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1-12   793

명령계통까지 어긴 돌출발언, 최고통수권자에 대한 도전인가

국방부는 미국의 한국측 압력 통로

국방부가 주요한 국가적 결정사항인 파병문제와 관련하여 정부의 입장까지 왜곡 발표해서 국민적 혼란을 부추기는데 앞장서고 있다.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마치 정부가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발언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었다.

차 실장은 ‘책임지역을 맡을 수 있는 대규모 파병이 필요하고, 정부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국가안전보장회의의 항의와 시정요구를 받고 ‘추가파병 규모, 성격, 시기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해명했다. 파병과 관련해서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한 발언치고는 너무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다.

우선 이번 기자회견이 정부 2차 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직후에 급작스럽게 나온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2차 조사단은 전투병 파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이라크의 현지인들 조차도 한국군의 파병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결국 국방부의 의도는 여론몰이를 통해 전투병 파병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것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국방당국은 명령 계통을 가장 중요시하는 곳이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차영구 정책실장의 돌출적 발언이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받아들여지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파병과 관련된 논란을 떠나서라도 국방당국의 이런 행태에 대해서는 분명히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번 발언으로 국방부는 미국의 한국측 압력의 통로임을 재확인해 주었다. 기자회견 당사자인 차영구 정책실장은 대표적인 친미인사로 분류되어 왔을 뿐 아니라, 지난 한-미 파병협의단의 일원으로 다녀온 바 있다. 지난 주에 열린 한-미 파병협의에서 한-미간의 입장은 크게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고, 따라서 한국측에 대한 강한 파병압력이 예고되어 왔었다. 결국 이번 국방부의 돌출 발언을 통해 국민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도대체 대한민국 국방부는 국민의 의중을 우선하는지, 미국의 압력과 요구를 중요시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파병을 둘러싼 국민적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국방당국에 대한 문책을 해야 할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난 1차 조사단의 부실조사 및 거짓 보고 의혹과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국방당국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또한 ‘파병반대 국민행동’도 파병여론몰이를 주도한 국방부 장관에 대해 경질을 촉구한 바 있다.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인식한다면 우선 차영구 정책실장부터 경질해야 할 것이다.

이런 웃지 못한 하극상이 일어난 것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 지난 10월 18일 국민의 뜻에 반하여 전격적으로 파병을 결정하고, 이후 온 국민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파병결정을 철회하지 않고 어설프게 비전투병 파병 운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미국의 파병압력을 단호히 거부하고, 파병방침을 즉각 철회하는 것이 국민적 혼란을 막는 길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평화군축센터



PDe2003111201.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