 방통심의위다.
 
방통심의위원들은 국민 혈세를 축내지 말고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도 미적거리지 말고 위원자리를 내놓으라. 그리고 언론통제 기관으로 전락해버린 방통심의위의 실상을 국민 앞에 폭로하라. 무능한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비판 언론을 탄압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이런 기구는 해체하는 게 낫다.
 
 


 2011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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