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와 군의 일방적 주장 주입시키기 위한 안보교육 중단해야


-군사독재시절 연상시키는 강압적인 안보교육,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위반돼

지난 25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국방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안보교육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 이후  대폭 강화되고 있는 ‘안보교육’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국의 유치원과 초, 중, 고등학교들을 대상으로 안보영상물을 배포한데 이어 올해 20만 명의 학생들에게 군부대 시설을 방문하게 하여 안보교육을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군인을 학교 강사로 참여시키고, 교사들을 군부대 체험에 참여시키겠다는 계획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은 지난 군사독재 시절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키고,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기 위해 시도되었던 학교에서의 군사훈련, 안보교육을 절로 연상시키고 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인권과 평화, 다양성과 관용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민주시민의 양식을 교육시켜야 할 교육의 장에서 낡고 왜곡된 안보관을 강압적으로 주입시키려는 이 같은 일련의 시도들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와 군은 이 같은 안보집체 교육의 명분으로 ‘애국심 고취’나 ‘건전한 통일, 안보관 확립’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안보교육의 목적은 ‘교육’의 이름을 빌려 유사군사훈련을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정부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을 불온시하고 매도함으로써 왜곡된 애국심, 국가관을 강제하는 데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준기 오빠와 함께하는 일일 안보교실’이라는 제목의 영상물만 봐도 그렇다. 국방홍보원이 만들었다는 이 청소년용 안보영상물에 영화배우 이준기를 등장시켜,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국론을 분열시킴으로써 북 측의 연평도 도발을 불러왔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전파하고 있다. 경찰이 천안함 사건 홍보동영상을 학교에서 상영하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군이 나서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안보를 주제로 한 글짓기와 그림그리기, 천안함 사건 재연과 경비작전 체험 등을 아무 거리낌 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 정도면 아동, 청소년에 대한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의 안보교육 강화는 아동·청소년의 인권에 관한 기본적인 근거인 ‘유엔 아동권리 협약’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행위이다. ‘유엔 아동권리 협약’은 “아동은 국제연합헌장에 선언된 정신 특히 평화, 존엄, 관용, 자유, 평등, 연대의 정신 속에서 양육되어야” 하며, 아동교육은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집단 및 원주민 등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해, 평화, 관용, 성(性) 평등 및 우정정신에 입각한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협약은 아동의 군사활동 참가를 매우 적극적이고도 강하게 배격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91년 이러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한 가입국으로서 협약의 규정들을 이행할 책임이 있다. 군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더욱이 유엔 아동권리위원장은 한국 인사가 맡고 있다. 그런데도 ‘체험’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군복을 입히고, 살상무기를 다루게 하며, 군교관의 지시에 따라 ‘애국’과 ‘단결’을 외치게 하는 안보집체 교육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고, 군이 제작한 일방적인 홍보물을 유치원과 학교에서 상영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국의 민주화 운동은 ‘애국심과 건전한 안보관 고취’라는 명분으로 강제되었던 유사 군사훈련과 안보교육을 거부해온 역사이기도 했다. 이 같은 폭력적인 안보교육으로는 결코 국가에 대한 긍지와 애국심을 갖도록 할 수 없으며, 도리어 왜곡된 군사주의, 국가주의의 폐해를 낳았음을 역사는 반증하고 있다. 지금의 안보집체 교육도 아동과 청소년을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권과 군의 입맛에 맞는 인성교육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안보교육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민주사회라면 결코 허용될 수 없고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등 국가인권기관이 전면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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