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사항인 전시작전통제권은 거래 대상 아니며, 환수의 시기와 조건 따로 없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발표, 작전권 환수의 본질을 왜곡하고 안보위기를 조장하는 시대착오적 논쟁 중단해야

– 독자적이고 평화지향적인 군사전략과 작전계획 수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싸고 거친 논쟁이 한창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군사주권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필수적인 일이다. 한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 즉 한미동맹 재편 및 주한미군 성격 변화와 연결된 문제로서 협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환수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검토 역시 필수적이다.

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하여 지금 정치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내용들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안보위기를 조장하는 저급함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30년 가까이 북한 군사비를 훨씬 능가하는 군사비를 투입하고도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에 비해 열세라는 억지 주장이나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파탄을 의미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초래한다는 주장이 그러하다.

역대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며 이미 1994년-1995년 국방백서에 그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지난 2005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가시화되었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뒤늦게 한미동맹의 위기요인으로 지목하며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분명 시대착오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주장처럼 주한미군이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남한에 주둔해왔고 동맹을 유지했던 것인가? 그럼 독자적으로 작전통제권을 갖는 일본은 어떻게 미국과 동맹을 강화시키고 있나?

주지하듯이 이번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한미군은 이미 기존의 대북방어 임무를 한국군에 이양해왔으며, 전략적 유연성을 통해 지역적 역할 수행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 분담에 따라 주한미군의 기지재배치와 전략적 유연성을 한국 측에 요구, 확보하였으며, 해공군 중심으로 전력을 강화하는 대신 지상군은 지속적으로 감축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군 대부분의 병력과 일부 주한미군만을 포함하고 있는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나 전시작전통제권을 주한미군 사령관이 갖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연합사 체제가 한국군 자체의 위기관리나 작전계획 수립 능력을 제약해 왔으며, 기형적인 지상군 중심의 군 구조를 갖게 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미 한미동맹 재편 논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이양과 함께 한미연합사를 대체하는 한미 지휘구조에 대한 연구를 합의한 바 있어 작전통제권 환수와 연합사 해체가 한미갈등을 불러오는 새로운 요인이라는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그러나 어제(8월 16일) 있었던 당정협의에서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단독 행사의 전제로 ‘주한미군의 지속주둔 및 미 증원군 파견의 보장’과 한미 공동 군사계획 작성 등을 포함한 ‘공동대비태세 유지’ 등 4대 원칙으로 확인한 내용들은 과연 무엇을 위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인지 깊은 우려를 낳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먼저, 당연한 주권사항인 전시작전통제권을 반환받는데 이러저러한 부대조건을 제시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둘째, 4대 원칙 중 한미상호방위조약 유지, 주한미군의 주둔 지속 등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는 무관한 한미군사동맹의 기본내용으로 이를 새삼 강조하는 것은 마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한미동맹에 균열을 가져오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의 발로이다. 셋째, 이러한 4대 원칙들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마당에 약이 될 지 독이 될지 알 수 없는 불필요한 옵션이다. 이는 마치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서 연합사령관 위임사항(CODA)을 둠으로써 평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무용지물이 되었던 전례를 답습할 우려가 있다. 더욱이 한미 공동대비태세를 강조하면서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작성할 것으로 알려진 ‘공동작전계획서’가 실제 현행 ‘작전계획 5027’과 크게 다르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요컨대 당정이 제시한 4대 원칙은 이후 한미동맹 운영과정에서 탄력적으로 적용할 문제이지 전제조건으로 명시할 문제는 아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그것은 형식적인 환수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는 한미 FTA 추진의 4대 선결조건같은 부적절한 옵션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싼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다음과 같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원칙>

① 전시작전통제권은 군사주권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대한민국이 온전한 독립국가라면 조속히 환수 받는 것이 당연하다. 환수의 조건과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동맹을 이유로 환수를 미룰 일도 아니다.

②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에게 위임했던 권한을 되돌려 받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대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여겨서는 안되며 미국 측 또한 이를 협상카드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③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헌법의 평화주의를 실현하고 평화지향적인 군사 전략과 작전계획을 독자적으로 수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④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는 한국군에 대한 군사적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 외에도, 동맹국 군대인 주한미군에 대한 민주주의 국가다운 발언권을 회복하는 것도 포함하는 것이다. 특히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 개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주한미군의 역외 출동과 전략무기 배치 및 이동을 제어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방향>

① 현재 작전통제의 핵심을 이루는 모든 권한들이 환수되어야 한다. 연합사령관 위임사항(CODA)와 같은 예외가 있어서는 안된다.

② 한미연합사는 병렬형 군사협력구조로 재편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적 재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작전 계획, 전쟁 계획 수립에서 실질적 독자성을 확보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의지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새로운 군사협력구조 내의 ‘공동전쟁(혹은 작전)기획단’ 등을 통해 한미연합사식의 위계관계나 사실상의 종속적 관계, 그리고 과거와 동일한 작전개념이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③ 한국군은 합리적 방어 충분 개념에 기초한 한국군 전력 구성과 배비, 방어 위주의 독자적 작전계획 수립을 모색해야 한다. 작전계획 5026, 5027, 5029, 5030 등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작전계획은 재구성되어야 하며, 절대억지에 기초한 방위개념은 폐기되어야 한다.

④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또 다른 군비증강의 근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북한에 대한 남한의 군사력 및 군사비의 우위가 분명한 상태에서 남한의 군사력 증강은 북한에게는 심각한 군사적 위협으로 작용한다. 대북방어에 관한 주한미군의 전력과 동일한 수준으로 한국군 전력을 대체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군비증강에 앞 서 남북 군사력 비교 평가와 방어에 충분한 적정 군사력 수준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져야 하며, 여기에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⑤ 주한미군의 정보능력을 기준으로 한국군의 정보능력을 판단하거나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남한은 이미 정보전력에서 북에 대해 상당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북에 뒤지는 것은 오히려 독자적인 군사계획 수립 의지와 자신감이라 할 수 있다. 독자적인 운용기술과 능력 없이 무기만 사들인다고 정보능력이 보강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한국의 정보능력에 대한 재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⑥ 한미연합사 해체 이후 주한미군의 운용과 역외 출동, 무기의 이동과 배치에 관한 정보는 한국 정부가 반드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 개입을 금지하는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하며, 한미상호방위 조약 개정이나 분쟁 개입 용도의 외국군 기지제공을 금하는 법률 제정을 통해 이러한 합의에 대한 구속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⑦ 주한미군 무기체계와의 상호운용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한반도 지형과 억지전략에 부합하는 무기체계, 전력구조를 갖춰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주한미군 주둔만이 안보를 보장한다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 미래에 주한미군이 없는 한반도를 준비하고 설계해 나가야 한다.

⑧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따른 안보불안을 근원으로 막는 길은 남북한 평화공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여 안보불안을 부추기거나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된다. 북한은 이미 중요한 군사요충지인 개성과 금강산을 개방하였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남북 관계의 발전과 북일,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정부는 공동의 안보와 협력안보를 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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