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23   725

<파병반대의 논리> 이라크 전투병 파병, 아랍권 반감 살 우려

각계전문가와 세계지성이 말하는 이라크 파병반대의 논리

지난 11년 간 아랍 국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지금은 한국과 아랍국가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현재 내가 생활하는 곳은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이다. 주변 아랍국가에 비해 정치 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돼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올 초 처음으로 위협을 느꼈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날 즈음 나라 전체가 술렁이고 민심이 동요되는 것을 피부로 절감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사람들의 불안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출되었다. 각 마을 이슬람 회당은 서구화한 젊은이들이 다시 모여들어 앉을 자리가 없어졌고 여자들은 히젭(이슬람에서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감추기 위해 쓰는 스카프)을, 남자들은 모슬렘 남자의 상징인 구레나룻 수염을 다시 기르기 시작했다. 자살 테러 지원자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당연히 화제가 됐다.

한국 의무병들이 파병되자 당시 튀니지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연구조사를 하고 있던 나는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사람들을 매일 수 차례 마주쳤다. 대형 매장에 가면 “LG제품이 좋지만 한국 물건이고 그 돈이 미국과 유대인을 위해서 쓰이기 때문에 안 사겠다”고 하는 이들을 무수히 만날 수 있었다.

전쟁은 이라크에서 벌어지는데 북아프리카의 튀니지 사람들이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단일민족 국가인 우리와는 달리 아랍 21개국은 언어, 종교, 문화, 정체성을 공유하는 공동체이다. 비록 이들 국가는 미국이 두려워 표현하지 않을 뿐 이라크가 공격 당할 때 공포와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21개 아랍 국가는 지난 30여년 간 우리 기업들이 활발히 활동해온 나라들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차량은 대부분 현대나 대우, 기아 등 한국산이고 전자제품은 LG 아니면 삼성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 상황에서 이라크에 한국 전투병을 파견한다면 아랍국가 국민은 한국이 이라크를 공격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곧 현지 교민과 주재원들의 생명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 기업들의 활동이 큰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또 한반도까지 자살테러의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아슬레마!’는 튀니지 방언으로 “안녕하세요”이고 ‘비슬라마!’는 “안녕히 가세요”이다. 이곳 사람들과 웃으며 이 말들을 나누고 살기를 바란다.

이기사는 한국일보 2003년 10월 1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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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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