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22   724

김근태 대표, “통합신당의 파병 당론, 24일 결정”

시민사회단체, 통합신당에 ‘정치적 제동’ 주문

이라크 파병의 국회 비준을 막기 위해 시민사회가 직접 행동에 돌입했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22일 김근태 원내대표 면담을 시작으로 각 당 원내대표들을 차례로 만나 파병반대 당론을 모아 국회비준을 거부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22일 오후 3시, 파병반대국민행동 대표들은 가장 먼저 통합신당 김근태 원내대표를 만나 통합신당이 파병반대를 당론으로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 측은 왜 파병에 반대해야 하는지와 개혁성을 표방하는 통합신당이 파병반대의 당론을 가져야하는 이유들을 꼼꼼히 지적하며, 통합신당이 나서서 일단 국회 내에서 파병반대 여론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근태 원내대표는 “이라크 파병 건에 대해 이미 당내에서 두세차례 격론이 있었다. 아직까지는 당론으로 공식적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부족했으나 이번주 금요일에는 당론을 결정할 것”이라며 당론결정의 계획을 밝히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이 면담에는 김근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송영길, 김성호 통합신당 의원이 참석했으며, 파병반대국민행동 측에서는 홍근수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상임대표, 김종일 전국민중연대 자주평화위원장,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박순성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오늘 면담에서 오고간 대화내용이다.

홍근수=민의를 존중해 파병을 하지 않도록 통합신당이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 행정부가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국회가 비준을 안 하면 파병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지난번 1차 파병결정 때처럼 국회가 무책임하게 결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김근태=잘 알겠다.

정현백=통합신당이 표방하는 개혁성에 대해 국민들은 기대가 높다. 이라크 전투병 파병문제에 대해 그에 부응하는 당론을 내놓길 바란다. 통합신당이 먼저 시작해야 국회에 파병반대 여론을 만들 수 있다.

김근태=두세차례 격론을 벌였지만 당론으로 공식입장을 발표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최대한 노력해서 의견수렴을 하여 금요일에는 당론을 결정할 계획이다.

박순성=임종석 의원이 이미 단식을 시작해서 파병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는 큰 힘을 얻었다. 지난 3∼4월 1차 파병결정 때는 정부방침이 국회 비준 절차에 들어가면서부터 파병반대 운동이 촉발되었는데, 이번에는 정부 방침이 정해지기 한달 전부터 이미 반대 운동이 격렬하게 진행되어 왔다. 당대표를 하면서 여러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파병문제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당내 의견수렴을 하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신속하게 결론이 나도록 당대표로서 최선을 다해달라.

김근태=(웃음) 이제야 본심을 말하는 것 같다.

김기식=국방-외교라인이 문제다. 국회비준이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들이 대한민국 외교라인인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 국익을 위해 일하나,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일하나. 이러한 국방-외교라인이 대통령에게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궁지로 몰아넣어 외교에 경험이 부족한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도록 부추긴다. 이 흐름대로 열흘만 지나면 국회비준이 없는데도 파병이 기정사실로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혁을 표방하는 통합신당이 그 역할을 해달라. 전투병 파병이 아닌 다른 차원의 지원방안이 존재한다는 여지가 제공되어야 공론이 생길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국내의 여론이 외교적 협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의회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적 신념을 같이하는 통합신당이 정부의 파병결정과 반대되는 입장을 갖는 것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김근태=통합신당을 꿰뚫고 있는 것 같다.(웃음)

김성호= 24일 금요일에 통합신당의 당론을 발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통합신당은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햇볕정책을 승계하고, 국제분쟁에 대해서는 평화적 해결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통합신당의 존재의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김종일=정부의 파병결정도 파병방침만 결정한 것이지, 전투병을 파병하겠다는 것은 아닌데, 국방-외교 안보라인이 이 상황을 악용한다. 그렇게 되어 정말 전투병을 파병하게 된다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

송영길=노 대통령이 귀국해 전화받고 당론을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당내에서 올바른 방향이라고 논의된 결론으로 대통령도 견인하고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파병하는 그 순간 노무현 대통령의 의미는 사라지게 된다. 통합신당도 마찬가지다. 단 한명의 이라크인이 죽더라도, 반대로 단 한명의 우리군이 죽더라도, 이러한 충돌이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가 그동안 아랍민중들에게 쌓은 신뢰를 모두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거기에 테러대상까지… 이는 국익이 아니라 엄청난 국익 손실이다.

김근태=잘 알겠다.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대해 국내외 상황을 모두 고려해서, 통합신당의 정체성과 향후 발전도 중요하니, 이러한 것들을 심사숙고해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결정하겠다.

송영길=민족자주가 결여된 정치개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허망한 결의다.

김성호=유엔결의 이후 이라크전에 대한 세계각국의 반응은 더 냉정해졌다. 참전하겠다던 터키도 다시 파병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김기식=국회조사단에 대한 구상이 나왔다고 들었는데, 구성과 내용이 다 문제다. 민간전문가가 너무 적다. 또한 파병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의원들도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러 상황을 검토해야 하는데, 현지 조사를 가서 모술로 파견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도 문제다. 파견지역이 모술이냐 아니냐, 파병인원이 2천 명을 넘느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두가지 모두 실제 전투병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정부가 파병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한 지금, 무방비 상황인 우리 교민들은 어떤 상황이겠는가. 지난번 정부 조사단의 경우, 현지에 있는 우리 교민들과 대화조차없었던 것으로 안다.

최현주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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