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천안함 진상조사, 더욱 두터워지는 비밀의 장막



대통령/장관 담화 불구, ‘투명하고 객관적인 진상규명’은 말에 그쳐
천안함 가족들과 추천 전문가에게 조사과정 투명하게 공개되야
참여연대 정보공개 16개 항목 전체 비공개 방침 철회해야



대통령이 오늘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한 데 이어 내일 여야 정당 대표들과 천안함 관련 오찬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되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고 재차 다짐했다. 그러나 함미인양 이래 지금까지의 상황을 지켜볼 때, 대통령이 거듭 강조하고 국방부장관도 수차례에 걸쳐 다짐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원인규명’은 여전히 ‘말’에만 머물고 있다.


천안함 함미 인양 이래 이른바 ‘외부 충격설’이 기정사실처럼 굳어지고 있지만, 군은 천안함 내부는 물론, 절단면조차도 그물과 로프로 꽁꽁 싸맨 채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절단면이 군사기밀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


천안함 유가족들은 이른바 ‘민군합동조사단’ 불참을 선언했다. 가족들에게 조사단의 구성조차 밝히지 않고, 가족대표와 가족들이 추천하려는 전문가들에게 단지 참관만 허용하겠다는 군의 강팍한 입장에 더 이상 들러리를 설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천안함 가족들의 입장은 설득력이 있다. 민간인 단장과 외국 전문가들이 참가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조사에 참가하고 있는지도 전혀 알 수 없다. 의혹과 불신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군은 참여연대가 정보공개청구한 4개 분야 16개 항목의 정보공개 청구 중 단 한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심지어 정비 매뉴얼과 긴급이항절차와 관련된 지침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천안함 사건 이전 긴급이항매뉴얼이 없었다는 국회보고가 공개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매뉴얼이 있는지 없는지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의혹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아군 기뢰의 수거/분실 관련 정보는 어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군은 교신일지가 군사기밀이며 공개할 경우 암호체계 등이 노출될까 우려된다고 항변하나 참여연대가 청구한 자료는 1차 자료 외에도 교신일지에 대해 보고한 보고서도 포함되어 있다. 보고서에 암호가 있을 리 없고 비문이 그대로 기록될 리 없는데도 군은 내부 보고서조차 부분공개도 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군은 이런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도 공개하지 않은 채 ‘국가안보의 중대사태’같은 비장하지만 모호한 말을 흘림으로써 성급한 가설들이 다시 언론의 머릿기사를 장식하는 것을 방조하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아직 근거가 불충분한 북한 어뢰의 피격가능성을 연일 강조하고 그 기사를 인용한 외신들을 재인용하여 의혹의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드러난 사실보다 훨씬 부풀려진 가공의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군이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를 거부함으로써 이러한 상황으로 사실상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은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히 찾아내 바로 잡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많은 문제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군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분명한 데 그것은 신뢰와 투명성이다.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일반 공공기관에서는 용납되지 않을 만한 일들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난 목요일 이래 해군 소속 링스 헬기 두 대가 추락했고 그 중 한 대의 승무원 4명은 실종되거나 사망했다. 침몰 선박을 탐색하고 장병을 구조하기 위한 배 한척 띄우는데도 만 이틀이나 걸리고, 정비 매뉴얼과 기록 하나도 제대로 구비하지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받은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중대사태’같은 선동적인 표현들은 섯부를 뿐더러 불순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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