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협상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웬디셔먼, 빅터 차(동아일보, 2007. 10. 6)

“北 핵무기 제거 없이는 이번 정상회담 미완성”

“北 핵시설 불능화 – 신고만으론 불충분

평화협정 위한 협상 오랜 시간 걸릴듯”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신고는 좋은 진전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해체와 핵무기의 제거가 이뤄져야만 합니다.”

웬디 셔먼(올브라이트 그룹 책임자·사진)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은 4일 본보와의 회견에서 “핵 문제를 풀지 않을 경우 남북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목표들이 미완성이 될 수 있음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식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2000년 10월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북-미관계 개선을 논의했다.

―7년 전 만났던 김 위원장과 이번 정상회담에 모습을 드러낸 그를 비교한다면….

“김 위원장이 여전히 북한 사회를 장악하고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도 예외가 아닐지 모르지만 업무 수행력에는 문제가 없음을 보였다. 한편으로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외부 세계와 접촉하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체제의 생존과 자신의 지위를 담보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의 개방은) 느린 프로세스가 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짧았는데….

“어젠다에 들어 있었다는 점이 기뻤다. 핵 문제가 한국에도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또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다른 모든 목표들도 유보될 수 있다는 것을 김 위원장은 이해해야 한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를 분리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핵시설과 프로그램은 포기하되 이미 생산한 핵무기는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 역시 그 점을 걱정한다. 핵시설 불능화와 신고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핵무기 제거가 반드시 이뤄져야만 한다. 북한은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정상회담 성과를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은 언제나 긍정적인 일이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는지는 미래에 달려 있다. 어떤 실천이 따르는지를 보아야만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 4자 정상회담이 추진된다. 그렇지만 평화협정 체결은 비핵화가 완료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미 행정부의 기본 방침이어서 정상회담 성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평화체제 구축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면 반드시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점에서 한국과 미국의 목표는 같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평화협정을 둘러싼 대화에 동의하기 바란다. 평화협정 협상은 매우 많은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 중에 평화협정을 위한 대화를 시작할지에 있다. 완전한 비핵화를 담보할 수 있도록 시간 순서를 어떻게 짤 것인지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 웬디 셔먼

△1971년 보스턴대 졸업, 1976년 메릴랜드대 사회학 석사 △연방의회, 주정부, 컨설팅회사 등에서 활동 △1993∼1996년 국무부 차관보 △1997∼2001년 국무부 자문관 및 대북정책조정관 △2001∼현재 국제 자문기업인 올브라이트그룹 책임자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3국 정상회담 제안은 北의 中불신 때문일 것”

“영변 핵 불능화만으론 비핵화의지 못믿어

정상회담 성패는 3년 지나야 드러날 것”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성패를 오늘 당장 평가하는 것보다 3년 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여부로 판단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한국계로서 올해 4월 말까지 2년 반 동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사진)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교수는 4일 ‘10·4공동선언’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운을 뗐다.

그러면서 “3년 뒤에도 북한이 여전히 핵무기를 갖고 있고, 협상을 하는 척하면서 시간을 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핵실험 후 핵무장의 단계로 들어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경제협력 문서에 서명해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해 버린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고 말했다.

―10·4공동선언을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나. 노 대통령은 서울로 돌아오면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걸 영변 핵시설 3개를 불능화하는 정도로 알 수 있겠는가. 6자회담이 내년에 3단계로 진입한 뒤 완제품 핵무기를 북한 밖으로 실어 내는 협상을 진행한다면 그때 가서는 믿을 수 있을 것이다.”

―합의문에 담긴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평가한다면….

“그 자체로는 크게 무리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점은 6자회담 합의와 정상회담 합의가 상호 조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과 같은) 한쪽 부분만 앞서 가는 일이 생기면 전체적인 회담 성과가 불신을 받게 된다.”

―공동선언에는 비핵화의 의지보다는 한반도 평화체제 추진 의지가 더 강한 톤으로 기술돼 있다. 특히 3개 또는 4개국 정상회담이라는 의외의 형식이 거론됐는데….

“비핵화가 김일성의 유훈이라는데, 그런 수준의 언급이 이번 공동선언에 들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나도 들었다. 하지만 올해 4월 내가 평양에 갔을 때 북한은 같은 말을 했다. 비핵화 의지는 표현이 무엇이냐보다 협상장에서 북한의 행동에 달린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다자 정상회담은 어렵다. 최소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가 동시에 진행된다면, 미국으로선 엉뚱한 방향으로 튀지 않도록 관리할 수는 있다고 본다.”

차 교수는 특히 ‘3개국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이 빠진다는 의미라면 북한이 갖는 중국에 대한 반감의 표현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북-중 간 불신은 꽤 알려져 있다. 비공개 협상장에서 목격한 양국관계가 그 정도로 나쁜가.

“비공개 회담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 분명한 점은 핵실험 때문에 중국은 분노했고, 북-중 간에 정상 대 정상, 당 대 당, 군부 대 군부의 관계가 망가졌다는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4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서 ‘비핵화하면 평화체제를 만들겠다’는 말을 듣고 평양에 특사까지 보내 전달했다. 하지만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응답했다. 따지고 보면 최근 수개월간 드러난 북한의 행동 변화는 중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안 승인이라는 압박과 미 재무부의 방코델타아시아(DBA)은행 자금줄 압박이라는 양대 요인이 불러온 것이다.”

::빅터 차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 박사 △2005∼2007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보좌관 △저서 ‘핵무장 북한’ △강력한 압박을 병행한 대북 협상론 ‘매파적 포용(hawkish engagement)’을 주창 △현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교수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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