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로 주민생존권과 직결된 군사기지 건설 결정한다?

군사기지 건설에 대해 주민의사 묻는 것은 민주국가의 당연한 의무

도민 의사 대변해야 할 제주도정, 국방부 요구따라 기지건설 확정에만 급급

어제(5월 1일) 제주도는 도민 일부를 대상으로 조만간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해군기지 건설문제를 결정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주 중에 1차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내주 중에 TV 토론회와 2차 여론조사를 통해 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하고 기지 후보지역도 상대적 찬성률에 따라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제주도정이 주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군사기지 건설 문제를 왜 이토록 서두르는지, 그것도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도 없고 법적 근거도 없는 여론조사 방식을 고수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문제를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한반도가 시급한 안보위협에 처해 있는 것도 아니고, 주민들도 군 당국이 제시하는 해군기지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실현 가능하고 타당한 것인지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상태이다. 국방부 역시 여론조사 결과를 정책상 참고용으로 삼을 뿐이지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지금 제주도정이 해야 할 일은 도민들의 갈등을 부채질할 여론조사를 강행하는 것이 아니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정보와 그 파장을 도민들에게 충실히 설명하고, 주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민주성과 합리성을 갖춘 정책결정 과정을 밟는 일이다.

더욱이 국책사업을 앞세워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의사를 묻는 것은 불가하다고 하면서 여론조사를 통해 기지건설 문제를 결정하겠다는 발상 역시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0일 최광섭 국방부자원관리본부장은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건설돼야 하는 사업”이라며 “주민투표를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정부에 요구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군사기지 건설이 비록 국가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을 때에는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것이 법적으로나 규범적으로나 민주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며, 피해 주민들의 당연한 권리 요구이기도 하다. 제주 해군기지가 국가안보에 필수적이라든가, 국가안보 문제는 국가만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인식은 군사력만이 국가안보를 지켜준다고 믿는 군 당국자들의 낡은 인식과 해석일 뿐이다. 지역 주민들과 국민들에게 이를 강요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평택기지 건설 사례와 같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기지건설을 강행했을 때 어떠한 사회적 갈등과 상처를 빚게 되는지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제주도정이 실시하려는 여론조사 방식은 법적 근거도 없고 그 자체로 타당하지도 않다. 밀어붙이기식으로 여론조사를 강행한다면 제주도민의 의사를 대변해야 할 제주도정이 군 당국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 기지건설을 확정짓는데 급급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제주 도민간의 치유하기 어려운 갈등과 상처를 남길 것이며, 동북아 평화지대로서의 제주, 평화의 섬 제주의 구상도 크게 훼손시킬 것이다. 지금이라도 제주도정은 해군기지 건설 결정을 위한 여론조사 계획을 철회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직접 묻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이에 앞서 도민들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설명과 토론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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