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토론회 ‘한미일 군사협력과 동북아 평화’를 듣고

20140422_국회토론회_한미일 군사협력과 동북아평화 (1)

[후기]

토론회 ‘한미일 군사협력과 동북아 평화’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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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황수영 평화군축센터 간사

 

중국이 경제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혹은 ‘재균형(Rebalance)’을 선포하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들어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그 일환으로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을 계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점점 진행되고 있는 한미일 군사협력, 과연 이대로 지켜만 봐도 되는 것인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해보기 위해 지난 4월 22일 참여연대와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실은 공동으로 <한미일 군사협력과 동북아 평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부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기조발제를 통해 불안정한 동북아시아 상황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특히 중국을 적대시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적대세력을 상정하는 군사동맹에는 더 이상 가입하지 말아야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제발제를 맡은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 대해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의 비용을 줄이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을 압박할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한미일 협력관계 강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대화, 북미대화, 4자회담, 6자회담 같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대화채널을 유지하고, 아시아 패러독스(경제적으로는 아시아 각국 간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데 반해 정치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갈등이 심화하는 현상)를 극복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 간의 평화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동북아 국가들이 평화헌법을 함께 제정하는 공동의 과제를 목표로 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발제에 이어 흥미로운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앞서 발제자들이 최근 동아시아의 정세를 ‘신냉전체제’, ‘대분단체제’로 정의한 것에 대해 이를 좀 더 유연한 자세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동아시아의 정세를 대립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관계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일 미중 관계를 ‘신냉전체제’라고 고정하여 인식할 경우 북핵문제와 동북아 갈등은 해결의 여지가 없다. 미중관계가 협력도 가능한 유동적 관계라고 인식할 때만이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해결책도 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한국 정부가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6자 회담에 미국이 합류할 수 있도록 강력한 계기를 만들고, 한-중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와 검토를 선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현재 정부의 정책 실태에 대해 냉철한 비판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하나도 하지 않고, 한미동맹에 무비판적 태도로 일관한 나머지 정부간 협상에서조차 합리적인 검증없이 미국에 끌려 다니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난 4월 16일, 제9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이 야당과 시민사회의 수차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를 무사히 통과한 사실을 지적하며, 한미일 군사협력이 추진되고 있는 지금 이 외에도 미사일방어체제(MD) 등 국방외교 분야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좀 더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구상은 비현실적이며,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을 평화지향의 국가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고리 원전, 세월호 침몰 등의 사건을 예로 들며 국내 정치의 우선순위를 ‘안보’에만 두어 왔던 지난 시간 동안 정작 우리에게 가장 중대한 위협은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대목에서 많은 청중이 공감했다. 이에 호응하여 이어진 전체토론에서 ‘시민 안보’를 화두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나날이 증가하는 군사적 긴장과 갈등 속에 동북아의 평화는 요원해 보인다. 이에 더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우리는 한국사회의 잔인한 민낯을 목도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위협이 무엇이고,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인지 무엇인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시기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미일 군사협력과 동북아 평화> 토론회는 진정으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환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평화 대신 전쟁준비를, 협력 대신 군사동맹을 앞세운다면 결국에는 일상의 안전도,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도 얻지 못하고 우리 모두가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안전과 평화에 대한 시민관점의 새로운 구상을 시급히 만들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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