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 사업 감사 결과 비공개 정당하다는 판결 유감

지난 11/13(금) 서울행정법원 제1부는 참여연대가 감사원을 상대로 제기한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감사 결과 관련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80657) 에서 참여연대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 대리 :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 주된 이유는 해당 정보가 ‘국방 및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는 도입에만 세금 약 8조 원이 투입된 무기 구매 사업에서 발생한 위법, 허위 보고, 국방부의 방사청 권한 침범 등의 문제에 대해 평가할 기회를 차단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판결입니다. 더불어 반복되고 있는 방위사업 분야의 비리와 불투명성을 바로잡을 계기를 외면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위법과 허위 보고, 기종 선정 과정 문제 있지만 감사 결과 목차조차 비공개

막대한 세금 투입한 공격형 무기 도입 사업 평가할 길 없어

감사원은 지난 2019년 한국 정부가 록히드 마틴의 F-35A 40대를 구매한 F-X 사업 관련 <차세대 전투기 기종 선정 추진실태>와 <F-X 사업 절충교역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참여연대는 두 가지 감사 결과의 ‘목차, 전문, 2차례 감사 결과 밝혀진 위법 행위 등 문제점과 감사원이 요구한 적정한 조치’에 대해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감사원은 이를 비공개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사업 과정에 문제가 있었고 관련자 문책과 제도 개선 요구도 있었지만 감사 결과는 일체 비공개한다”는 결정을 납득할 수 없어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감사원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여 기각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전문뿐만 아니라 추상적 표제인 감사 결과의 ‘목차’와 감사 결과 밝혀진 ‘문제점’조차 ‘국가 안보’라는 모호한 이유로 모두 비공개하는 것은 과도한 알 권리 침해이며, 감사를 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입니다. 나아가 국방 분야에 대한 감시와 비판, 민주적 통제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감사 결과에 ‘각 전투기의 주요 성능이나 한국군이 요구했던 작전운용성능, 기종 결정 종합평가 기준, F-X 사업에 대한 정부 각 기관의 운영 및 토의 내용, 관련 교섭 내용, 절충교역 중단 및 재개 경위’의 내용이 들어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차세대 전투기 기종 선정은 이미 완료되었으며 어떤 성능의 전투기 몇 대가 도입되었는지 상세한 언론 보도까지 이루어진 점, 절충교역 중단 경위 역시 이미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 등에서 여러 차례 다뤄진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모든 전력 증강 사업의 내용은 비공개되어야 합니다. 감사원이 2019년 9월 「K-11 복합형소총 사업 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 대해 작전운용성능 등의 일부 정보를 제외하고 문제점과 인사자료 등을 공개한 사실과 비교해도, F-X 사업 감사 결과를 일괄적으로 비공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 재판 과정에서 감사원은 <차세대 전투기 기종 선정 추진실태> 감사 결과가 군사 Ⅱ급 비밀로 지정되어 있다고 입증하였으나, 애초에 감사원은 비공개 처분 사유에 해당 정보가 군사 비밀이라는 설명이나 내용 없이 통보하였습니다. 또한 <F-X 사업 절충교역 추진실태> 감사 결과의 경우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라 비밀로 규정된 정보인지도 입증되지 않아, 어떤 법적 근거에 따라 정보를 비공개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정보 비공개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로 그 요건과 절차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함에도 이러한 비공개 결정은 자의적이고 과도합니다.

차세대 전투기 기종과 선정 방식이 갑자기 바뀌거나 록히드 마틴이 한국 정부에 일방적으로 절충교역 이행 중단을 통보하는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무기 도입 사업 관련 정보를 광범위하게 비공개하는 이러한 비밀주의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F-35A 40대 도입에 이어 현재 F-35A, F-35B 추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F-35 기종 선정의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지금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그러한 기회 자체를 차단해버렸습니다. 

군사 분야 민주적 통제 위해 정보 공개 보장되어야

무엇이 ‘국가의 이익’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막대한 세금을 사용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동북아시아 군비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무기 도입 사업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주적 통제를 실질화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익에 부합하는 일입니다. 1992년 헌법재판소는 “군사기밀이 필요 이상으로 광범위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유명무실하게 할 정도가 되면 군사 분야의 문제는 국민의 비판과 감시권 밖의 성역이 되어 오히려 그 역기능이 문제 될 수 있다 (중략)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한 주요 시책이라면 오히려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엄정한 여론의 여과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예방할 수 있음은 물론 진정한 국민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하여 실질적인 총력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강점이 있는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번 판결의 부당성은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에 이미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군사 영역은 민주적 감시와 통제에 있어 예외로 존재해왔습니다. 이 성역을 깨지 않으면 군사 분야 민주적 통제나 제도 개선도 결국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판결문 [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