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07   420

[성명] 정부의 이라크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대한 성명 발표

민간전문가 중심의 조사단 다시 파견하라.국민여론 호도한 국방부 관계자 문책하라.

1. 정부가 추진한 이라크 합동조사단이 결국 전투병 파병을 합리화하기 위한 하나의 요식행위였음이 드러났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어제(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군이 주둔할 북부 모술지역이 ‘안정화되고 있고 테러 위험이 점차 감수 추세’라고 주장했지만, 유일하게 민간인 자격으로 참가했던 박건영 교수(카톨릭대학교)는 한국군의 주둔예상지로 거론되고 있는 모술 지역에서의 조사는 미군의 브리핑 받는 시간을 제외하고 약 45분 가량 밖에 진행하지 않았다며 졸속으로 조사가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그마저도 미군이 제공한 차량과 헬기로 미군정이 안내한 지역만을 돌아본 것이 전부였고, 본인의 요청으로 된 5분간의 모술 상인과의 대화도 미군의 제지로 중단되었다고 한다.

2. 정부 합동조사단은 우리 젊은이들의 생명과 안전, 우리의 국가 이미지와 국제여론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이라크 파병의 여건을 조사하러 간 것이었다. 국방부와 정부 합동조사단은 이렇듯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국민 전체를 상대로 정보조작을 시도한 것이다. 이들은 낯부끄럽게도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적 사명감을 갖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춘 활동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방부와 정부 합동조사단은 자신들이 행한 것이 얼마나 나쁜 일인가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마땅히 알아야할 정보가 왜곡됨으로 인해 영국 등지에서 정권 자체의 기반까지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대해 정부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그들은 미군 브리핑 자료를 검증 없이 단순 인용하는 식으로 조사라고 할 것도 없는 편향된 겉치레 활동을 마무리하고, 그나마 조사단 내에서 제기된 불리한 보고내용을 보도자료에서 제외시켰다. 이는 국방부와 합동조사단이 파병을 유도할 목적으로 국민여론을 호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박건영 교수와 같은 민간인 학자의 양심에 따른 용기있는 발표가 없었더라면 이런 모든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민들은 정부의 발표에 속아 넘어 갔을 것이다.

3. 정부보고서의 백미는 아마도 모술지역이 안전한 지역이라고 밝힌 대목일 것이다. 정부조사단의 결론과는 달리 현재 모술은 이라크에서 바그다드 주변 지역을 제외하고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고, 그 위험이 점차 증가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대다수의 외국 언론들도 이에 대해 보도하고 있고, 유엔의 이라크 보고서에서도 명백히 적시하고 있는 내용이다. 파병여건을 조사하러 갔다는 정부합동조사단장이라는 사람은 유엔의 안전보고서가 존재하는지 알지도 못했고 아예 유엔을 방문하여 현지상황을 조사할 의사도 계획도 없었다. 미군정의 민정이양이 유엔에서 핵심쟁점이고 이라크내의 핵심정치쟁점인데도 유엔의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4. 이번 조사결과발표에서 드러난 문제는 당초 조사단 구성 때부터 제기되었던 국민적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12명의 ‘민-관 조사단’을 구성한다고 하면서 민간인을 단 2명만 참여시켰고, 그 중 1명마저도 국방연구원 관계자여서 파병 찬성론자 일색이라는 비판과 함께 객관성과 신뢰성에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1차 조사는 조사행위로 볼 수 없으며 그 보고서도 일체 믿을 수 없다. 새로운 조사단을 파견해야 한다. 박건영 교수는 1차와 동일한 인력과 조건이라면 조사단 파견이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조사일정이나 대상 면에서도 미군당국의 일방적 안내로부터 독립적인 조사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조사단이 필요하다. 또한 모술에서 3시간이라는 창피한 보고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충분한 조사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이 기간의 상당부분을 파병할 경우 주둔이 유력시되는 모술지역에서 보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 조사단은 2차조사단이 아니다. 사실상 첫 조사단이다.

5.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말도 안되는 조사단을 구성하여 여론을 움직여 보려 한 국방부와 조영길 국방부장관은 물론이고 한승주 주미대사, 윤영관 외통부장관, 김진표 부총리, 정세현 통일부장관 등 참여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정책 각료들이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국민의 민주적 의견 개진을 봉쇄하기 위해 파병바람몰이에 앞 장 서고 있다. 그들은 실체도 없는 국익론을 들먹이면서도 외국의 압력에 대해 우리 국민과 민주주의의 외교적 교섭력을 약화시키는 반국익적 행위를 능사로 하고 있다. 한승주 장관의 사례는 심지어 미국 조야에서까지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창피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실조사와 정보조작에 관련된 국방부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안보외교 각료들에 대한 인사조치도 필수적이다.

6. 정부 일각에서는 10월 말 이전에 파병에 대한 찬반간의 결론을 내야 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와 동의의 절차이며 정부 당국자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미국 정부의 압력이 아니라 국민적 공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당국자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만약 여전히 파병의 명분 찾기에 급급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자 한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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