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1-18   541

노대통령은 럼즈펠드에게 파병철회를 통보하라

청와대-국방부-광화문 등 서울시내 곳곳에서 온종일 파병반대 격렬시위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 방한 이틀째인 11월 17일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3천명 규모의 2차 파병 협상이 진행되고 그에 따라 럼즈펠드 장관이 감사인사를 했다”는 언론보도가 전해지자 이에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가 온종일 이어졌다. 집회와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라크 전쟁의 배후조종자 럼즈펠드는 파병압력을 중단하고 한국 땅을 떠나라”고 규탄하며, 한편으로는 노무현 정부에게 “럼즈펠드에게 파병철회를 통보하고 빈손으로 돌려보내라”고 촉구했다.

▲ 청와대 앞에서 피켓을 들고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 방한과 파병압력”에 항의하다가 경찰의 제재를 받는 변연식 평통사 대표

한미연례안보회의가 열렸던 국방부 앞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집회가 벌어졌다. 한미연례안보회의 국방장관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럼즈펠드가 감사인사를 하는 것으로 사실상 한국이 추가파병 결정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가 전해지자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 소속 회원 50여 명은 청와대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어 “노무현 정부는 럼즈펠드를 빈손으로 돌려보내라”라며 파병협상 분위기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 SCM회의 기자회견 직후인 3시 30분경, 이라크파병반대 소속 회원 50여 명은 긴급하게 청와대 앞으로 모여, 한국 측의 추가파병 분위기와 그에 따른 럼즈펠드의 감사 제스추어에 강력히 항의했다.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은 “노무현 대통령은 럼즈펠드에게 파병철회를 통보하라”고 외쳤다. 오종렬 공동대표는 “럼즈펠드는 인간학살극의 연출자다. 이 학살에 동참할 것을 협박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다. 지금 이라크는 국제구호단체들은 물론 UN도 철수하는 상황이다. 미군도 철수하고 만만한 한국의 군인을 투입하려고 한다”라며 럼즈펠드 방한 의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도 “오늘 럼즈펠드는 추가파병을 결정해 준 한국정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우리가 전쟁광 럼스펠드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 순간, 수천만 이라크인들로부터는 저주를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파병결정은 자기 나라 국민들 죽이는 대통령이 될지, 살리는 대통령이 될지 결정하는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에게 국민들의 파병반대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고 빈손으로 돌려보낼 것”을 촉구하고,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에게는 “파병압력을 거두고 이 땅을 떠나라”고 외쳤다.

▲ “파병압력 행사하는 럼즈펠드는 이땅을 떠나라”는 피켓을 들고 청와대 앞 길을 가려다 전경들의 벽에 막혀버린 한 시민.

1시간 가량 진행된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는 몇몇 시민들은 피켓을 들고 청와대 앞으로 가려다가 경찰의 제재를 받아 잠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 청와대 앞 집회에서는 강력 진압하려는 경찰과 “정부의 파병협상 분위기”에 분노한 시민들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파병압력 행사하는 럼즈펠드와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항의”는 이날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앞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촛불을 들고 모인 300여 명의 시민들은 “파병압력에 당당히 나서지 못하는 노무현 정부와 주한미군 재배치라는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파병을 요구하는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에 대해 강도높게 규탄했다.

한편 시위 몇 시간 전에 사용자측의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했던 이해남 충남 세원테트 지회장이 분신 25일만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참석한 시민들이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촛불시위에 참석했던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손배가압류, 비정규 문제 그리고 노동탄압 등 최근 노동자들을 자살로 몰고가는 사회구조를 규탄”하며 이는 “노동자 개인의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고 지적했다. 단 위원장은 연이은 사회적 타살을 막고 현재의 노동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죽어간 노동자들을 위로하는 해원굿이 벌어져 집회 참석자들은 물론 지나는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럼즈펠드에게 파병철회를 통보하라

한-미 공동기자회견에 대한 성명

1. 이라크 전쟁 주범으로 전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방한한 가운데, 오늘 오전 한미국방장관 회담에 이어 오후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 오전 한미연례안보회의(SCM) 국방장관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한국과의 파병협의에 사의를 표하고, 파병문제는 한국의 독립적인 판단문제이므로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 파병문제가 자주적 판단의 문제이고, 대한민국이 민주적인 나라라면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의 뜻에 따라서 ‘이라크에 파병할 수 없다’는 원칙을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에게 통보해야 마땅하다. 오늘(17일) 오전, 시민사회단체와 여야의원들은 파병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한바 있다. 최근 몇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미 과반수 이상의 국민들이 파병자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에게 “국민 대다수가 파병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달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파병결정을 철회할 수밖에 없음”을 통보해야 한다.

3. 그러나 오늘 오전 청와대 보좌관들은 ‘미국이 한국정부의 안을 받아들였고 한미간에 파병문제에 대해 사실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각 언론사와 인터뷰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특히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서 이 발언이 나온 것에 주목한다. 이 발언의 진상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민들에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의 밀실합의가 있었다면 국민적 심판을 면하기 힘들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4. 전쟁광으로 국제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럼즈펠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 것은 파병으로 고통받을 이라크시민들에게는 ‘저주’를 받는 것과 같다. 전투병이든 비전투병이든 이라크 인들은 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비전투병 위주로 파병했다 참변을 당한 이탈리아의 사례가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오늘 외신에 ‘후세인 육성’이라며 공개된 오디오 테이프는 미군보다 연합군과 지원세력에 대해 우선적으로 공격하겠다고 공개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이제까지의 실수를 만회하고 국민의 뜻을 올바로 대변하고자 한다면 럼즈펠드가 방한한 지금이야말로 우리 국민의 뜻을 전달하기 가장 좋은 기회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라. 끝.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최현주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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