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없고 동맹의 종속성만 강조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

미래는 없고 동맹의 종속성만 강조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 

당연한 전작권 환수에도 ‘조건’을 붙이는 한미동맹의 자가당착

사드 정식 배치, 방위비 증액, 무기 구매 등 부당한 미측 요구 결코 수용해서는 안 돼

지난 10월 14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한미 국방부 장관이 한미안보협의회의(이하 SCM)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2018, 2019년 SCM에 비해 크게 후퇴된 것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 의지도, 낡은 군사동맹의 개선 의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 선언’을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으나,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이를 위한 한미 양국의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남북, 북미 합의 불이행에 대한 북측 책임을 강조했고 한미연합군사훈련 지속에도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환수는 불가능해진 듯하고, 사실상 주한미군 사드 정식 배치에 합의했으며, 미국산 무기 구입이 조건에 더해졌다.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평화에도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오로지 미측의 노골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를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으로 관철시키려는 이번 SCM 공동성명을 강력히 규탄한다. 

한미 국방부 장관은 이번 SCM 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와 북한의 합의 이행 책임을 강조했다. 한미 양국의 합의 불이행에 대한 성찰은 없었다. 지난 2018년 남북, 북미 합의 도출의 결정적 전기를 마련했던 것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이었지만, 이번에는 ‘연합연습과 훈련 지속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유엔사가 정전협정에 규정된 ‘군사적’ 업무를 넘어 비군사적 교류에 개입하며 사실상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성명은 유엔사가 ‘대한민국의 주권’을 완전히 존중하고 있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평가를 답습했다. 

전작권 환수도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언론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전작권 환수의 ‘조건’에 대한 평가와 검증 방식이 포괄적이고 모호해 이를 명확하게 재정립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박근혜 정부 당시 사실상 전작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했던 결정을 구실로 삼는 미국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주권 국가의 당연한 권리 행사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나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등을 같은 ‘조건’을 다는 것은 전작권 이양의 의지가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에 더해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 환수 조건 충족을 빌미로 한국의 미국산 무기 도입을 노골적으로 압박하였다. 정작 전작권 환수는 오간 데 없이 미국산 무기 구입만 언급한 공동성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번 SCM에서 사실상 사드 정식 배치 계획을 명시했다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미 국방부 장관은 “성주기지 사드 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2017년 SCM에서 한미가 환경영향평가가 종결될 때까지 사드 배치는 임시적이라고 합의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이미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은 사드 체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2021년 국방예산으로 약 1조 원을 책정하고, 한반도 사드 운용의 유연성을 언급하며 발사대 이동 배치나 추가 배치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사드와 패트리어트를 통합한 요격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 등을 합의한 것은 사실상 사드를 정식 배치하고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의 미국 MD 편입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SCM에서 합의한 “사드 체계가 오직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방어하는데 목적이 있으며,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였다”는 내용도 빠져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고 군비 경쟁을 심화할 미국 MD 참여 반대를 분명히 하고 사드를 즉각 철거해야 한다. 

미측의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도 계속되었다. 전년도 분담금의 5배에 달하는 증액을 요구하고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볼모 삼아 협상을 중단시킨 것은 바로 미국이다. 그런데도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이 조속히 합의되지 않아 동맹의 준비태세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측은 준비태세 항목 신설, 주한미군과 군무원 인건비·가족 지원비, 순환배치비용, 역외작전 비용까지 요구하는 등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는 미국이 부담한다’는 한미 SOFA 5조는 물론 기존 SMA 틀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될 조건들이다. 지금까지 11차 SMA가 체결되지 못한 책임은 온전히 미국에 있다.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 규모나 준비태세를 빌미로 ‘조속한’ 타결을 압박하는 미측에 결코 굴복해서는 안 된다. 방위비 증액뿐만 아니라 미측은 이번 SCM에서 주한미군 훈련을 위한 한국군 시설 사용 협조와 연합합동다목적실사격장을 요구하는 반면, 반환되는 기지의 원상 회복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시켜주었다. 

미측이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중심으로 역내 군사적 패권을 공고히 하고, 한미동맹을 이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도 거세지고 있다. 이번 SCM에서 한미 국방부 장관은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위해 협력할 의지를 표명했다. 한편 그동안 ‘한반도 유사시’로 되어있는 연합위기관리 범위를 ‘미국의 유사시’로 확대하자고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진 미측은 이번 SCM에서 ‘2016 위기관리 합의각서’를 연말까지 최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측이 남중국해 등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하고 쿼드 회의체 등 대(對)중국 포위 동맹을 구축하면서 미·중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반중국 전선에 한국군을 군사적으로 동원하려는 것과 다름없다. 한미일 군사협력을 포함해 이런 식의 군사 패권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던 ‘동북아 다자 평화안보협력체제’ 구상과도 모순된다.

2018년 남북과 북미 간 정상회담과 합의에도 불구하고, 어떤 진전도 이루지 못한 지난 2년의 세월은 심각하게 기울어진 동맹으로는 한반도 평화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한미동맹은 한국전쟁과 70여 년의 분단을 양분 삼아 너무나도 기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군사동맹이 도리어 분단을 더욱 고착시키고, 평화를 위한 노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종속성을 더욱 심화시킬 뿐 한반도 평화의 미래는 찾아볼 수 없는 이번 SCM 공동성명이 매우 실망스러운 이유다. 더이상 한미동맹은 성역이 아니어야 한다. 한미동맹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전면적인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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