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 국방비 증액논리 일방적 수용

내년 총 예산 증액분의 60% 국방비 증액에만 사용 신규 무기도입 재고하지 않으면 향후 국방예산 대규모 증액 불가피국방비 증액 앞서 과감한 군병력 감축 선행해야 할 것

1. 기획예산처는 내년도 국방예산을 올해 대비 8% 증액한 18조 9천억 원으로 책정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중간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8% 수준으로 당초 국방부가 기획예산처에 요구한 GDP 대비 3.2% 비해서는 일견 크게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획예산처가 취한 결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국방부의 국방비 증액논리를 아무런 비판적 검토 없이 수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2. 기획예산처는 총 예산 증액분 2조 4천억 원의 60%가 넘는 1조 5천억 원을 국방비 증액에만 배정했다. 또 국방비의 올해 대비 증액분 8%는 타 예산 증액분 평균인 2.1%의 무려 4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기획예산처가 스스로 강조한 내년 예산의 초긴축 재정 원칙을 감안한다면 유독 국방예산에 대해서만 배려를 해주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기획예산처는 올해 0.1%의 국방비를 증액하는 것을 조건으로 2005년에는 자주국방 역량 강화, 미군부대 재배치 등을 감안 GDP 대비 2.9%로 높이고, 2006년부터는 그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증액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국방부가 요구한 GDP 대비 3.2% 증액은 한 해에 반영하기에는 파격적이고 무리한 요구였다.

올해 0.1% 증액 대신 단계적인 증강을 약속하는 것은 결국 국방부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예산당국이 이런 식으로 국방비 증액 논리를 아무 비판 없이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3. 기획예산처는 국방비의 대폭적인 증액을 통해서만 자주국방을 달성할 수 있다는 국방부의 주장에 대해 면밀한 비판적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국방비 증액과 첨단무기 도입만을 통한 자주국방 정책은 미국무기 도입, 이에 따른 미군종속심화, 비효율적 군구조 양산, 남북신뢰 저하 등의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 국방부의 자주국방 논리는 주장과는 달리 예속적 동맹구조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없는 군비증강론으로서, 동북아 지역에서 미군의 공세적 재편에 일조하고 이를 정당화함으로써 지역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남한의 일방적인 군사비 증강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비대칭적 무기 증강(대량살상무기 개발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는 결국 한반도의 평화정착이라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만 고조시킬 것이다.

4.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과감한 병력감축을 포함한 군구조개혁의 선행 없는 일방적 국방비 증액에 대해 반대함을 분명히 밝혀둔다. 현재와 같이 육군을 중심으로 한 인력위주의 편제에서 국방비만 증액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천문학적 예산이 소모되고 각종 비효율과 낭비의 근원이 되고 있는 신규 무기도입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내년도 신규 무기도입 책정 예산은 2,865억 원(3.5%)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이 사업이 계속사업으로 될 경우 국방비 부담이 천문학적으로 늘어 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한국형다목적헬기사업(KMH)의 경우 내년 예산에 약 136억 원 책정되어 있고 국방부는 총예산으로 6조 7천억 원이 소모될 것으로 밝히고 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조 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국방부는 향후 5 년간 전력투자비로만 55조 원 가량이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얼마나 더 증액될지는 알 수 없다.

5. 요컨대 방만한 인력운용과 일단 무기를 늘여 놓고 보면 좋다는 식의 국방부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는 한 국방예산은 천문학적으로 증액되는 반면 낭비와 비효율은 그대로 지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방부는 지난 30 년간 전력증강 사업에 72조 원이나 투입하고도 여전히 북한 위협과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증액을 요구하고 있지 않는가. 따라서 현재의 방만한 군구조 개혁 방안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관성적인 위협 해석의 근본적 재검토와 평화와 번영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안보개념과 적정 군사비에 대한 논의 역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 발상의 전환이 전제되지 않는 한 국방비의 단계적 증액이든 일시적 증액이든 모두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6. 이번에 보고된 예산안은 오는 9월 하순 정부 최종안이 확정되기까지 향후 당정협의, 예산자문회의, 국무회의 등을 거칠 것이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최종 확정안이 나오기까지 각 과정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를 진행할 것이다.

일부 보수층과 군을 의식한 국회의원들로 인해 당정협의 과정에서 국방비가 증액되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것임을 밝혀둔다. 특히 차상위빈곤계층, 빈곤아동 등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현실 상황에서 국방비 증액으로 인해 사회보장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음을 정부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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