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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동맹
  • 2021.12.04
  • 526

한반도 평화 운전대 내려놓고 미국의 대중국 패권 전략 편승 선택한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한미 SCM  

불가능한 ‘조건 충족’에 얽매여 결국 전작권 환수 실패

남북 관계에 악영향 미칠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 승인

인도⋅태평양 지역 한미 군사 협력, 대만 해협 문제까지 명시 

사드 정식 배치를 위한 미군의 정례적이고 자유로운 접근 강조

 
지난 12월 2일 한미 국방장관은 서울에서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SCM)를 개최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성적표가 될 이번 SCM의 결과는 더없이 실망스럽고 굴욕적이다.
 
임기 내 전작권 환수는 결국 실패했고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또한 그동안 시민사회가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해왔던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실현을 위한 협력도 여러 차례 강조되었다. 지금까지 SCM 공동성명에 등장하지 않았던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최초로 명시하여 한미 군사동맹이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원될 가능성도 키웠다. 중단된 남북,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선제적 조치는커녕 남북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뻔한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도 승인했다. 법적인 절차도, 주민의 고통도 외면한 채 사드 기지로의 ‘정례적이고 자유로운 접근’을 최종 목표로 명시한 것은 사드 정식 배치를 위한 수순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한미 SCM은 차기 정부에 미중 패권 경쟁에 연루될 부담을 지우는 최악의 합의로 기록될만하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보다 배타적인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군비 경쟁을 가속화할 내용으로 가득한 이번 한미 SCM 공동성명을 강하게 규탄한다.  
 
문재인 정부의 전작권 환수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다. 한반도 평화에 악영향을 미치면서까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지속하고 국방비를 폭증시킨 결과가 겨우 이것인지 묻고 싶다. 전작권 환수 책임은 또다시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 한미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 검증 2단계 절차인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2022년에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3단계 완전임무능력(FMC) 검증이 또 남았다. 2020년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의 요청으로 전환 평가 목록이 90개에서 155개로 대폭 늘어났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한미가 합의한 명확한 조건 충족 기준이 없고 검증의 세부 과제들은 비공개하고 있어 이후에 더 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이 검증 평가를 완료한다 하더라도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한미가 합의한 조건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 환경으로 그 조건 자체가 모호하고 안보 환경은 언제든 변할 수 있어 전환 결정과 시기는 사실상 미국에 달려있다. 애초에 충족할 수도 없고 충족할 필요도 없는 이 ‘조건’들은 차기 정부의 전작권 환수 추진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한미 연합사 작전계획이 더 공격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높아졌고 종전선언은 멀어졌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하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연합지휘 구조의 변화 등에 맞춰 작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SPG는 한미 국방 당국이 작전계획을 새로 작성할 때 그 근거를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으로 2015년 서명한 작계 5015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한미 연합사 작전계획에는 북한의 핵전력 선제 타격, 핵무기 최종 승인권자를 제거한다는 참수 작전, 유사시 북한 점령을 의미하는 안정화 작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에 따르면 새 전략기획지침에 평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에 대한 감시정찰을 강화하는 한편 ‘최우선 타격 표적’을 대폭 늘리고, 유사시 가용한 전력을 총동원해 최단시간에 제거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게다가 한미는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연합연습 및 훈련 지속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2022년 한미연합군사훈련 시행에도 합의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남북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군사적 긴장을 증폭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개는 더욱 난망해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 후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을 접견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국방장관이 보내는 신호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욱 장관은 “종전선언은 정치적⋅선언적 의미라 새로운 전략기획지침과 특별한 관계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만약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기로 하고 미사일 실험을 재개해도 종전선언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고 할 것인가. ‘종전선언’이 비록 평화협정 또는 평화체제 성립과는 다른 ‘선언’에 불과할지라도 그렇기에 더욱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의지와 신뢰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종전선언이 현실에서 가능하고 실제로도 의미 있는 효과를 내려면 상호 군사적 위협을 줄여나가는 조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전쟁 국가 사이의 적대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작업도 이어져야 한다. 더구나 종전선언은 한미 간의 합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이고 안이한 현실인식에 개탄한다.
 
