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장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남용·낭비되는 국방예산

한국형 전투기․공격헬기,

차기전차 관련 2010년 예산 삭감하고 경제적·정책적 타당성 재검토 착수해야

무기 산업은 녹색성장과 무관, 국가주력산업 될 수 없고 되어서도 곤란
 

국회 국방위원회 예결소위가 2010년도 국방예산안을 다루면서 여기에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 예산 등을 신규로 책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구갑우)는 ‘신경제성장동력화’라는 명목으로 시도되는 일련의 무기개발사업의 맹목성과 그것이 가져올 예산낭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과 공격헬기 개발 두 사업 모두 그 사업의 타당성이 의심되어 온 사업이다. T-50은 군 당국의 홍보와는 달리 해외 수주경쟁에서 잇따라 실패하고 있다. 이 보다 첨단 사양인 미국의 F-35 수준의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은 KDI가 일찌감치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일부 사업내용을 조정했다고는 하나,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 없이 착수를 서두르면 결국 특정 방산업체의 항공기 라인에 물량을 제공하기 위한 본말전도의 땜질식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은 과거 한국형다목적 헬기(KMH) 사업 기획 당시 KDI, 감사원 등으로부터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 모두 의심되어 중도하차하였다가 한국형 헬기사업(KHP)로 부활, 기동헬기만 수량을 줄여 개발하는 것을 전제로 그 결과를 보고 추후 공격헬기 개발여부를 판단하기로 유보했던 사업이다. 게다가 개발이건 수입이건 공격헬기 자체가 한국지형에 필수적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반론이 있다. 따라서 기동헬기 사업이 성공했는지의 여부, 기대했던 기술축적 여부, 개발당국이 주장해오던 시장판매 경쟁력 여부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형 헬기 개발을 강행하는 것은 여러모로 졸속적이고 섣부른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한 항공기 회사에서 확실한 기술기반도 없이 고정익과 회전익을 동시에 개발하고 양산하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원리에도 맞지 않는 무모한 투자이다. 그런 선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최근 방위사업청은 한국형 차기전차 흑표 개발 사업이 핵심부품의 결함으로 인해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흑표 사업은 육군과 방산업체들의 무분별한 욕심에서 시작된 불요불급한 사업의 대표 격이었다. 남북 전차력을 비교할 때 K-1급 이상의 전차는 사실상 필요 없고, 축선이 4개밖에 없고 대부분의 축선이 산악지형인 한반도에서 탱크전력 소요 자체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특정 기업에 독점된 장비개발을 시도한 결과가 이런 식을 부실을 잉태하게 된 것이다. 흑표의 사례는 다른 항공기 개발 사업에서도 반복되어 왔던 폐해를 다시 확인해 준 것에 불과하다.  

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가? 국방부의 맹목적 군비증강 논리와 과잉투자 상태의 부실방산업체의 생존논리의 조악한 조합에 불과한 ‘국산장비개발론’을 마치 대단한 ‘신경제동력’활성화 전략인양 받아들여 온 탓이다. ‘수입만 할 수 없으니 국내에서 만들어서 수출도 하자’는 주먹구구식 논리를 안보라는 이름으로, ‘수출입국’이라는 이름으로 안이하게 수용해온 것이다. 사실 현재 추진하는 국가주도 R & D 산업 중 향후 ‘한국을 먹여 살릴’ 사업으로 전문가들에게 거론되는 사업 중 방산관련 분야는 거의 없다. 굳이 언급된다면 나노기술, 로봇 기술의 일부가 방위산업과 연관되어 거론될 뿐인데 이 기술의 경우 민간기술이 군사기술에도 반영되는 것이지 그 역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신성장동력’ 산업 목록에도 대다수의 방위산업이 빠져있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내세우고 군비축소를 언급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는 바람직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나, 여전히 국방예산 증가액은 국가재정 증가율의 두 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 그 실천의지가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꼼꼼한 판단도 없이 방위산업을 지원하고 국방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녹색성장, 녹색기술을 내건 이명박 정부의 주장과도 배치되는 일이다. 과연 어떤 무기산업이 녹색성장을 가져온다는 말인가? 무기수출을 국가주력산업으로 육성하면서 어떻게 북한의 미사일 수출은 막고 북과 군축을 논의하겠다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와 여야 국회는 당장 불요불급한 전력투자계획을 축소하고 이를 민생복지예산으로 돌려야 한다. 특히 경제적 타당성이나 정책적 재검토 없이 맹목적으로 청구된 국산장비개발 예산들이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 중 공격형 헬기 개발 예산, 한국형전투기 개발 예산, 차기전차 예산은 그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적어도 이번 회기에는 사업을 착수 혹은 양산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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