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6-09   542

NSC는 파병 일정을 확정해선 안된다

주한미군 감축 분위기에 눌려 ‘덩달이’ 면피용 파병해선 안돼

1. 정부가 추가 파병추진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나시리아에 주둔중인 서희·제마부대 3진도 이달 말에 아르빌로 이동시킨다고 한다. 오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 (NSC)에서는 추가파병지 및 파병 규모 등을 확정한다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금 정부가 파병일정을 확정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외교적 실책이자 반민주적 독단이다.

2.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는 말로 국민을 호도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지금까지 추가파병을 연기해 왔기에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작년 2차 파병결정 이후 세계 어느 나라가 3000명이나 되는 대규모 군대를 파병하겠다고 나서고 있는가? 추가파병을 약속한 나라 중에서 추가파병을 실행한 나라는 단 한나라라도 있는가?

추가 파병을 약속한 대다수 국가들이 무기연기 또는 계획중단을 발표하는 시점에 우리만 유독 추가파병 추진을 이토록 서두를 이유가 없다.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전쟁에 3000명이나 되는 대규모 군대를 추가로 파견하는 것이야말로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될 일이다.

3. 주한미군 감축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파병을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국이 파병하지 않아서 미군이 감축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체질화된 저자세’에서 연유하는 기우이거나, 정략적이고 불순한 목적에 의해 조작된 ‘국민협박’에 다름 아니다. 이런 압박에 굴복하여 세계 모든 나라가 외면하는 ‘추가파병’ 같은 중대한 결정을 졸속으로 단행해서는 안된다. 파병은 면피용 선택이 되어서는 안된다.

4. 상황변화에 따른 새로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새로 임기가 시작되는 17대 국회의원의 상당수는 이라크 현지 상황의 변화로 인해 파병결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여·야를 넘어선 초당적인 협력이 활발할 뿐 아니라, 파병중단 결의안 제출 및 정책청문회 개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정부는 파병추진 강행만을 강변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우려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선 파병만 해놓고 보자는 방식으로 이번 사안을 접근한다면, 오히려 더욱 심각한 사회적 혼란만 야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5. 전후 재건지원이라는 파병목적 달성이 불투명한만큼 상황을 지켜보아야 한다. 이번 유엔결의안 통과가 다국적군의 한시적 지위를 강화시켜 주긴 했지만, 이 결의안이 이라크에서 군사적 활동이 끝났다든가 실질적인 전쟁이 종식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 1월 총선거가 치러지는 향후 7개월 간 여러 종파와 파벌들간 갈등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후’ 이라크 재건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추가 파병동의안의 조건을 여전히 충족시킬 수 없다. 지금은 유엔결의안이 통과되었다고 해서 파병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주권이양 이후의 이라크 상황에 대해 예의 주시해야 한다. 아울러 이라크 임시정부가 구성된 만큼 한국군 파병은 임시정부와의 논의를 선행하는 것이 순서이다.

6. 특히 쿠르드 지역 파병은 최악의 선택이다. 쿠르드 지역은 민정이양 과정에서 그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 할 활화산같은 지역이다. 반면, 이라크 전쟁 시 전투가 없었던 지역이라는 점에서 재건지원 소요는 없는 지역이다. 현재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100여명 남짓한 곳이다. 따라서 이 지역은 한국군의 파병목적에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3000명이나 되는 군대가 갈 필요도 없는 곳이다.

이라크 최대정파인 시아파 지도자 알-시스타니는 ‘유엔결의안에 임시헌법이 언급되어선 안되다’고 밝히는 등 쿠르드 자치를 둘러싼 이라크 내 갈등이 표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미묘한 정세의 변화를 무시하고 대규모 병력을 쿠르드지역에 즉각 파견하는 것은 경솔한 일이다.

7. 이렇듯 모든 면에서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이라크의 변화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우리의 결정이 변화된 상황에 합당한지에 대한 재검토 작업부터 착수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파병강행을 중단하고 국회와 시민사회와 더불어 합리적 의견을 도출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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