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19-11-28   5372

[토크쇼] 그 어떤 무기도 ‘금지’되기 전에 없어진 것은 없다 : 핵 없는 세상과 한반도

 

“그 어떤 무기도 ‘금지’되기 전에 없어진 것은 없다”

[토크쇼] ‘핵 없는 세상과 한반도’ 후기… “핵무기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전은경/ 참여연대 활동가

 

“우리 의사들은 전 세계를 인질로 잡고 있는 비인도적인 행위에 저항한다.”

 

198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International Physicians for the Prevention of Nuclear War, IPPNW)의 수상소감 중 한 문장이다. IPPNW은 신빙성 있는 자료를 토대로 핵전쟁의 위험을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2019년 현재 전 세계 64개국의 의사 등 의료계 종사자들이 모여 핵무기 반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7년에는 핵무기철폐국제캠페인(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 ICAN)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핵무기 사용이 인류에게 초래할 재앙적 결과들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으고 핵무기금지조약(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 TPNW) 채택을 위해 노력한 결과였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두 단체, IPPNW의 공동대표이자 ICAN의 초대 의장을 역임한 틸만 러프(Tilman Ruff) 교수가 학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11월 28일, 평화네트워크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틸만 교수와 함께 참여연대 카페통인에서 ‘핵 없는 세상과 한반도’라는 주제로 토크쇼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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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1.28 참여연대 카페통인에서 “핵 없는 세상과 한반도”란 주제로 토크쇼가 열렸다. ⓒ 참여연대

 

 

핵무기금지조약은 2017년 7월 7일 유엔 총회에서 122개국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핵무기의 개발, 실험, 생산, 제조, 획득, 보유, 비축 등 모든 핵무기 관련 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나아가 핵무기의 완전 폐기를 요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 러시아, 영국, 중국, 프랑스 등 핵보유국들과 NATO 동맹국들, 한국, 일본과 같은 국가들은 조약 채택에 찬성하지 않았다.

 

“그 어떤 무기도 ‘금지’되기 전에 없어진 것은 없다”

 

틸만 교수는 핵무기를 ‘금지’하는 것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인지뢰나 확산탄 금지협약도 이러한 비인도적 무기들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합의를 통해 사용을 금지한 후에 제거하는 과정을 밟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류를 무차별적으로 학살할 수 있는 수단인 핵무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금지’되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핵무기금지조약이 국제적으로 유일하게 핵무기를 금지하는 포괄적인 조약이자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핵보유국과 핵우산 국가를 규제하는 프레임워크라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핵전쟁의 위협은 결코 남의 일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4년 IPPNW가 발간한 보고서 ‘핵 기근: 20억 명의 위기’는 인도-파키스탄 핵전쟁을 가정한 후 히로시마급 핵무기 100개 안팎이 사용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핵전쟁이 일어나더라도 핵전쟁 발발 일주일 만에 폭발과 대규모 화재, 방사선 노출 등에 따른 사망자만 2천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한 핵무기 폭발 여파로 공기로 퍼져 나가는 낙진 등 방사성 입자만 500만 톤에 달하는데 이 입자는 대기를 떠돌며 태양광을 차단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를 일으킨다고 보았다. 이러한 기후 변화로 인해 곡물 생산량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굶주림을 겪는 사람들은 20억 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것이 이 보고서의 전망이다. 

 

틸만 교수는 핵무기금지조약이 필요하다고 확신하는 이유에 대해 “핵보유국들이 이 조약 자체를 싫어하고, 다른 국가들이 이를 체결하려고 할 때 모든 단계마다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6년 10월 남아공은 미국 등 핵보유국으로부터 협상에 참여하지 말라는 ‘지독한 압박(incredible amount of pressure)’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핵무기금지조약의 발효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핵무기금지조약의 채택 자체가 122개국이 찬성해 만들어졌으므로 이는 유엔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았다. 2017년 7월 유엔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은 현재 80개국이 가입했으며 34개국이 비준한 상태다. 조약의 발효를 위해서는 50개국의 비준이 필요하다. 그는 각국의 비준 절차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75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밝혔다.