제재와 압박, 군사행동으로 대화를 이끌어내고 평화를 만들 수는 없다. 군사력이나 군사비에 있어 이미 북한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한미 정부가 선제적으로 위협 감소 조치를 취하는 것이 상황 변화를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시기다. 지난 2018년 남북, 북미 합의의 결정적 전기를 마련했던 것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군사 행동과 군비 증강 중단을 통해 대화의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미 군사동맹의 지역 군사 개입이 확대되어 중국 등 주변국과 갈등을 키우고 역내 군비 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상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및 세계에서 국방 및 안보 협력을 지속 증진해나가겠다”는 문구가 새롭게 추가됐다.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도 최초로 명시되었다. 양국 국방장관은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간 협력을 모색하기로 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은 조화되기 어렵다. 한국의 동아시아 정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이 지역의 다양한 나라⋅체제⋅문화와의 평화로운 공존과 협력이다. 사람 중심의 다자 평화 협력의 질서를 만들기 위한 균형 잡힌 외교적 노력이야말로 평화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한국 정부가 견지해야 할, 한반도와 동아시아 주민의 요청에 부합하는 접근법이다. 동맹국의 군대를 동원해서 지역 내 패권을 유지⋅강화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는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도⋅태평양 구상’에서 주창되는 평화⋅민주주의⋅항행의 자유 등은 결코 군사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특히 동아시아처럼 군사 강국들이 밀집한 곳에서는 더더욱 어렵다. ‘항행의 자유’를 빙자해 군함을 보내 특정 국가를 상대로 제해권을 장악하려는 패권적인 구상은 ‘항행의 자유’를 정의한 유엔해양법협약의 취지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주민 모두의 터전인 해양을 군사화함으로써 결국 모두의 ‘항행의 자유’, ‘무해통항의 권리’를 침해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 냉전적 구상을 밀어붙인 이들에게 가장 큰 군사적 도전과 위험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장래 미국만이 아니라 이 지역의 모든 국가가 유엔해양법협약에 가입조차 하지 않고 ‘분쟁수역’ 혹은 ‘민감한 해양수송로’라고 스스로 정의한 모든 곳에 ‘항행의 자유’를 빙자해 군함을 보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신냉전’이라 불리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간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균형 잡힌 다자외교와 평화 협력이지, 미국이나 중국 중 어느 한쪽과 협력하여 냉전적인 군사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한미동맹 보다는 균형외교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과 이를 위한 한미일 군사 협력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법적 절차도, 주민들의 고통도 외면한 채 사드 정식 배치를 위한 기지 공사와 미군의 자유로운 출입 등을 허용한 것도 큰 문제다. 이번 SCM에서 한미 장관은 “(성주 기지 사드 포대의) 정례적이고 자유로운 접근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밝혔다. 지난해 SCM에서 “성주 기지 사드 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구축하기로” 합의한 이후 한미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사드 정식 배치 수순을 밟고 있다. 심지어 지난 5월부터 매주 2회씩 강행되는 공사 자재와 장비 반입 작전으로 성주, 김천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가 극에 달한 상황을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했다고 표현하며, 미군에게 프리패스를 끊어준 셈이 되었다.
 
미국은 이미 사드 체계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사드와 패트리어트 통합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발사대 이동 배치나 추가 배치 가능성도 언급해왔다. 사드 배치 초기부터 시민사회가 우려해왔던 한국의 미국의 대중국 MD(미사일 방어체제) 편입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책임을 돌려왔지만 사드 배치를 못 박고 완성시킨 것은 결국 문재인 정부다. 지금이라도 미국 MD 참여를 거부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를 즉각 철거해야 한다.  
 
이번 한미 SCM 공동성명은 역사적인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기적 같은 ‘한반도 평화의 봄’을 만들어냈던 문재인 정부에서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 위협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앞으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협력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축소하고,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 정부의 운신의 폭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촛불 정부’로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가 남기고 싶었던 유산이 과연 이런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와 끝나지 않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통적인 군사 안보 개념을 뛰어넘는 인간 안보, 국경을 넘는 연대와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낡은 군사 동맹의 강화나 군비 증강이 아니라 평화로운 협력과 연대다. 이런 기대를 저버린 제53차 한미 SCM 공동성명을 강력히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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