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국제분쟁 2009-03-16   3788

[강연후기②] 우리가 몰랐던 이란과 이슬람 혁명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


1990년 이란 북부에는 대지진이 발생, 무려 5만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다. 그 속에는 이란의 대표적인 영화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한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지역 또한 포함되어 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그 아이들이 죽지는 않았는지 염려되어 자신의 아들과 함께 그들의 생사를 물으며 돌아다니게 되고, 이 여정이 잘 그려진 또 하나의 영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가 탄생한다. 여기에서 압바스 감독이 마주한 것은 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된 마을과 모든 것을 잃은 주민들이지만, 그 모습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그리고, 삶의 희망은 계속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이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대체 ‘호메이니 혁명’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많은 이란인들이 자부심을 갖는 것일까?


지난 12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 개최된 강연에서 김재명 기자는 먼저 이란 시아파 성직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를 지도자로 한 ‘호메이니 혁명’이 성공하게 되기까지의 역사적 과정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오늘날 핵문제로까지 비화된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이 바로 이 호메이니 혁명의 성공으로 이란에서 부당하게 누려왔던 석유이권을 빼앗긴 미국이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이라크 후세인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도록 돕고, 지난 30년 동안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온 것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몰아세우고, 거꾸로 이란은 미국을 ‘사탄’이라고 부르며 대립관계가 커져 온 것이다.

한편, 이슬람 혁명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일반 민중들의 많은 희생이 있었다고 한다. 1978년 9월 8일 테헤란 거리에서 진압 경찰의 발포로 인해 수많은 민중들이 사망했던 ‘검은 금요일의 학살’은 마치 한국의 5.18 광주 학살을 연상케하는 사건이었다. 김재명 기자는 ‘You tube’에 올라와 있는 영상을 여러 개 보여 주었다. 그 중에서는 군과 경찰의 시민에 대한 발포, 이란의 비밀경찰 ‘사바크(Savak)의 고문을 증언하고 있었다. 이슬람 혁명은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됨으로써 성공한 혁명이었다.


혁명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인 1980년, 이라크의 기습 공격으로 인해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은 무려 8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그 당시 이란은 군부 기술자들이 숙청되거나 망명한 상태라 처음엔 이라크에 맞설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82년 즈음부터 이란이 반격을 가하기 시작하고, 이라크가 밀리기 시작하자 미국에서는 민간인이었던 럼스펠드를 이라크로 파견해 30억불 지원을 약속했다. 김재명 기자는 현재 사담 후세인과 럼스펠드의 밀약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되어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8년 동안 소모전으로 흘러간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이란-이라크 양쪽에 화학무기를 판매해 이윤을 얻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란에서는 5만명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여 이란은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을 UN에 제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보리 이사국이었던 미국이 ‘별 이상 없다’는 식으로 제동을 걸면서 결국 UN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란 시민들의 혁명에 대한 자부심은 엄청났다. ‘호메이니 혁명’ 성공 30주년을 맞아 이란의 거리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김재명 기자가 보여주는 사진들은 온통 거리마다 호메이니와 그 후계자 하메네이의 사진과 이란 국기들로 넘실대고 있었다. 호메이니 혁명이 일어난 지 30년, 벌써 한 세대를 맞이했다. 이란에서는 대통령보다 시아파 최고 성직자 아야톨라의 지위가 더 높다. 그래서 김재명 기자는 이른바 이란을 ‘신정 공화국’이라고 불렀다. 이란에는 ‘국가수호위원회’ ‘헌법 수호위원회’ 등 수호위원회가 대통령보다 더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위원회들은 하메네이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한 어려움으로 인해 ‘신정 공화국’ 이란 또한 안팎으로 전환기를 맞이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의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 이란 압박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강경대응이 이란 사람들이 보수 강경파에게 표를 던지게 하여 ‘대외 개방’과 ‘개혁’을 외치는 온건파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혁파가 국회의원 자격 심사에서 탈락하는 일이 종종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나마 이번에 ‘이란과의 무조건적인 대화’를 공약했던 오바마 정부가 집권하게 되면서 이란 시민들의 그에 대한 기대도 커져가고 있다고 한다. 사진들 속에 이란인들은 재미있고 독특한 피켓들을 만들어서 이슬람 혁명 30주년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거기에는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당한 신발 모욕 사건을 연상시키듯 오바마 새대통령에게 이렇게 묻는 질문이 있기도 했다. ‘What’s your choice, Mr. Obama? 1. Shoes  2. Jap  3. Humanly’ 


이란은 올해 2월 장거리 미사일에 실어서 인공위성 ‘오미드’를 쏘아올리면서 자신들이  ‘Reasonable super-power’ 국가가 되었다고 천명했다. 특히 ‘reasonable’이라는 단어에 주목해볼만 하다. 자신들은 (미국과는 달리) 책임감 없이 함부로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들의 핵모델은 일본이다.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듯, 자신들도 ‘(국가 안보 상에서) 필요하다면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되 지금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것’이 이란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고자 함에도 불구, 미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과, 하마스나 헤즈볼라에게 핵무기를 넘겨줄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에 유엔 안보리와 IAEA(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해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 반해 미국은 40년 간 핵무기를 보유해온 이스라엘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었기에, 전형적인 이중잣대를 이란에게 적용하고 있다고 밖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란은 과연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김재명 기자는 일상적으로 반미를 외치는 이란 사람들에게 ‘친미 국가’로 인식되는 한국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제쳐두고서라도, 우리 기업들이 여타 외국 기업들처럼 장기적인 투자는 하지 않고 그저 물건을 판매해 이익을 보려는 ‘시장’으로만 여기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고 보았다.

특히 이란이 세계 2위의 석유 대국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란과의 외교 관계 개선은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미국의 시각에서만 이란을 인식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작성자_금민지(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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