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실질적인 진전에 실패한 6자회담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200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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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진전에 실패한 6자회담

-‘대화지속성 확보’만으로 돌파구 마련 장담할 수 없어

– 한미공조의 한계 드러낸 회담, 한국정부 독립적 조정력 발휘 절실

오랜교착 상태 끝에 재개된 2차 6자회담이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하고 마무리되었다. 북핵해결의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번 회담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재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과 미국 모두 적극적으로 협상의 문턱을 넘어서려고 하지 않았으며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협상을 봉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에서 북핵협상의 중대한 시발점이 될 수 있는 핵심조치들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북핵해결을 위해 북한과 미국이 취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들은 6자회담을 앞두고 이미 제안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핵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취해져야 할 북한의 핵폐기 선언과 미국의 대북안전보장 선언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동결 대 보상’원칙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과 미국은 기존의 원칙을 고수하며 협상타결을 위한 유연성을 발휘하지 않았다. 특히 미국이 보여준 협상자세는 핵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은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완전하고 검증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요구하는 경직된 협상자세로 일관하였으며 이에 북한은 평화적 핵과 군사적 핵을 구분하는 것으로 맞섰다. 그리고 북한과 미국은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HEUP) 의혹 해소를 위해 진지한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치도 나가지 못하는 등 평행선을 달렸다.

이러한 점에서 ‘의장성명’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지난 6자회담과는 달리 이번 회담에서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의지 표명, 핵문제 및 관련된 관심사 상호 조율된 조처 합의, 2004년 2분기 안 베이징 3차 6자회담 개최, 실무그룹 구성 합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의장성명이 채택되었다. 그러나 이 의장성명은 6자회담 참가국의 합의문 형식으로 발표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화기조를 유지하자는 것 이외에 ‘상호조율된 조처합의’라는 구체성이 떨어지는 합의수준에 머물고 있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만 재천명되고 해결방향에 대한 북미간의 큰 틀에서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3차 6자회담 개최와 실무그룹 구성에 대해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한국정부도 북미간의 간극을 메우는 데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6자회담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한국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했으나 이번 회담에서 정부는 ‘북한이 핵폐기를 전제로 핵동결을 할 경우 에너지를 지원하는 것’을 미국으로부터 양해받는 데 그쳤을 뿐, 회담에서 한국정부가 제시한 3단계 해법안을 합의시켜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정부가 강조해마지 않았던 협상 주도권은 발휘되지 못했다. 한미일 공조는 건설적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기존의 한미일 공조를 통한 북핵협상에 매몰될 경우 한국 주도의 대북 에너지 지원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2차 6자회담은 정부가 추진해 온 한미공조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원칙의 문제점과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협상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는 우를 범했다.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공조에 지나친 기대를 걸었다. 2차 6자회담에서 대화지속의 약속을 얻어내긴 했지만 실질적인 진전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대화지속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교착국면이 장기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둔 올해 안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북미갈등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결국 문제는 북미간의 갈등에 한국정부가 실질적인 조정력을 가지냐는 것이다. 한국은 2차회담까지 지나치게 한미공조에 의존해 왔다. 좀 더 자유롭고 과감한 협상전략이 요구된다. 북미 정부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보다 독립적인 외교적 비전이 요구된다.

2004년 3월 2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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