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즈음한 참여연대 입장

한반도 동북아 평화에 배치되는 한미군사동맹의 역할 확대에 반대한다

– 전시작전통제권 환수하고 주권국가다운 합동전력구조로 전환해야 –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한미동맹의 지역동맹 전환 반대해야 – 한반도 평화 직결된 국가적 사안에 대해 사회적 토론 배제한 비밀협상 밀실야합 결과통보는 용납되기 힘들 것

한미 양국의 국방부는 내일(10월 21일) 37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을 개최하여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포함한 한미지휘체계발전방안과 주한미군 재배치 및 군사임무 이양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 중대한 한미 군사현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 평화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그 동안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어온 한미동맹 재조정에 관한 일련의 협상들이 이번 회의를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며, 또한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전략이 관철되는 방향으로 한미동맹이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배치되는 한미동맹의 역할확대와 공세적 재편에 대해 명백히 반대하며, 이번 회의에서 다뤄질 현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정부는 전시작전지휘통제권을 환수하고 연합지휘체계를 한미 합동전력구조로 전환하는 등 주권국가간 관계에 걸맞은 새판을 짜야 한다.

참여정부가 밝힌 바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온전한 군사주권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에 대한 당사자로서 독자적인 작전계획수립 및 위기관리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를 늦출 이유가 없다. 또한 북한에 대한 책임 있는 군사적 대화파트너로서 유효한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6개의 연합위임사항들(Combined Delegated Authority)을 즉각 환수하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일정을 구체화해야 한다. 아울러 독자적 작전통제권을 바탕으로 미국이 주도하여 입안되고 있는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한미연합작전계획 등의 재검토도 서둘러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와 함께 한미연합사로 이루어진 연합지휘체계도 주권국가간의 군사협력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주한미군 전력은 거의 배제된 채 대부분 한국군 전력으로 이루어진 기형적인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한미 양국의 독자적인 작전기구가 서로 협력하는 합동전력구조(joint forces structure)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한미군의 입출입에 대해서는 사전협의 수준을 넘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한국 정부가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것은 주한미군에게 기지와 방위비 분담금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당연한 권리행사이다.

정부는 한반도 방어목적에서 벗어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의 지역동맹 전환에 반대해야 한다.

미국은 대테러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지구적 범위의 군사력 투사를 신속하고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미동맹의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한반도내 연합전력의 증강과 기지 재배치, 주한미군의 역할전환 등을 통해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는 한편, 이를 위해 한미동맹을 지역동맹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한미연합전력이 태평양상의 다른 우발사태에도 동원될 수 있다”는 캠벨 미 8군 사령관의 발언 역시 한미일을 축으로 하는 지역동맹으로의 재편과 주한미군은 물론 한미연합전력의 전략적 유연성의 확대를 시사하고 있다. 또한 이라크 파병 등 대테러전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강화되는 해외에서의 한미군사협력은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에 한국이 동원되어 결과적으로 세계에 더욱 심각한 무장 갈등의 악순환을 가져오는 침략적 역할을 분담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동맹의 재편은 주한미군의 북한 위협에 대한 대처라는 주둔의 근본 목적에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며, 한국이 미군의 전 세계 전장으로의 투사거점이 되고 한국군과 국민이 한반도 안정과 무관한 패권적 군사행동에 간여되도록 강요하거나 심지어 우리 자신의 평화와 안녕을 심각히 위협하는 자가당착적 행위에 동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주민들의 근본이해와 배치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주도하고 구체적으로 이끌어 가야 할 절박한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반면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지역동맹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다자간 평화체제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군사적 패권국가에 편승하거나 일방적으로 동원될 것이 아니라, 평화외교와 협력안보의 원칙을 견지하고 이를 통해 다자안보틀을 형성하는데 주력해야 마땅하다.

한반도의 장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한미동맹 재편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비전공유를 배제한 정부의 정보독점과 통제, 비밀 협상과 일방적 통보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한미동맹 재편 논의에 있어 정부의 비민주적이고 비밀주의적인 협상태도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동맹 재편이 한반도 평화와 직결되어 있으며, 한반도 미래를 가늠한다는 점에서 동맹의 방향이 일부 정부 당국자에 의해 결정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정부는 한미동맹 재편에 관하여 정부의 입장과 협상결과를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거나 중론을 모으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비밀협상 끝에 양국 국방부 장관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의례적이고 일방적인 자세는 참여정부 들어서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나오는 ‘포괄동맹’이니, 한미동맹의 ‘지역안정 유지역할’등이 한미동맹 성격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정부는 제대로 설명해준 적이 없다. 특히 지난해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을 통해 한미연합전력의 증진과 역할변환, 그리고 재배치 등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으나 이 또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며, 국민들은 이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이나 회의결과를 들은 바가 없다. 한미안보정책구상(SPI), 차관급 전략대화 등도 마찬가지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 재조정에 관한 정부의 안일하고 근시안적인 대미협상도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용산 및 LPP 협정 등 주한미군 재배치 사업과 관련하여 우리는 기지이전 사업이 미국의 해외주둔군사재배치(GPR)의 일환이며, 이는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화를 위한 것임을 줄곧 지적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시민단체 입장을 일축하며, 주한미군재배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미국의 군사전략변화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기지이전협정이 국회 비준동의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노무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거론하며, 한반도가 동북아 분쟁에 휩쓸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등 정부가 전략적 유연성 문제 수습에 뒤늦게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한 큰 틀을 세우고 대응하기 보다는 사안별로 협상에 임했던 한국 정부의 미숙한 협상전략의 결과는 미국 스스로 주한미군 재배치 사업의 성과를 초과달성한 것으로 평가내리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또 다시 우리는 비공개로 진행된 협상들이 협의, 확정될 한미연례안보협의회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협상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함으로써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한 사회적 토론 자체를 봉쇄하고 한미동맹 재편에 대한 공론화, 정보의 적절한 공개, 장기국가비전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부재한 것에 대해 먼저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한미동맹의 재편 움직임에 반대하며, 정부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해온 협상들이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확정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무엇보다 정부는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과정이나 이해, 설득의 노력이 없다면, 국민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만을 수용하고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끝.

평화군축센터



PDe2005102000.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