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를 내세운 일방적인 요구 수용해서는 안돼

한미정상회담에서 핵문제에 대한 미 행정부의 평화적 해결의지, 전략적 선택 촉구해야

오는 11일 한미간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문제를 주 의제로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최근 북핵문제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고 있고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이번 정상회담의 논의결과는 이러한 현안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면한 정세에서 참여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 이끌어내야 할 최우선 과제는 한반도 핵문제 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진전과 한미동맹의 재조정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6자회담 복귀시사를 둘러싼 부시 행정부 내 입장 차이에서 드러나듯이 미 행정부의 대북 핵정책은 여전히 일관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북협상과 대북재재 등 엇갈린 정책 행보를 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자극을 중단하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적 선택을 결단내리도록 촉구해야 한다. 그것은 부시 행정부에게 북한을 협상의 상대로 인정하고, 핵문제 해결의 진전을 이룰 수 있는 협상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낼 확고한 의지와 원칙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실패하고 있다. 지난 NPT평가회의에서 한국정부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없는 핵폐기)’ 등을 내세워 북한의 핵개발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도 전 세계의 비난을 사고 있는 미국의 핵개발과 핵실험에 대해서는 의례적인 언급 이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북으로부터‘미국의 나팔수’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미국은 핵사찰을 수용하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도 제재와 압박을 지속하고 있어 IAEA 엘바라데이 사무총장마저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상황이다. 그런 미국이 과연 북한과 핵 문제를 진지하게 협상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불성실하고 모호한 접근에 대한 한국정부의 태도는 훨씬 더 강력하고 비판적이어야 한다. 한반도 핵 과 관련한 한미간의 공조는‘해결’을 위한 공조이지, ‘교착과 봉쇄’를 위한 공조가 되어서는 안된다.

한편, 한반도 평화와 직결되어 있는 한미동맹 재조정은 한국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되고 있는 한미동맹 재조정과 관련된 현안은 한국민의 요구라기보다는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러한 미국 측 입장을 한국 정부가 수용하도록 압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방어를 주 임무로 했던 주한미군의 주둔목적의 변화와 역할 확대 등 미국의 한반도에서의 군사변환은 한반도 주민들의 동의와 이해 없이 부시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관철시킬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미 행정부가 언제나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협박하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굴복하여 한반도를 분쟁에 휩싸이게 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해서는 안된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전략적 유연성 문제나 이라크 파병군의 임무변경 혹은 주둔 연장 등을 합의하는 우를 다시 범하지도 말아야 한다.

우리는 한미동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수단이지 결코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면서까지 감내해야 하는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이 ‘균열된’ 한미동맹을 봉합하고 원만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사실 노무현 정부의 대미 대북 메시지와 전달통로에 혼란과 혼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미간 오해를 풀고 관계를 원만히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는 관계악화를 우려하여 원칙 없이 미국 측의 입장에 보조를 맞추는 것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진정한 호혜적 관계를 위해서라도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 표방한 ‘평화균형’의 원칙과 내용이 일관성 있게 미국 정부에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다 해야 한다. 다시 한번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참여정부의 평화외교의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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