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21-10-21   1601

[stopADEX][연속기고 ①] 무기 팔아 돈 벌고 인도적 지원? 대한민국의 끔찍한 이중성

2년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 무기 전시회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Seoul ADEX 2021 : Aerospace&Defense Exhibition 2021, 이하 아덱스)가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됩니다. 세계의 주요 군수업체와 각국 정부의 국방 담당자가 참여합니다. 이 중에는 민주시위를 탄압하고 내전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국가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군수업체들은 자사의 무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홍보하며, 전시회가 성공적일수록 더 많은 무기가 거래됩니다. 무기 거래는 ‘국가안보’를 명분 삼지만 기후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세계적인 위협을 마주하며 우리는 더 이상 무기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에 아덱스 저항행동은 전 세계 무기 산업이 초래하는 비윤리성과 인명 살상, 군비경쟁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칼럼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10월 19일부터 25일까지 글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아덱스저항행동(stopadex.org)은 무기 전시회를 반대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평화활동가들, 평화운동 단체들의 네트워크로 2013년부터 아덱스 무기 전시회 반대 활동을 해왔으며, 2021년에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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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무기 팔아 돈 벌고 인도적 지원? 대한민국의 끔찍한 이중성

② 에어쇼, 불편한 진실 감추는 ‘전쟁 프로파간다’

무기 팔아 돈 벌고 인도적 지원? 대한민국의 끔찍한 이중성

[전쟁없는 세상을 위하여 ①] 이웃의 목숨 겨누며 돈 버는 산업에 저항하는 이유

 

뭉치 전쟁없는세상 무기감시팀 코디네이터

 

 

오늘(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2021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서울 ADEX, 아래 아덱스)가 서울공항에서 열린다. 아시아 최대규모로 열린다는 이 방위산업전시회를 두고 언론에서는 “K-방산 도약의 기회”, “K-방산의 미래”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붙여 아덱스를 홍보하는 보도가 연일 이어졌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은 무기수출액 세계 9위에 올랐다. 2015~2020년 동안 이전 5년 대비 210% 급증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방위산업을 꼽았던 박근혜 정권과,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은 방위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선정한 문재인 정부에 걸쳐 활발하게 추진되어온 방위산업 수출 정책의 결과다. 각국의 무기딜러와 무기구매 담당관, 군 고위급 장성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덱스는 방위산업수출 진흥 정책에 핵심적인 행사가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에도 아랑곳없이 열린 2021 서울 아덱스 역시 무기거래의 ‘큰 손’들을 모실 준비가 한창이다. 

 

 

전쟁범죄국에 무기파는 나라

 

이렇게 팔린 한국산 무기는 어디에서 어떻게 쓰일까. 한국산 무기가 예멘전쟁에서 쓰이고 있다는 것은 이제는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2019년 아덱스저항행동은 한화의 세열수류탄과 LIG넥스원과 한화가 공동생산한 대전차미사일 현궁이 예멘 전쟁에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5년 발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예멘전쟁은 “역사상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했다.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2021년 5월 기준 약 13만 명에 달하며 전체 사망자의 4분의 1이 아동이다. 인구의 55%가 식수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10분당 1명의 예멘 어린이가 영양실조, 설사, 호흡기 질환 등으로 사망하고 있다. 전쟁은 공습, 무차별 폭격, 성폭력, 고문 등 갖가지 폭력으로 예멘사람들의 삶을 습격했다. 수십만 명이 전쟁으로 파괴된 삶의 터전을 떠나 난민이 되었다. 

 

전쟁은 방위산업에 있어 사업의 중요한 기회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2015~2019년 동안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각각 첫 번째와 네 번째로 많은 무기를 수출했다. 예멘전쟁 발발 이후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 방위산업의 ‘최대고객’이 되어온 셈이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동 방위산업 시장의 ‘큰 손’이라 부르며 무기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 역시 활발히 이뤄져 왔다. 국방부장관 회담이나 순방을 통해 방산협력을 논의하는 일이 정기적으로 이뤄져 왔다.

 

특히나 한국에서 열리는 방위산업전시회는 전시회 참석을 위해 입국한 군 고위급과 국방부 장/차관 사이의 교류가 이뤄지기 좋은 기회다. 한국정부는 이미 “10월 18일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아덱스 참석 차 방한한 파야드 빈 하메드 알-루와일리 사우디 총참모장과 제2차 한-사우디 국방협력위원회를 개최하고, 양국 국방·방산협력 발전방안 및 지역 안보정세에 대해 논의하였다”고 발표했다. 

 

아덱스저항행동은 10월 5일 서울 ADEX 공동운영본부가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건물에서 이하 아덱스 개최를 규탄하는 기습 퍼포먼스를 벌였다.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자국민을 탄압하는 정권, 전쟁범죄를 일삼는 국가의 군 관계자들이 ‘VIP’로 초청된다며 아덱스 중단을 요구했다. (사진 = 아덱스저항행동)

 

2019년 유엔은 “예멘 내전에서 저질러진 공습과 무차별 폭격, 저격, 지뢰, 자의적 살인과 구금, 고문, 성폭력, 인도주의적 구호 방해 등” 예멘전쟁에서 발생한 전쟁범죄의 책임자로 예멘정부군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UAE를 지목했다(2014년 9월 이래 예멘의 인권상황 보고서, UNHRC 예멘에 대한 국제 전문가 그룹).

