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확산’ 쟁점되나..美 대북경고의 의미(연합뉴스, 2007. 10. 18)

“北, 핵확산 거부 입장 피력..큰 문제 안될 것”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조지 부시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확산도 신고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나서면서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비핵화 2단계 로드맵이 담긴 6자회담 ‘10.3 합의’에 따라 미국의 핵기술팀이 11일부터 북한에 들어가 핵시설 불능화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간 가운데 나온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핵 소식통들은 18일 “미국 조야의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북한이 10.3 합의에 따라 연내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를 이행하는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그 이행수준이 미국이 만족할 만한 단계가 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현재의 협상기조가 깨질 수 있다는 경고라는 것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의 불능화와 전면 신고를 약속한 것과 같이 핵확산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고 핵확산 문제는 핵무기 만큼이나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6자회담의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응분의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한 것은 미국이 이른바 ‘핵확산’ 문제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 지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실제로 ‘10.3 합의’가 최종 채택되기 까지 미국내에서는 북한과 시리아간 핵거래 의혹이 명쾌하게 해명되기 전에는 합의문서 내용을 수용하지 말자는 의견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베이징(北京)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합의문서를 만들 때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본국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6자회담이 일시 휴회에 들어갔었다”면서 “결국 미국 정부가 문서를 수용했지만 미국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흔히 ‘10.3합의’로 불리는 6자회담 합의문서(정식 명칭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 내용에 ‘북한은 핵 물질, 기술 또는 노하우를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항목이 추가된 것도 미국내 기류를 반영한 결과였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내 강경파들은 북한이 결코 핵폐기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며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일부 중동국가에 핵기술이나 핵물질을 ‘수출’하려 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외교소식통들은 “미국입장에서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란이나 시리아 등이 북한의 도움으로 핵무장을 하게 되는 경우”라며 “이스라엘이 핵의 위협에 직면하면 사태는 현재와 비교할 수 없는 국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회견에서 “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3차 대전’까지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 이해되고 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핵확산 활동이 있었다면 이를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하는 것은 물론 일체의 확산 활동 지원을 중단하기로 약속했다”고 강조, 대북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국무부도 북한의 핵확산 문제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향후 6자회담 협의과정에서 북한의 과거와 현재의 핵활동은 물론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활동’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소식통들은 이에 대해 “북한측이 이미 핵확산을 거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이 이슈가 6자회담의 진전을 저해하는 중대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10.3 합의’에 북한이 ‘핵이전을 않는다’는 공약을 재확인한 것에서 보듯 북한은 미국측이 핵확산 이슈를 꺼낼 때마다 상당히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힐 차관보 등 미국의 협상파들도 강경파들이 제기하는 핵확산 이슈를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더 빨리, 그리고 더 높은 수준으로 이행하게 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북한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불능화를 하고 성실하고 구체적인 핵프로그램 신고를 하느냐에 따라 향후 미국내 여론의 향방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 11일 입북한 미국 핵기술팀의 활동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20일께 북한에 들어가는 2차 불능화 실무팀이 구체적인 불능화 작업에 들어가고 연말까지 불능화와 신고 조치가 이행되면 미국내 강경파들의 입지도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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