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국방비 증액부터 시작하나?

남한의 국방비 증액, 남북간 비대칭적 군비경쟁만 부추겨군비 증액 통한 균형자 역할 설자리 없다 남북군사력 비교와 적정군사력 산출 위한 민·관·군 합동 위원회 구성해야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향후 5년간 국방예산을 연 10% 증액하는 방침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 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적 자주국방 정책과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평화와 번영을 국정의 주요 과제로 채택한 참여정부에서 대형 무기도입 사업을 비롯한 군비증강 조치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우려를 표한다.

1. 현 시기 남한의 군비증강 조치는 안보를 튼튼히 한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고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당면한 과제인 대북 군사적 대치부분에 있어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남한은 이미 북한의 국내 총생산에 육박하는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고, 남북간의 국방비 격차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북한의 사정상 향후 더 커져 갈 것이다. 따라서 북은 재래식 군비경쟁 보다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위주의 군사력 건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렇듯 남북간 군사적 대치는 비대칭적 군비경쟁으로 치닫고 있어, 어느 한쪽이 국방력을 강화할수록 한반도의 안보는 더 불안해 질뿐이다.

2. 최근 악화되고 있는 북핵문제야 말로 이런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음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남한의 일방적 군사력 증강 조치는 재래식 군비경쟁에 대한 열세를 느껴온 북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왔다.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명목 하에 군사력 증강 조치를 강행하면서, 핵 포기를 요구하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부르짖는 것은 애시 당초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협력적 자주국방을 위해 국방비 지출을 늘여왔지만, 지금 우리가 직시하고 있는 것은 난무하고 있는 ‘한반도 위기설’이라는 사실을 참여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진정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평화번영을 정책을 제 괘도에 올리고자 한다면 군비증강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남북간 군축에 대해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3. 최근 국방부는 군 문민화, 3군 균형발전, 병력감축 등 국방개혁 과제들을 법제화해서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개혁 법제화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아직 요원한 상황 속에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일단 국방비 증액부터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군 개혁의 성패는 육군을 중심으로 한 병력위주의 후진국형 군 구조를 바꿀 수 있는가 여부이다. 인건비 등의 경상운영비가 국방비에서 70%에 육박한 상황을 고려하면 군 개혁의 성공은 국방비 감축으로 귀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단 국방비 먼저 올리겠다고 하니, 그 개혁이 어떤 개혁일지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 80년대 ‘80위원회’, 90년대 ‘818 위원회’, 국민의 정부 당시 ‘국방개혁위원회’ 등 수 차례의 국방개혁은 유야무야 됐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그런데 개혁에 대한 구체적 상도 없이, 일단 국방비 증액부터 하자고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이다.

4. 우리는 참여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를 거론하면서, 군을 그 주체로 명시하거나, 군비 증강을 연상하는 발언들을 연이어 해, 이것이 동북아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로 이어질 수 있음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참여정부의 균형자 역할은 군사력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균형자론’에서 탈피, 민주주의 역량, 외교력 등 ‘연성국력’을 중심으로 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결국 정부는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위해 국방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혼선을 겪고 있다는 비난을 물론이고, 균형자론의 진의마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동북아시아에서 군비증강이 이뤄질 경우 가장 불리한 나라는 한국이다. 참여정부는 군축을 통해 ‘평화의 교량자’, ‘분쟁의 조절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5. 지금은 국방비 증액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국방비 증액에 앞서 국방안보분야의 비효율성과 낭비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구조개혁부터 선행해야 한다. 특히 군 인력구조 개선과 병력감축은 시급한 과제이다. 아울러 군이 독점하고 있는 대북 및 주변국 위협해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군사력의 적정 규모산출에 대한 민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군은 더 좋은 무기와 군비 증액을 요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 근거로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는 위협해석을 활용해 왔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이유에서 수차례에 걸쳐 신뢰할만한 남북군사력 비교와 적정군사력 산출을 위한 민관군 합동의 ‘남북군사력평가 및 방위전략 혁신 연구위원회(가칭)‘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바 있다. 국민적 신뢰를 받는 군으로 거듭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의 제안에 대해 깊이 숙고하기 바란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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