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행동] 트랜스젠더는 당신 곁에 있다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International Transgender Day of Visibility, 3/31)을 맞아, 지난 3월 27일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며,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공동행동’이 지하철 2호선과 서울광장 등에서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1시 30분부터 지하철을 타고 책을 읽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후 3시 31분 서울광장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200여 명의 참가자들은 봄비를 맞으며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故 변희수 하사를 다시 한번 기억하며 트랜스젠더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고 이들이 더는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바랐습니다. 

발언 전문 등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 보도자료 링크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어요 ^^ 

20210327 트랜스젠더 가시화의날
20210327 트랜스젠더 가시화의날
20210327 트랜스젠더 가시화의날

2021.03.27 트랜스젠더 가시화의날 공동행동 스케치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며,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공동행동

트랜스젠더는 당신 곁에 있다

2021년 3월 27일(토) 

1시 30분 지하철 행동(2호선)

3시 31분 서울시청광장 (동편광장) 기자회견

곧 다가올 31일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입니다. 트랜스젠더로서, 우리가 이 자리에 있다는 당당히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에서 멈추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서있는 이 자리를 넘어, 군대에, 학교에, 안전한 가정에, 사회 곳곳에 우리 트랜스젠더들이 진입하지 못한 그 모든 공간에 우리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정부와 사회에 요구하고, 부조리에 저항하겠습니다. 단순히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넘어, “우리가 그 곳에 있을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내년 이 자리에, 내후년에, 앞으로 우리에게 이어질 그 모든 시간에,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 오면 꼭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것을 위해 우리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 정말 잘 살겠습니다. 

햇살(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2020년은 한국 트랜스젠더 가시화에 있어서 한 획을 그은 한 해였습니다. 군대와 대학, 그리고 정치권 등 삶의 전반에 걸친 여러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사회에 들려주었습니다. 변희수, 숙명여대 합격생 A, 임푸른, 김기홍은 그동안 가부장제의 성별이분법적 문법을 옹호하고 답습하던 공간에서도 트랜스젠더들이 있다는 공연한 사실을 커밍아웃을 통해 입증해 주었고, 이는 우리의 용기가 되었습니다. 낯선 존재에 대한 혐오적 반동이 있었지만, 우리는 앞서 나간 사람들과 우리를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꿋꿋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정하게도 느리게 진전되는 사회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아무런 법적, 사회적 보호체계도 없이 혐오와 차별을 맞닦드려야 했고, 그 과정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습니다. 가시화의 주력들이 추모의 대상이 되고, 애도의 목소리가 존엄과 존중을 위한 외침으로 승화되는 순간 속에서 우리는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 만들어진 그 의미를 다시 새겨봅니다. 

빌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라고 시몬 드 보부아르는 말했습니다. 성별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럽게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이성애중심 가부장제 사회구조 속에서 지정받는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성별이 명확하게 여성과 남성 두 가지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성애중심적인 가부장제 속에서 여성과 남성이라는 두 개의 성별만을 전제하고 이에 따라 규범을 부여하고 질서와 권력을 분배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은 바로 이 지점에 대한 도전입니다. 페미니즘은 타고난 것이 아닌, 태어나면서 사회로부터 지정받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에 따라 삶의 조건이 달라지는 사회구조를 바꾸려는 실천입니다. 그렇기에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연대합니다.

바사(한국여성민우회)

사회적 약자, 사회적 소수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숨 쉴 공간이 없습니다.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사회적 폭력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합니다. 언제까지 차별과 혐오라는 폭력을 휘두를 겁니까. 언제까지 차별과 혐오라는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지켜보실 겁니까. 정부와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즉각 제정해야 합니다. 사회적 폭력, 사회적 타살이라는 큰 악업이 멈춰질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변희수님과 김기홍님 두 분이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길 기원하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의 그날까지 함께 연대하고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몽스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기자회견문

트랜스젠더는 당신 곁에 있다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며

 

지난 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모두를 위한 평등’ 영상에 출연했던 故 변희수 하사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촉구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저희도 세금 내는 자랑스러운 한 국가의 국민인데, 왜 이렇게 숨어서 살아야 할까요. 저희 같은,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세상 앞에 나섰던 변희수 하사는 자신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군에서 쫓겨났다. 그저 존재를 증명했을 뿐인데 결과는 가혹했다. 어딘가에 숨어 눈에 띄지 않기를 요구받는 삶, 그러다 눈에 띄면 몰려나고 마는 삶. 결국 생에서도 몰려나고 마는 삶. 우리 사회가 트랜스젠더에게 강요하고 있는 잔인한 현실이다.

다가오는 3월 31일은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다. 군대, 학교, 회사, 대중교통, 식당, 길거리, 그리고 당신의 옆, 어디에나 트랜스젠더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보이는 날이다. 또, 당신과 함께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날이다. 트랜스젠더는 오늘도 당신 곁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다.

변희수 하사와 우리 곁을 함께 살았던 또 다른 트랜스젠더들을 기억하며, 오늘 우리는 우산을 든다. 하늘색, 흰색, 분홍색 우산을 들고 비처럼 내리는 혐오와 차별을 함께 헤쳐 나가기로 결심한다. 변희수 하사가 ‘갈 길이 멀다.’고 이야기 했던 그 길을 이어 걸을 것이다. 트랜스젠더 가시화를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어디서나 서로 안전하게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나아가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쟁취할 것이다. 변희수 하사의 이름으로 승리하여 그러한 세상을 앞당길 것이다. 

2021. 03. 27.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 군인권센터 / 녹색당 /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 대전충남인권연대 /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 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 / 무지개예수 / 부산성폭력상담소 / 성소수자 부모모임 /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 인권운동사랑방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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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31개 단체,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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