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특조단의 허 일병 ‘자살’ 발표, 파문확산

“과연 진실 규명의지 있었는가”

지난 84년 사망한 허원근 일병의 사건과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단(이하 특조단)이 28일 ‘자살’이라고 결론지은 데 대해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단체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민변, 의문사유가족대책위, 참여연대 등 29개 단체는 29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조단의 조사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의 공동기자회견 모습

국방부 특조단은 지난 8월 28일부터 허원근 일병 사건에 대한 자체조사를 벌여왔다.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중간조사 발표를 통해 허 일병의 타살의혹을 밝혀내자 재조사를 벌여 관련자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특조단은 29일 의문사위의 발표를 완전히 뒤집었다.

단체들은 특조단의 조사가 비공개로 이루어진 상태에서 진상규명위의 조사결론은 반박하는 데만 전력을 기울였을 뿐, 진실규명의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단정했다.

이날 참석한 민변의 김인회 변호사는 “초기수사만 제대로 이루어졌어도 지금처럼 공방이 벌어질 필요가 있었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허 일병에 대한 진상규명 여부가 한국사회과거청산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종우 군의문사진상규명과 군폭력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 회장은 국방부 특조단장 (양인목 중장)의 해임 및 처벌을 주장했다. 그는 “연대책임을 면하기 위해 수사지휘관들이 짜맞추기 수사에 급급했던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국방부와 의문사진상규명위, 두 국가기관이 한 사건에 대한 상반된 조사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제 3기관’에 의한 진상규명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단체들 역시 권한강화 없이 지난 개정된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의 재개정과 함께 특별검사제도입 및 제 3기관에 의한 재조사를 촉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내내 두 눈을 감은 채 자리를 지켰던 허원근 일병의 아버지 허영춘 씨는 “국방부의 작태가 한심스럽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국방부의 이번 발표를 국민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내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는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군의 시스템을 제대로 고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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