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국면, 군사동맹의 관성에서 벗어나 협력 외교로 평화를 만들자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앞두고 시민평화포럼은 성명을 발표하여, 맹목적인 한미동맹 의존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협력 외교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중 갈등 국면, 군사동맹의 관성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협력 외교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만들자  

 

 

오늘(3/17) 미국 국무·국방 장관이 방한하고, 내일은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가 5년 만에 개최될 예정이다. 더불어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 대한 가서명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 한국군의 역내 역할 강화 등을 압박하고 있다. 미중 갈등과 대결은 한반도-동아시아의 평화와 주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고,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과 상충한다. 맹목적이고 관성적인 한미 군사동맹 의존은 원치 않는 갈등과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이번 방한 중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한미 관계 현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째,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은 이대로 체결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10일 타결된 방위비분담금 협상안은 역대 최대 증액, 최장 유효기간, 유례 없는 국방비 증가율과 인상률 연동 등 최악의 합의이며, 트럼프 정부의 50% 인상 요구를 결국 실현한 안이다. 전작권 환수 등을 이유로 국방비를 인상하면서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하여 다시 주한미군 주둔 지원도 늘리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주한미군 주둔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SOFA 협정에도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 방위비분담금을, 코로나19 재난 극복을 위해 사용할 예산도 부족한 상황에서, 합리적 근거도 없이 매년 증액해야 할 이유를 더이상 찾을 수 없다. 예정된 가서명은 중단되어야 하며 국회로 공이 넘어간다면 국회는 이번 협정안을 부결시켜야 한다. 

 

둘째, 전시작전통제권은 즉시 환수되어야 하며, 그 어떤 조건도 환수 연기의 이유가 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 환수 조건 충족을 명분으로 전력 증강을 지속해왔으나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환수는 불투명해 보인다.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위해 필요하다며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했으나, 정작 이번 연합군사훈련에서 전작권 환수를 위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은 진행되지도 못했다. 전작권 환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모든 것이 조건 충족의 문제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그 조건 자체가 모호하고 안보 환경은 언제든 변할 수 있어 전작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하는 구실만 되고 있다. 주권 국가로서 당연한 권리인 전작권을 조건 충족의 문제로 엮지 말고 즉각 환수해야 한다.   

 

셋째, 사드를 매개로 미국 MD(미사일 방어체제)가 강화되는 것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최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하원 청문회에서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미사일방어청(MDA)이 세 가지 특정 능력(specific capabilities)을 개발 중”이며 “하나는 이미 한반도에 배치됐고 나머지 2개 요소도 올해 안에 설치되어 탄도 미사일 방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발언하였다. 그러나 이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합동긴급작전요구(JEON)에 따라 사드 발사대와 포대 분리 및 원격 조정, 사드와 패트리어트 통합 운용 등 사드 체계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왔다. ‘임시 배치’ 상태일 뿐인 사드 기지는 공사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MD 능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고, 이는 결국 한반도·동북아 평화를 위협하고 군비 경쟁을 심화할 뿐이다. 사드를 철거하여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넷째, 격화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 구축을 향한 한국의 의지를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은 이번 한국, 일본 방문을 앞두고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을 명분으로 주한미군이 대중국 군사행동에 동원될 가능성, 쿼드 플러스(Quad Plus) 등의 형식으로 쿼드에 동참하거나 그 하위 파트너로서 협력하게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중 대결의 심화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 관계 개선과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은 분쟁의 군사적 해결이나 무력 시위에 반대하며,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고 일관되게 밝혀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대중국 군사협력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한다. 한국 정부는 이번 2+2 회의를 계기로 이루어지는 여러 정책 결정과 협의들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맹목적인 한미동맹 의존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협력 외교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실현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와 기후 위기 등으로 전 세계적인 연대와 협력이 더욱 중요해진 지금, 낡은 냉전 질서를 넘어 평화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힘을 쏟을 것을 촉구한다.  

 

 

2021년 3월 17일

시민평화포럼 고양통일나무, 녹색교통, 녹색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어린이어깨동무, 자유언론실천재단,  참여연대, 통일맞이, 평화3000, 평화네트워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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