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21-04-21   1177

[GDAMS 연속기고 ①] 군사비와 코로나 확진자 수, 세계 군사 강국의 민낯

4월 10일부터 5월 17일까지 한국을 비롯하여 필리핀,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 세계 각지에서 2021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캠페인이 진행됩니다.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은 매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 발표에 맞춰 군사비를 줄이고, 평화를 선택할 것을 각국 정부에 촉구하는 국제캠페인입니다. 올해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위기와 인간 안보에 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비를 줄여 공공의료 확대, 사회안전망 구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는 연속 기고를 진행합니다. 한국에서는 오는 4월 26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세계군축행동의 날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군사비와 코로나 확진자 수, 세계 군사 강국의 민낯 

[2021 세계 군축 행동의 날 ①] 무기 살 돈으로 공공병원 확충하고 백신 구매하는 게 진짜 안보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가장 많은 10개국은 군사비 모두 군사비 지출 20위 안에 드는 국가이고, 이중 6개국은 군사비 지출 10위 안에 드는 국가다.

한국은 코로나 이전에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군사비 지출 국가였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 군사비 지출 10위에 이름을 올렸고, 2015년부터 2019년 사이에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무기를 수입했다. ⓒ 연합뉴스

 

 

2020년 2월 27일,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코로나 확산으로 군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2월 24일 국방부가 전군에 야외훈련을 전면 중지하라는 지침을 내린 뒤였다.

 

병무청은 2월 24일부터 4월 13일까지 신병 징집을 위한 병역판정검사를 중단했다. 군사 훈련이 중단되어도, 신병을 뽑지 않아도 ‘안보공백’은 없었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습관처럼 ‘안보공백’을 우려했지만, 코로나 시대에 국민들이 걱정한 것은 안보공백이 아닌 ‘의료공백’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안보’ 자체가 아니라 ‘군사적인 수단에 의존하는 안보 체계’였다.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것이 ‘안보’라면, 코로나는 안보의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강한 군대로 국경선을 아무리 지켜봤자 전염병을 막을 수 없고, 결국 국민의 안전과 평화가 위협받는다. 코로나는 하나의 예시일 뿐, 더 다양한 안보 위협 앞에서 강한 군사력은 앞으로도 허수아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세계 군사비 지출 경향 2019”, 2020년 발간 ⓒ 전쟁없는세상

 

 

 

▲  전 세계 코로나19 현황(2021년 4월 18일 한국시간 오후 2시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각종 수치는 강한 군사력, 특히 강한 군사력 구축을 위해 군사비를 지출하는 것이 코로나 등 새로운 위협을 막는 데 얼마나 의미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 세계 최강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은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에서도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미국만 그렇다면 미국 정부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 군사비 지출 상위 국가들과 코로나 확진자 숫자 상위 국가들은 상당히 일치한다.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가장 많은 10개국은 군사비 모두 군사비 지출 20위 안에 드는 국가이고, 이 중 6개국은 군사비 지출 10위 안에 드는 국가다. 확진자 숫자 최다를 기록한 여섯 개 국가 가운데 3위 브라질을 제외한 다섯 개 국가(미국, 인도, 러시아, 영국, 프랑스)가 핵무기 보유국이다.

 

강한 군사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코로나 대응에서 단순히 쓸모없기만 한 것이라면 오히려 문제는 단순할 수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일 년을 겪어본 코로나 대응은 결국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확산을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역사상 어느 전염병보다도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날 때 중증환자를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다시 말하면 광범위한 공공의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코로나 대응에서 핵심인데, 막대한 군사비 지출은 공공의료로 갈 국가 재원을 가로채기 때문이다.

 

201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ICAN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미국이 핵무기에 지출한 돈은 모두 35억1천만 달러(약 3조 9038억 원)다. 이 돈은 30만 개의 중환자실 병상과 3만5천 개의 산소호흡기를 확보하고, 15만 명의 간호사와 7만 5천 명의 의사를 고용할 수 있는 돈이다. 영국이 7억 2천만 파운드(약 1조 1203억 원)를 핵무기에 쓰지 않았다면 10만 개의 중환자실 병상과 3만 개의 산소호흡기와 함께 5만 명의 간호사와 4만 명의 의사를 고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력분쟁을 봉쇄(lockdown)하고 우리의 삶을 위한 진정한 싸움에 집중해야 합니다. 역겨운 전쟁을 끝내고 전 세계를 파괴하고 있는 질병과 싸워야 합니다”라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이나, “지금은 무기 생산과 거래를 계속할 때가 아닙니다. 사람들을 치료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할 막대한 돈을 낭비할 때가 아닙니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결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 시기에도 늘어난 한국의 군사비 지출

 

한국은 코로나 이전에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군사비 지출 국가였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 군사비 지출 10위에 이름을 올렸고, 2015년부터 2019년 사이에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무기를 수입했다. 2018년에는 1인당 국방비를 737달러 지출했는데 이는 미국(1954달러)의 뒤를 이어 영국(862달러), 프랑스(792달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었다. GDP 대비 국방비의 비율로는 한국이 2.28%로 영국(2%)이나 프랑스(1.91%)보다 오히려 높았다.

 

2020년 한국이 세계에서 몇 번째로 많은 군사비를 지출했는지는 스톡홀름평화연구소의 발표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코로나도 한국 정부의 군사비 지출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한국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방비를 삭감한 나라이지만, 이는 유가 하락으로 생긴 불용액과 취소가 예상되는 사업비용, 이미 취소된 훈련비용, 무기 도입을 연기한 비용 등이었을 뿐이었다. 2020년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50조 1527억 원이었고, 2021년 국방비 예산은 오히려 전년 대비 5.5%가 증가한 52조 8401억 원으로 편성되었다.

 

만약 2020년에 비해 증가한 2조 7천억 원가량의 국방비를, 아니 2020년보다 삭감하여 더 많은 군사비를 공공의료 시설을 확충하는 데 쓴다면, 혹은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지원하는 등 방역을 위한 노력에 쓴다면,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의 생활이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코로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점차로 다양해지는 안보 위기 속에서 한정된 국가 예산을 군사비에 쏟아부어서는 안보를 지킬 수 없다.

 

지난 4월 10일부터 전 세계 각지에서는 군사비를 대폭 삭감하여 현재 우리가 직면한 코로나 팬데믹과 생태계 위기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할 것을 촉구하는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사람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예산을 중심으로 안보 패러다임을 재구성해야 한다. 군사비를 인간안보(human security)와 공동안보(common security)를 위한 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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