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3-23   721

“파병동의안 통과시키는 국회의원 낙선운동 펼칠 것”

여중생범대위 등 파병동의안 통과 저지 철야농성 돌입

▲ 농성에 들어가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덕상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21일 국회 국방위(위원장, 장영달)에서 통과된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의 임시국회 처리를 하루 앞둔 23일 시민, 노동, 평화관련 단체들이 의결반대를 위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에 들어가기에 앞서 참가자들은 23일 오후 4시께 국회 앞, 여중생 범대위와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실천의 주관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 파병동의안 부결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의장이 삭발을 감행, 파병반대에 대한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 “참회의 삭발”을 한 한상렬 목사

이날 기자회견은 애초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경찰의 저지로 15분 가량의 대치상태를 이룬 후에 결국 국회 부근 국민은행 앞에서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제한된 수의 참석자에 한해 기자회견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알려왔지만 금세 말을 바꿔 참가자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기자회견의 첫 발언자로 나선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의 손호철(서강대)공동의장은 정부의 파병방침에 대해 “이라크 국민을 팔아서 한반도의 평화를 사려는 것은 부도덕한 것”이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당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날 농성이 “부시와 블레어에 의한 양민학살에 동참하여 노무현 대통령이 전범이 되는 것을 막고 침략전쟁을 거부하는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김현숙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상임대표는 “국회가 파병안에 동의한다면 한반도가 위기에 처했을 때 세계로부터 어떠한 지지도 받기 어렵다”고 우려하며 국회의 파병동의안 부결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어 “그대로 (파병동의안을) 통과시킨다면 해당 지역구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펼쳐 다시는 국회에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내일 열리는 국회에서 모든 표결에 투표자 및 찬·반 의원의 성명을 기재하는 기록표결제를 도입할 것을 국회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혀 이번 파병동의안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이 차기 총선에서의 당락에 주요한 기준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 기자회견 직후 각 단체 대표자 및 회원들은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자리를 잡은 후 “파병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는 농성단의 모습

이날 집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여야 국회의원은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 민중들의 명백한 요구를 부정하고, 군사주의와 일방주의로 점철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동참했다는 역사의 대과오를 남겨서는 안 될 것”이라며 파병동의안 국회의결 반대를 촉구하면서 농성돌입의 뜻을 밝혔다.

여중생범대위 공동대표 한상렬 목사는 이날 즉석에서 삭발을 결심했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날 삭발식에 앞서 한 목사는 언론에 보도된 이라크 출신 소녀의 편지와 이라크평화팀으로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상진 씨를 상기시키며 “그들과 우리 동포들에게 부끄럽다”며 “참회의 삭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미국의 추악한 행태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 충고하고 회개를 촉구해야 한다”며 “국민들 모두가 파병반대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단체들의 대표단과 회원들 100여 명은 오후 5시 10분께 같은 자리에서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이번 농성은 26일(수)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임시국회가 열리는 내일(24일)은 오전 11시 각 단체들의 파병동의안 통과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회와 함께 국회를 둘러싸는 인간띠잇기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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