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3-21   706

“미국과 같은 삼류국가로 전락하려하는가”

한국정부의 이라크전 파병반대 청와대 앞 1인시위 5일째

한국정부의 이라크전 파병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청와대 앞 1인시위가 21일에도 진행됐다. 5일째에 접어든 이날 1인시위에는 영화인 방은진 씨와 가수 신해철 씨 등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1인시위 첫날부터 발표되고 있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연속 공개서한 ‘이라크전 파병은 왜 안되는가’의 다섯 번째 내용이 이날 발표되었다. 이날 서한은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국익’을 위한 수단과 결정도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주요내용을 담고 있다.

▲”군대파병은 민족의 수치가 될 것” 21일 청와대 앞에서 파병반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신해철 씨
검은색 넥타이를 맨 채 이날 오후 12시부터 ‘이라크 국민의 희생으로 얻는 한반도 평화는 원하지 않는다’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선 신해철 씨는 자리를 지키는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다. 참여연대의 제안에 응하여 이날 자리에 서게된 그는 어제 부시의 개전 성명을 접하고 착잡함과 분노가 일었다고 한다.

그는 “석유와 군수업자들과 기독교 우파 광신도들의 앞잡이인 부시가 바로 악의 축이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겠다며 선제공격을 하면서 자신들의 온갖 대량살상무기를 실험하는 것은 역설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한 “부시 대통령이 선동하고 매스컴이 침묵하는 동안 결국 (전쟁을) 막지 못한 미국인들과 미국은 도덕적 삼류국가로 전락했다”며 부시대통령에 대해 강한어조로 비난했다.

노무현 정부의 ‘국익’차원에서의 파병방침과 관련해서는 “도덕적 부담감을 후손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 지금 말하고 있는 국익은 눈앞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 더 큰 의미의 국익을 고려했어야 했다”며 “군대파병은 미국과 같은 삼류국가로의 전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민족의 수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정부가)전투병이 아닌 공병대와 의무병 파병이 도덕적 부담감을 덜어준다고 간주하는 것은 큰 오해”라며 “깡패가 두들기고 칼질하는 동안 뒤에서 심부름하고 칼을 갈아준다면 깡패행위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된 것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 “혹시라도 무기력에 빠지는 것은 안 된다.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고 용기를 내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1인시위를 비롯해 앞으로 반전시위가 있는 곳이면 가담할 것이라는 신 씨는 동료가수들과도 연대하여 반전콘서트 기획 등의 구체적 활동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희망을 가집시다!”

▲”파병결정, 거두어주십시요!” 영화인 방은진 씨
이에 앞서 11시부터 시위에 나선 영화인 방은진 씨는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 대통령에 대해 “권력을 쥐고 있는 자의 가장 모범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어제 개전성명을 지켜본 사람들 누구라도 그의 야욕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라크의 민주주의를 위해 전쟁을 한다는 말에 기가 막혔다”며 분노를 나타냈다.

한국정부의 파병에 대해 그 역시 “정말 쪽팔리지 않아요? 지지하는 아시아 세 나라 중에 하나라니…”라면서도 “지지를 표명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과연 그렇게 지지를 표명했어야 했을까. 거두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희망을 말했다. “국제정책이라는게 조석으로 바뀌잖아요. (지금 상황이) 뒤집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요”

평소 시민사회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방 씨는 “나 역시 내 행복과 안일을 추구하지만 역시 더불어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평화로 다가가는 길에 참여하고싶다”고 말했다.

이날 1인시위에는 신해철, 방은진 씨 외에도 참여연대 간사 김다혜 씨와 인터넷을 통해 1인시위 참여를 희망한 반이정(34)씨 등이 동참해 파병반대의 뜻에 힘을 보탰다. 미술평론을 하고 있는 반이정 씨 역시 파병계획에 대한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1인시위에 나섰다. 그는 “파병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이번 전쟁에 대해서도 “UN의 결의 없이 패권적인 단독결정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이 아주 나쁜 전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이날 역시 서울시내 곳곳에서는 학계, 노동, 시민, 사회 관련 단체들의 이라크전 중단과 파병반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잇달아 진행되었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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