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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11.03.15
  • 2692

이준기 일병께 드리는 글


이준기 일병님 안녕하세요
영화인 이준기가 자연스럽지만, 오늘은 이 일병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며칠 전 이 일병이 출연하신 한 홍보영상을 보았습니다.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학교 안보교육 강화’를 지시한 이 후 국방홍보원이 만들었다는 청소년용 정부표준 안보영상물에 출연하셨더군요. 그 영상 속에서 이 일병이 연기한 것은 “이준기 오빠와 함께하는 일일 안보교실”이었습니다. 이 영상은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배포되었다지요.

이 영상물에서 이 일병님은 북한의 도발 이유로 '3대 세습체제 굳히기', '주민 불만 억누르기', '우리 국민 갈라놓기'를 꼽았고, 특히 '우리 국민 갈라놓기'의 설명 부분에는 천안함 논란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 일병님은 "선진 각국 권위자들이 참여해 밝혀낸 것들조차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국민들을 갈라놓았다"면서 "만약 그때 그렇게 싸우지 않고 우리 국민이 힘을 합쳐서 철저히 대비했더라면 연평도 도발을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역할을 맡아야 했지요.

이제야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입니다. 이 일병이 출연하신 그 영상에서 북한의 ‘우리 국민 갈라놓기’에 이용되거나 혹은 찬동하여, 선진 각국 권위자들이 참여해 밝혀낸 것들조차 믿지 못하여 국민들을 갈라놓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고, 결국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도발까지 불러온 장본인 중의 한 명인 셈이지요.

만약, 이 일병이 출연하신 그 동영상이 유치원과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상연되어 제작자가 의도하던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 아이들 중 일부는 저를 ‘연평도 포격사건’을 불러온 ‘국민자격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겠지요.

명령에 따라 정해진 각본에 따라 연기했을 뿐인 이 일병님께 따지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몇 마디만 항변할까 합니다.

우선,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해 불신을 조장한 것은 정부입니다. 따라서 정부 주장에 따르자면, 우리 정부야말로 북한의 우리 국민 갈라놓기를 도운 셈입니다.

천안함 침몰 이후 국방부는 최소한의 기초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채, 각색되고 왜곡된 정보를 찔끔찔끔 내놓다가 국민들의 거센 비판과 문제제기에 직면했습니다. 천안함 침몰 이후 군 조사당국이 말을 바꾸거나 기존 입장을 번복한 사례는 사고발생 시각, TOD(열상표시)동영상 유무, 생존가능 시간, 물기둥 여부, 이른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는 1번 어뢰의 설계도와 소개책자, 1번 어뢰의 알루미늄 산화물 성분분석 결과,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 크기와 명칭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참여연대가 발견한 것만 24가지 이상입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다가 도리어 국민들의 불신과 의혹을 더 키우고 말았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지방선거 개시일인 5월 20일에 맞추어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이 과정에서 잘못된 어뢰 설계도,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모의폭발실험 결과를 가지고 나와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설명하는, 웃지못할 일도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지방선거가 한창인 5월 24일, 전쟁기념관에서 자극적인 연설을 통해, 설익은 의혹투성이의 조사결과에 따라 남북관계를 전면 중단하고 북한에 대해 군사적 외교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연평도 사건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라고 역설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날치기 예산안 처리를 강행했습니다. 안보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략적 이용이 정부를 불신하게 만들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천안함 사건의 진실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해 침몰했다고 결론 내리면서 제시한 소위 ‘결정적 증거’는 거의 대부분 결정적 반론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고해역에서 인양된 것이라고 소개한 어뢰부품과 침몰한 선체에 흡착된 알루미늄 산화물을 채취하여 이 흡착물이 어뢰폭발의 증거라고 제시하면서 유사한 모의 실험결과도 공개하였습니다. 그러나 동일한 알루미늄 산화물 샘플을 과학자들에게 의뢰하여 조사한 결과, 국방부가 제시한 물질은 폭발에 의해 생성될 수 없는 물질로서, 자연상태의 바닷물에서 형성된 물질일 가능성이 높다는 실험결과가 나왔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같은 가능성을 민군합동조사단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국방부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민간 과학자들의 조사결과가 제시된 후, 국방부 조사단의 한 연구자는 방송인터뷰를 통해 군 조사단이 민간전문가 실험결과와 유사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어뢰공격 외에는 다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폭발에 의해 생성된 물질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답변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중형어뢰를 발사할 능력을 보유한 북한의 연어급(Yeono? 혹은 YONO? class) 소형잠수정에 대해 5월 20일 조사결과 발표에서 130톤 내외라고 발표했으나 6월 초 유엔보고서에서는 80톤으로, 다시 10월 국회에서는 200톤에 가까운 크기의 잠수정이라고 번복하였습니다. 국방부 주장에 따르면 한미 정보당국은 연어급 잠수정의 실체를 지난 5년간 파악하여 추적해오고 있었다고 하는데, 자신들이 5년간 추적해왔다는 잠수정의 크기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천안함 진상을 조사하는데 선진 각국 권위자들이 참여했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또한 정부는 선진 각국 권위자들이 참여해서 밝혀낸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 조사를 위해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등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이 우리 정부가 구성한 조사단을 지원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부 조사단이 결정적 증거라고 제시한 ‘1번 어뢰’와 거기서 검출된 이른바 ‘알루미늄 산화물’의 분석에 이들 전문가가 참여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미 대사관에 한국정부가 발표한 내용 중 어디까지 함께 조사하고 함께 결론내렸는지 궁금하다고 여러 차례 질의한 바 있는데, 미 대사관측은 아직까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다만 한국의 조사결과를 신뢰한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 정부들은 한국정부와 양해각서를 맺고 천안함 조사과정에 대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천안함 1주기를 맞아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에서 파견한 전문가들이 과연 어떤 조사에 참여했는지 재차 질의해 볼만 한 일입니다.

