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마다않는 이들을 기어이 범법자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대체복무제 백지화하려는 국방부, 언제부터 여론조사로 정책결정 했나


올해 내내 시대착오적인 태도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국방부가 8년이 넘게 진행되어 온 대체복무제 도입 노력조차 일거에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국방부가 병무청이 국민 68%가 대체복무제를 반대한다고 밝힌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어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는 시기상조이며 현재로선 수용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 대신 징벌적 성격의 사회봉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이들을 기어이 전과자로 만들겠다는 것 다름 아니다.


지난 해 국방부가 대체복무제를 허용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을 대량 범법자로 양산하고 있는 제도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했고, 유엔, 국가인권위, 헌법재판소의 대체복무제 허용 권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국방부와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많은 여야 국회의원들이 대체복무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는 모습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게다가 지난해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찬성 여론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우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와서 대체복무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그 같은 결정을 번복하려고 하고 있다. 한마디로 반인권적인 결정일 뿐만 아니라 기존 정책결정에 대한 심각한 자기 부정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 국방부가 여론조사에 따라 정책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소수자 인권 보호에 관한 정책결정이 과연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문제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적 합의와 여론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왜 많은 이들이 총 대신 감옥행을 택하는지 이해할 의사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기본권을 지금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면 대체복무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의 위상을 갖고 있는 한국이 마땅히 취해야 하는 최소한의 조치이기도 하다. 다시 강조하건대,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백지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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