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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
  • 2003.10.09
  • 207

이라크 현지 취재하고 돌아온 정인환 한겨레신문 기자 인터뷰



정인환 한겨레신문 국제부 기자가 10여 일의 이라크 현지 취재를 마치고 귀국해 10월 9일 오후 7시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이라크 현지상황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정 기자는 현지의 이라크 민심이 "만약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라크인 스스로 정부를 구성한다면 친미정권이 아닌 반미정권이 들어설 정도"로 미군과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에 대한 반감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현지의 치안상황에 대해서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치안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군의 엄격한 정보통제 내면에서는 저항세력과 미군의 교전으로 매일 상당수의 이라크인과 미군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기자는 "향후 이라크 정국이 매우 불투명하고, 저항세력과 미군의 교전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파병은 위험천만"이라고 경고했다. 간담회에서 이뤄진 정 기자와의 질의답변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했다.

미군의 치안 안정 주장은 신뢰성 없다

-미군과 교전을 벌이는 이라크내 세력의 실체와 조직화 정도는?

"미국 주장은 후세인 잔존세력과 북경지대인 시리아, 이란 등을 통해 들어오는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라는 것이다. 후세인 잔존세력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이미 주요 국경지대는 봉쇄했기 때문에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존재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내부에서 저항조직이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군이 파병된다면 동일한 임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진) 미 101공습사단이 맡고 있는 핵심임무는 무엇인가?

"민사작전, 안정화작전 등의 얘기를 하는데 사실 모호한 개념이고, 101사단 관계자 얘기로는 치안유지가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했다. 지금까지 200여 차례 모술지역을 순찰했고, 이중 70여 차례는 이라크경찰과 함께 행동했다고 했다. 활동 중에는 후세인 잔존세력에 대한 소탕작전도 있다고 했다."

-그런 소탕작전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

"미군 말로는 10번의 소탕작전 중 9번은 투항하거나 순순히 응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10번에 한번 꼴로 저항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저항 역시 사전에 철저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탕작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위험성은 없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는 교전이 없었고, 사상자 발생도 수개월 전 얘기라고 했는데, 이 말은 나중에 거짓말로 들통이 났다. 따라서 모술 지역의 안정성에 대해서는 미군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에 대한 이라크 국민들의 인지도나 지지도는 어떤가?

"지역별로 편차는 있는데 과거 바트당 출신들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또는 전쟁 당시 안전한 곳에 있다가 들어온 세력들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전반적으로 불신이 심하다."

미군에 대한 반감 높아지는 추세

-전체적으로 이라크의 치안 유지상태를 평가한다면?

"지역마다 편차가 있다. 그리고 미군이 말하는 치안과 이라크 주민들이 말하는 치안이 다르다. 주민 입장에서 말한다면 일단 부족국가의 전통이 매우 강해 강도, 절도, 폭행 등의 문제는 크지 않다. 적어도 이라크 현지주민들은 스스로 치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고,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처럼 미군과 저항세력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 입장에서는 (스스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치안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군에 대한 이라크 주민들의 반응은?

"시아파가 다수인 남부지역의 경우 후세인 전 대통령의 이름 앞에 반드시 '파시스트'라는 수식어를 넣을 정도로 후세인 정권에 대한 반감이 심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미군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기본 사회시스템이 붕괴한 이후 '6개월 동안 뭐가 달라졌느냐?' 하면서 미군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북부는 훨씬 더 심하다."

-저항세력에 대한 이라크 주민들의 반응은?

"나시리아 공산당 지부장은 '저항은 당연하다. 다만 원유를 비롯한 민중의 부를 파괴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 주민들의 반응은 저항세력에 대해 불안해하면서도 동류의식을 느끼는, 묘한 감정을 갖는 것 같다."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수거되고 있는가?

"이라크는 생일이나 결혼식에 총포를 쏠 정도로 총기류 보급이 일반화돼 있다. 지금도 간혹 그런 일 때문에 미군의 오인사격으로 사망자가 생기는 일도 있다. 무기 수거는 불가능하다."

-현지의 행정시스템은 어느 수준인가?

"한 주민과 인터뷰를 했는데, 나중에 기사가 나오면 신문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래서 주소를 물으니 우리 식으로 풀어서 얘기하면 서울 남산 부근의 무슨 마을에 이름은 아무개 하는 식으로 불러주더라. 주소체계가 완전히 무너졌을 정도로 행정체계가 엉망이라는 얘기다. 수도나 전기 등의 공공서비스도 무너졌다. 오염된 물로 인해 아이들이 하루 평균 5∼6명이 A형 간염으로 병원을 찾을 정도로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석유자원에 대한 관리와 전후복구사업의 주체는 누구인가?

"전후복구사업은 미 임시행정처(CPA)다.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와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한다. 석유에 대해서는 시사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최근 OPEC 회의에 IGC 석유장관이 옵서버 자격으로 출석했다. 미국이 임명한 이라크 석유장관을 OPEC가 받아들일까 논란이 있었지만 받아들였다. 현지에서는 미국이 석유를 빼돌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사실 확인은 어렵다."

이라크 국민은 스스로 정부구성 원해

-이라크 현지 주민들의 민심을 요약한다면?

"우선은 자신들의 생존조건과 관련해 일자리를 간절하게 원한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일자리를 달라는 시위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거의 100%의 주민들이 이라크인 스스로 정부를 구성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한국 조사단의 이라크 현지조사에 대해 평가한다면?

"조사단이 10일 동안 머무르면서 실제로 조사한 시간만 따지면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24시간이 안 될 것이다. 25일에 쿠웨이트에 도착했고, 26일 나시리아에서 2시간 정도, 27일 이탈리아여단과 시의회를 방문해 넉넉하게 잡아 4시간 정도의 시간을 가졌다고 보면 총 6시간이다. 그 다음 일요일은 공휴일이어서 조사가 안됐을 것이고, 29일 바그다드와 30일 모술 지역을 시찰했다. 10월 1일은 다음날 출국 때문에 오후 일정은 갖지 못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10여 차례 조용하게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이라크에서의 질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가상 시나리오를 짜 본다면? 또 이에 기초해서 우리 정부의 대응전략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이라크의 앞날은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미군이 말하는 민주적인 선거가 이뤄진다면 친미정권이 아닌 반미정권이 들어설 것이다. 미군은 물론, 바트당 출신들이 들어있는 과도통치위원회에 대한 불만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또한 나자프 지역만 해도 하루에 5∼6명이 총에 맞아 죽어갈 정도로 저항세력에 의한 교전도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파병은 어리석은 짓이다."
장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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