 

왜 반핵운동인가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2010년 빈에서 열린 반핵 국제회의에 참석해 ICAN에 가입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청년들이 거리로 나와 캠페인을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냉전도 끝났고, 핵전쟁에 대한 위험이 크지도 않은데 왜 공부를 안 하고 반핵운동을 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고 한다. 청년들은 “핵전쟁이 일어나면 유럽, 아시아, 중동이 다를 수 없다. 모두 나의 문제다. 이 시대의 젊은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란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한미동맹은 망원경을 끼고 북한을 감시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안대를 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실제로 미국의 정찰기가 수도권을 비행해도, 북한의 영공을 스치듯 날아가도 북한의 레이더는 이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미사일이 아시아에 전진 배치되는 것은 결국 핵전쟁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차원에서 ICAN의 반핵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는 백날 캠페인을 해봐야 핵보유국 중에 핵무기 하나 폐기한 적이 없다. 너희들의 뜻은 가상하지만 하나도 이룬 게 없다고 할지 몰라도 1945년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발이 일어난 후 전 세계에 한 번도 핵전쟁이 일어난 적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는 핵이 절대로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무기라는 ‘Nuclear Taboo’를 만들어낸 반핵운동의 성과라는 것이다. 

 

한반도에 비핵지대를

 

토크쇼는 한반도 평화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틸만 교수는 교착 상태의 한반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며, 결국은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과 북 두 국가가 결정하는 문제였다면 벌써 해결되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 대표 역시 남북,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일년 반이 지나도록 ‘비핵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지 못한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국이 이야기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이해하는 비핵화의 교집합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국제적으로 ‘비핵지대’라는 개념이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비핵화의 정의와 목표를 비핵지대로 잡게 되면 여러 가지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틸만 교수 역시 비핵지대가 지역적 안보와 신뢰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에도 여러 갈등이 있었지만 비핵지대를 통해 갈등을 줄였다는 것이다. 

 

핵무기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가사키의 피폭자들을 찾아 핵무기 폐기에 모든 사람과 국가가 참가해야 한다며 유엔 핵무기 금지조약의 비준을 촉구했다. 유일한 피폭국임에도 미국의 눈치를 보며 핵무기 금지조약에 찬성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참여를 촉구한 것이다. 

 

이미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핵 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기로 동의한 바 있다. 교착 상태에 빠져버린 남북 관계에서 이런 합의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우리는 핵 없는 세상을 향해 성큼 한 발을 내디뎠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교황이 말씀하셨듯이 핵무기가 없는 세상은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  

 

 

*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

 


노벨 평화상 수상 단체 초청 토크쇼

핵 없는 세상과 한반도 

기억하시나요?

 

유엔 핵무기금지조약 채택을 위해 힘쓴 공로를 인정 받아 201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국제핵무기철폐캠페인(ICAN). 그리고 이보다 앞선 1985년, 반핵 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한 공로로 역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IPPNW)’가 있었습니다. 

 

전 세계 64개국의 보건의료단체와 수만 명의 보건의료인들이 함께하고 있는 IPPNW는 동서 냉전 시절 핵무기의 위협을 알리고 핵무기 감축의 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IPPNW 공동대표이자 ICAN 공동 창립자인 틸만 러프(Tilman Ruff) 교수와 한반도 비핵지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를 모시고 핵무기 반대 운동의 경험, 나아가 핵 없는 세상과 한반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프로그램

  • 일시 : 2019년 11월 28일(목) 19:00 
  • 장소 : 카페통인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6 참여연대 1층) 지도 보기
  • 초대 손님 : 틸만 러프 (IPPNW 공동대표, ICAN 공동 창립자),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공동주최 : 평화네트워크, 참여연대 
  • 영-한 순차통역 제공
  • 문의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02-723-4250 peace@pspd.org

2019. 11. 28. 노벨 평화상 수상 단체 초청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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