 

동시에 전쟁 당사자들에 무기 판매와 군사적지원을 한 영국, 미국, 프랑스 등도 전쟁범죄의 책임자로 언급되었다. 전쟁범죄의 직접적 가해국뿐만 아니라 무기 판매 등의 ‘간접적 연루’ 또한 전쟁범죄의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반인도적 범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VIP 고객 삼아 무기를 꾸준히 공급해온 한국 역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 3월 정부는 예멘 내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약 1900만 불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 전,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중동 최대규모의 전시회 IDEX에서 UAE 정부가 한화의 천무를 구입하기 위해 29억55백만 디르함(약 8995억 원) 규모의 무기거래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에 전해진 두 소식에 실소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전쟁범죄 가해국에 보란 듯이 무기판매를 하며 예멘 위기를 발생시키는 데 가담했으면서, 마치 남의 일인 듯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니. 한국의 이중적인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웨스트 파푸아의 호소

 

작년 봄, 전쟁없는세상에 웨스트 파푸아 탄압에 동원되고 있는 한국산 무기를 조사해달라는 국제 평화단체들의 요청이 들어왔다. 1963년 인도네시아에 점령당한 웨스트 파푸아에서는 50년 가까이 점령에 저항하는 운동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저항운동을 벌이고 있는 웨스트 파푸아 사람들을 인도네시아군과 경찰이 각종 무기를 동원해 탄압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로 제일 많은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한국과 대규모 무기거래 계약을 여러 차례 맺어온, 방산수출의 우방국이다. 많이 알려진 T-50전투기나 잠수함 외에도 최루탄이나 물대포, 장갑차 등 지상무기나 시위진압장비도 많이 수출되었다. 

 

웨스트 파푸아의 저항운동을 기록하는 유튜브 채널 Papua Merdeka에서는 인도네시아군과 무장한 경찰이 각종 무기들을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2011년 10월 촬영된 영상에서는 “웨스트 파푸아 민중들의 의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진압하는 인도네시아 경찰의 모습이 뚜렷이 담겼다. 장갑차로 시위대열을 흩뜨리며 등장한 인도네시아 경찰은 장갑차 바깥으로 총구를 겨누며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고 있다. 여기 등장한 장갑차, 한화디펜스의 바라쿠다다. 

 

2011년 10월 “웨스트 파푸아 민중 의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한화의 바라쿠다 장갑차가 동원되었다. (사진=Papua Merdeka 유튜브 캡쳐)

 

 

최고속도 100km/h의 우수한 기동성과 최고 수준의 야지주행능력을 갖췄다고 홍보되고 있는 바라쿠다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 ADEX에 전시되었던 단골 출품무기로, 인도네시아 외에도 베트남 등지로 수출되었다. 대지정공의 물대포차 역시 웨스트 파푸아 시위현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한국산 시위진압장비다. 2019년 11월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ar Resisters’ International)은 웨스트파푸아 사람들의 평화적 시위를 탄압하는 데 일조한 대지정공을 “이달의 전쟁수혜자”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대지정공의 물대포차 (사진=산업일보 기사 캡쳐)

 

대지정공은 서울 아덱스를 비롯한 한국의 각종 무기박람회 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의 무기박람회에도 활발히 참여하며 각국으로 자사의 시위진압 장비를 수출하고 있다.  

 

웨스트 파푸아에서는 저항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초법적 살인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을뿐더러,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혐오범죄 역시 만연하다. 이 탓에 웨스트 파푸아 사람들에게 행해지는 각종 범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통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식민지배가 시작된 이후 약 10만 명에서 50만 명의 웨스트 파푸아 사람들이 살해되었다고 추정할 뿐이다. 50년 동안 웨스트 파푸아 사람들이 생명을 걸고 폭압에 저항하는 사이, 인도네시아군과 경찰에 무기를 쥐여준 나라. 바로 한국이다.  

 

 

K-방산은 누구를 겨누나

 

지난 6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Land Force 2021 무기박람회에서 한화 탱크 위에 올라가 시를 읽고 있는 줄리안 (사진=Disrupt Land Forces)

 

 

“당신들의 무기로 죽임을 당한 이들은 우리의 적이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의 친구입니다.”

 

지난 6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Land Force 2021 무기박람회에서는 한 노인이 전시 중인 한화의 레드백 장갑차에 기어올랐다. 탱크 위에 우뚝 선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준비한 시를 읽었다. <우리의 이웃들을 위한 기도>라는 제목의 시였다.

 

그는 한화의 무기들이 웨스트 파푸아에서 사람들을 겨누고 있고, 그런 한화가 호주와 장갑차 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한국이 왜 무기를 보내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던 그는 말했다. 한국은 세계대전을 먼저 시작한 나라도 아니고, 오히려 다른 나라들에서 시작된 ‘적대감’의 피해자가 아니냐고. 

 

한국은 일제의 식민지배, 한국전쟁이라는 끔찍한 역사를 거치며 심각한 전쟁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나라다. 전쟁이 사람들의 삶과 공동체에 어떤 상흔을 남기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잔인한 전쟁을 겪은 지 70년이 지난 지금, 안타깝게도 한국은 전 세계 무기수출 9위라는 성적을 자랑하며 세계 곳곳에서 전쟁에 가담하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가 가담하고 있는 전쟁은 또 어떤 이들의 삶에 어떻게 상흔을 남기는지 똑똑히 바라보아야 한다. 화려한 에어쇼로 포장된 아덱스의 이면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남기고 있는 상흔을 바라보길 바란다. “자랑스러운” K-방산은 누구를 겨누나. 우리는 “우리 이웃들”의 목숨을 겨누며 돈을 버는 산업에 단호히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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