스웨덴에서 파견한 전문가들은 최종보고서에 자신들이 참여한 조사분야에 한 해서만 동의한다는 묘한 문구를 단서조항으로 남겼습니다. 그 최종보고서에서 군은 스웨덴 조사단이 천안함의 어뢰 스크루가 관성에 의해 휘어진 것으로 분석했다고 기술했지만, 스웨덴에서 파견한 선박전문가들의 조사결과가 우리 정부에 전달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한편,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중립국감독위원회 구성원인 스웨덴, 스위스, 폴란드 대표들은 한미가 주도하는 유엔군 사령부가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지으면서도 핵심적인 정보를 중립국 대표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적인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넷째,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은근슬쩍 연결시키는 것은 근거없는 정략적인 접근입니다. ‘천안함 폭침(?)’ 이후의 국론분열이 연평도 사건을 가능하게 했다는 주장 역시 파시즘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반민주적 발상입니다.

천안함 사건 처리과정과 조사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연평도를 포격한 북한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분노에도 근거가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은 아직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규명되지 않은 미제사건이고, 연평도 사건은 그렇지 않습니다. 연평도 사건을 핑계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됩니다. 미찬가지로, 연평도 사건은 북의 공격적 행위에 의한 것이므로 북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직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을 범죄시 하거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를 남북대화의 양보할 수 없는 전제로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연평도 사건이 국론분열 탓이라는 주장은 더더욱 옳지 않습니다. 그것은 마치 민주주의가 성숙한 사회가 더 취약한 사회라는 식의 주장과 다름없습니다. 실제로 이 일병이 연기한 안보동영상물에 의하면, 베트남이 나태한 안보의식과 국론 분열로 인해 패망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으니, 그 인식수준이 한심하기는 하지만 메시지 자체는 일관된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이스라엘을 “주변 위협세력에 대해 한결같이 단호한 나라”라고 추켜세우는 대목에서는 국방홍보국이 왜 북한을 칭송하지 않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는 국제규범을 반복적으로 어기고, 레바논과 팔레스탄인 등 주변국을 불법적으로 침공하거나 민간인 거주 지역에 미사일과 폭탄을 퍼붓기를 예사로 여겨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천안함 사건을 북의 소행으로 결론지은 이명박 정부는 연평도 사건 직전까지 서해와 동해상에서 무수히 많은 군사훈련을 해왔습니다. 문제는 대다수의 군사훈련이 북한 급변사태 대비 훈련 같은 공격적이고 비현실적인 힘자랑에 치중되었다는 점입니다. 세상 어느 나라가 과연 자국을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상황 앞에 초연할 수가 있을까요? 북한이 민군을 가리지 않고 연평도에 직접 포격을 가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집권 이래 남북 정상간 합의를 모두 파기하고 북한 급변사태 계획을 공격적으로 발전시켜온 현 정부가 서해 NLL(북방한계선) 지역의 군사적 긴장고조에 일조해왔다는 사실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너무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적어도 수백만명의 학생들에게 항변할 기회도 가지지 못할 한 시민의 넉두리쯤으로 넉넉하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을 맺기 전에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서두에서 굳이 영화인 이준기님을 이 일병으로 칭한 까닭은 자유로운 영화인이었다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대본으로 연기할 것을 명령받은 당신을 영화인 ‘이준기’가 아니라 ‘이 일병’이라고 칭해야 옳다고 생각해서입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영상물을 통해 이 일병님은 영화 ‘왕의 남자’에서 영화인 이준기가 연기했던 광대 ‘공길’ 이상으로 신랄하게 현실을 풍자해 주셨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근엄하기 짝이 없는 안보동영상에 출연해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수준 이하의 대사를, 말할 수 없이 진지한 모습으로 연기한 것보다 더한 익살, 더한 풍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 결과로 논란이 증폭되고 ‘국론이 분열’되었으니 이 또한 얼마나 코믹한 상황인가요?

모름지기 자기 자신을 조소거리로 만듦으로써 세상을 조롱하는 것이 광대의 본성이자 역할이지요. 비록 ‘일병’의 신분으로 주어진 각본대로 대사를 외웠지만, 영화인 이준기는 완전한 망가짐을 통해 완전한 풍자를 창조해낸 셈입니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고급스러운 풍자는 시간을 두고 이해된다고 하니, 이 일병이 출연한 안보영상물을 본 유치원과 초등학생 친구들도 머지않아 자신들이 본 안보집체교육 자료의 풍자적 의미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남은 군 생활,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빕니다.

 
'공길'을 흠모하는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 올림

이글은 통일뉴스(3/14)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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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가지가지하는 정부(정권)이라 아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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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끼는 것이지만,
    도데체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의 권력에의 감시와 비판마저 없다면
    지금의 국가와 이 사회가 어떻게 흘러갈것인지 소름이 끼치고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수가 없다. 참여연대야말로 진정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소금과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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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과 소금이라....그랬던적도 있었겠지....
    참여연대가 하는 행동들이 다 맞나....그들도 사람일진데... 웃기는 일이야 차라리 어뢰를쏘고 포를 쏘면 같이 맞장이라도 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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