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베이징 회담 결과와 북의 ‘대담한 접근’에 대한 논평 발표

10여년 논란 가장 첨예하고 근본적인 협상국면에 진입

1. 지난 23-25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중 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대담한 접근’으로 표현되는 일련의 포괄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써 북한의 핵개발을 두고 지난 10여년간 이어져 온 논란은 베이징 회담을 계기로 가장 첨예하고 근본적인 협상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 북한은 이미 보유한 핵무기를 포기하고 핵시설과 미사일 수출 등을 동결하는 대신 대북 체제보장, 불가침확약, 에너지를 포함한 경제지원, 관계정상화 등을 요구하는 포괄적 타결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 동의를 거친 불가침 조약을 요구하던 기존의 주장에서 문서 형태의 불가침 약속으로 한발 물러서는 대신, 관계정상화와 북미 평화협정의 체결 등을 통해 좀 더 근본적인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옵션을 추가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과거의 쟁점에 비추어볼 때 새로운 제의는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북한 스스로 핵무기보유를 확인한 것, 미사일 수출 문제 등 미국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자 하는 대량살상무기문제를 스스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점, 자신들이 원하는 체제보장의 방안들을 포괄적으로 열거한 점 등은 북이 이 제안을 상당기간 동안 준비해 왔으며 전면적 협상과 근본적 해결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3. 우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든 한반도에서의 핵무기의 개발, 배치, 사용에 반대하며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역시 단호히 반대한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으로 남북한 신뢰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북한은 지금 매우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는 결코 자위의 수단이 될 수 없다. 북한의 핵무기보유는 한국민과 주변국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주변각국의 군비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전쟁의 위험을 고조시킬 뿐이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 선언으로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는지 모르지만 이로 인해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불신 역시 동시에 짊어지게 되었으며, 북한에 대한 봉쇄와 무력사용의 명분을 찾기에 더욱 용이하게 되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조속히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

북이 핵무기 폐기의 의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어떠한 논의의 진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북한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평화와 관계개선임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4. 한편, 핵무기 보유에 대한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역제안한 이른바 ‘대담한 접근’은 그 자체로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이 점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 확인 등 우려했던 결과가 확인된 상황에서도 미국 등 회담 당사국들이 유용한 회담으로 평가하고 북한의 관계개선 제의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에 대한 제재나 무력개입이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왔다. 북한이 구체적인 협상의 제안들을 꺼내 놓고 대화의 여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은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여 구체적인 협상의 조건들을 제시해야 한다.

북이 핵무기 폐기와 미사일 수출 중단 등 쟁점을 해결할 의사와 계획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제재를 해결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일을 ‘악행에 대해 보상’하는 행위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적절한 처리절차를 북과 합의하는 것을 전제로 미국이 취해야 할 상응하는 최소한의 조치들, 예컨대 북에 대한 불가침 약속, 중유공급 중단 재개 등과 관련된 구체적 제안을 내놓음으로써 모처럼 형성된 대화와 협상의 국면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5. 북미중 회담은 비록 북한 핵무기 보유 발언 등 예기치 못한 충격적 소식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입장을 분명히 확인하고 추가적인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회의였다. 우리는 이같은 대화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편, 북미중 회담과 함께 당사자인 한국을 포함하는 다각적이고 다자적인 협상의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북미간의 문제임을 고집하며 쌍무적 형식을 강조하는 북한은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 보유 등 중대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남한 정부와 관련된 진지한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힘들다. 어제(29일) 마무리된 제10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한반도핵’에 대한 협의를 공동합의보도문에 삽입시키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나 이마저도 이틀 여의 실갱이 속에 매우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문구로 삽입되게 되었다는 점에서 북한당국의 소극적 태도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남한 정부의 중재자적 역할과 당사자적 지위를 존중하여야 한다. 북한의 대담한 접근이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포함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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