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4-14   601

“반전평화운동은 계속됩니다!”

4·12 국제반전평화공동행동의 날, 시청 앞 3천명 결의

부시정부가 대량살상무기개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후세인 정권을 몰락시킨데 이어, 또다른 ‘악의 축’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지의 반전평화의 함성은 더욱 드높아지고 있다. “국제반전평화공동행동의 날”12일 일본, 프랑스, 미국 등 40여 국가의 각 도시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규탄하는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는 모습

한국에서도 서울 시청 앞을 비롯해 강원, 충청 등 전국 각 지역에서 대규모 반전평화집회가 진행되었다. 반전평화를 위한 비상국민회의와 여중생범대위,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이 주관한 이날 집회에는 3천여 명의 시민단체 회원들과 학생들이 참석해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철회!” “한반도 전쟁위협 반대!”를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제국주의 ‘해방자’들이 살해한 무고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합시다”

이날 자리에서 단체들은 ‘시민반전평화 결의문’을 통해 미국의 이번 이라크 ‘침략’전쟁을 비난하며 “이라크인들에게 더 큰 고통과 또 다른 전쟁을 부추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국에 의한 일방적인 점령과 통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반도 전쟁위협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낸 이들은 노무현 정부의 파병과 관련, “이라크 전쟁중단과 평화적인 해결의 길이 아니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큰 원칙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는 참가자 뒤로 보이는 최병수 화백의 걸개그림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던 두 다리를 잃은 이라크 소녀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단체들은 또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이라크인들이 전후 재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 나설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영국의 전쟁저지연합(Stop the War Coalitions)과 그리스 전쟁저지연합에서는 이날 집회에국제적인 반전평화운동에 대해 지지를 나타내는 연대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그리스 측은 “우리는 펜타곤의 살인마들의 임명한 장군들로 구성된 ‘정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운동을 제국주의적 ‘해방자’들이 살해한 무고한 이라크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한 한편, 오는 16일 유럽연합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아테네를 방문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 등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전해왔다.

“인식의 대전환을,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합니다!”

이날 집회에는 국회 앞에서 “파병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노상강연을 펼친 바 있는 한양대 리영희 명예교수가 참석, 두 번째 ‘강연’에 나섰다. 리 교수는 이날 “이라크가 2주만에 무기력하게 함락당한 데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것은 미국의 ‘공작, 음모, 모략, 선전, 허위’가 먹혀 세계시민들에게 먹혀 들어갔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91년 이후 전쟁과 유엔의 제재에 의해 모든 무기가 사라진 이라크에는 애초부터 무기가 없었는데도 미국의 술책과 막강한 매스컴의 동원력으로 이유 없는 ‘침략'(리영희 교수는 ‘침공’이 아닌 ‘침략’임을 재차 강조했다.)이 이뤄진 것이고 전쟁이 짧은 시간 안에 끝난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리영희 교수

무엇보다 리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이번 이라크 전을 통해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똑바로 봐야한다”며 ‘인식의 대전환’을 주문했다. 한반도의 위기에 대해서도 “미군의 위협 때문인지 북한의 위협 때문인지 따져 물을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교수는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화해와 한미 군사동맹 관계를 줄여가면서 한반도 안정의 강화와 미군철수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날 집회에는 또한 참여연대 평화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영화배우 정진영 씨가 참석해 여섯 살배기 아이를 둔 아버지의 입장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무언가를 얻기위해서는 부도덕한 행위를 인정하고 명분 없는 것에 동참할 수 있다고 아이에게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살육하면서 욕심을 채우는 야만적 행위는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경들은 소화기를 동원하여 희뿌연 연기 속에서 곤봉을 휘두는 등 격한 진압을 시도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3시 사전행사를 시작으로 시낭송, 노래 등의 문예공연과 참가자들의 연설로 이어졌다. 집회를 마치고 6시께 광화문으로 행진하려던 참가자들을 경찰이 저지해옴에 따라 또다시 충돌이 일어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잇따르기도 했다. 시청 부근을 에워싼 경찰들로 인해 결국 해산하여 광화문에 모인 참가자들은 정리집회를 시작, 9시께 마무리지었다.

김선중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