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국제분쟁 2009-02-03   4305

[소말리아] PKO 개입 실패 답습할 가능성 없나

1991년 바레 독재정권 이후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소말리아는 끊임없는 테러와 공포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에 따른 민간인 피해자 수도 크게 증가하는 등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참사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해적들의 선원 납치사건에서 보듯 소말리아인들의 참담한 생활 여건들은 아덴만과 인근 소말리아 해역을 해적들로 들끓게 하고 있다.

 소말리아 정부군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어선들에게까지 위협이 되고 있는 해적들을 퇴출하고자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은 다국적 해군들을 파견하였다. 일본과 한국 역시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 파견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2월 임시 국회에서 소말리아 해군 파견 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소말리아에 해군을 파견하면 해적들은 다 사라질까? 또 해적들이 사라지면 소말리아에 평화가 찾아올까?

소말리아의 빈곤과 내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특히 현 정부를 내세우는 미국과 이슬람 반군간의 대립이 분쟁의 중심에 있기에 더욱 문제 해결이 어려운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 정부나 해군은 정작 소말리아의 복잡한 사정과 그 본질을 이해하기 보다는 해적출몰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유엔은 소말리아의 내전 종식과 인도적 지원을 위해 지난 1992년 유엔 안보리 제 733결의와 제 746결의를 따라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처음 소말리아인들은 파견된 평화유지군과 미군에 대해 환영을 표했지만 곧 이들의 파견 이유가 종교개종에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반발하기 시작했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있었던 총격전에서 소말리아군, 미군, 유엔 평화유지군의 끔찍한 살상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국제사회 개입이 치안 악화를 가져왔다고 평가되기도 했다. 결국 1995년 유엔 평화유지군을 비롯하여 각국 군대들이 소말리아에서 철수했다. 여기엔 PKO부대를 파견한 한국군도 포함되어 있었다.


심각한 내전으로 인해 외부인들의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1월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 1863호를 다시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지부티(Djibouti) 평화협정 지지, 아프리카 연합 평화유지군(AMISOM)의 8000명 병력을 3월 16일까지 연장 주둔, 4월 15일까지 UN PKO 파병에 관련한 보고서 제출 및 이에 따른 UN PKO 파병 가능성을 기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유엔과 미군에 의한 다국적군의 소말리아 개입은 지난 1992년과 다름없는 실패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다. 이는 현재 유엔 PKO 파병을 주도하는 미국에 대한 비판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재 소말리아에서 대테러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그동안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느라 여러 불법적인  전쟁 수행, 비인도적 무기 사용, 잔인한 민간인 학살 등과 같은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비린내 나는 내전에는 철저히 눈감아 왔고, 인도적인 원조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소말리아 치안 상황은 예전과 다를바 없이 심각하다. 반군들은 친정부적인 서구세력을 적대적으로 여기며, 이 때문에 유엔 시설까지 공격할 정도이다. 오늘(3일)도 모가디슈에서는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다. 지뢰폭발 사건을 겪은 아프리카 연합 평화유지군들이 민간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30명 가까운 사상자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보니 작년 12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안보리 연설에서 소말리아 상황이 심각하여 아프리카연합 평화유지군이 철군하게 되면 치안 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들 군대의 주둔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유엔 PKO 파병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유엔은 아프리카연합 평화유지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수준이었다.  

지난 25일 소말리아에서는 2006년부터 주둔해 있던 에티오피아군이 철군하고, 31일에는 18년 만에 바레 독재정권 이후 새로운 아프메드 대통령이 당선되는 등 커다란 정치적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오랜 내전과 급증하는 해적 문제, 외세의 부당한 개입, 여러 군벌들의 유혈 갈등, 무정부적 위기와 같은 복잡한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지난 93년 소말리아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적이 있었던 한국은 이번에는 해군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소말리아 내부의 위기와 복잡한 갈등 양상이 어떤 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군대 파병은 당시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군대를 파병한다고 해적들을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만약 그렇다고 해서 무정부 상태에 놓여있는 소말리아인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다른 양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소말리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국제사회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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