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혹세무민惑世誣民 개탄한다

주권 포기 당연시하는 맹목적 혈맹론, 사실도 맥락도 무시한 정략적 선동

이른바 ‘원로’들의 전력, ‘전직안보전문가’들의 과거처신 등 문제제기 순수성에 의구심

작전통제권 환수의 올바른 방향과 한국군의 평화적 역할 등 건설적 논의 시작되야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연명으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는 성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전직 국방장관 및 장성들과 원로 교수들, 전직 외교관들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전직 경찰총수들과 특정 보수 종교단체들도 거들고 나섰다.

먼저 우리는 이들의 주장이 과거 냉전시대의 절대적 대미의존 인식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낡은 안보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는 데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작전통제권 환수가 한미간의 갈등으로 인한 것이며, 작통권이 환수될 시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져 나라가 중대한 안보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한미동맹이 심각한 위기를 맞기라도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이를 추진하는 세력이 ‘친북반역’세력이며 이들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세계의 숱한 주권국들은 미국과 우방이 되기를 포기해야 하며,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어야 마땅하다. 이들의 주장 속에 전후 맥락이나 사실 관계에 대한 설명은 간 곳 없고, 한미간 불균형한 관계의 바람직한 개선이나 한반도의 평화적 미래에 대한 진취적 안목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이 무리해서 형성하고자 하는 ‘진영’에선 냉전시대의 국적없는 혈맹론과 맹목적인 대결론만 앙상하게 나부낄 따름이다.

이들은 ‘사회 원로’ 혹은 외교안보 흐름에 정통한 ‘외교안보 전문가’의 이름으로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다. 이들이 진정 ‘전문가’라고 한다면 사실과 과정에 기반한 주장을 펼쳐야 한다.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세계군사전략과 이에 따른 지난 한미동맹 재조정 협상 과정과 공동연구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온 이들이 그 연장선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작통권 환수만큼은 결사적이고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주한미군의 동북아 신속기동군화는 지지하면서도 주한미군의 감축에는 반대하는 것은 상충된다.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찬성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붙박이군 노릇을 계속해달라는 것은 미국도 받아들이기 힘든 넌센스이며, 나아가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까지도 미군이 계속 보유해달라는 것에 이르러서는 맹목과 비논리의 극치를 보여준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작전통제권 환수반대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미연합사의 전시작전통제권 행사를 NATO와 동일한 것이라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자신들 스스로도 지난 십여 년간 ‘환수’의 대상으로 여겨온 작전통제권 문제를 한미간 ‘공동행사’로 미화하고, 정부가 마치 ‘공동’행사를 거부하고 ‘단독’행사를 고집하는 것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그들도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게 환수된다 하더라도 작전계획 등은 한미간 공동으로 논의하게 된다. 사실은 작전통제권의 형식적 환수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의 작전계획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상황을 걱정해야 할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마치 모든 것이 절단나는 양 과장하고 있다.

이들의 이같은 비상식적이고 맹목적인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주장은 한미 양국간 협상에서 미국의 입지를 매우 유리하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식적인 시민이라면 한미양국관계가 동맹관계라 할지라도 서로의 이해관계의 차이와 국익을 위한 밀고 당기는 협상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간의 논의와 협상경과를 완전히 무시한 채 작전통제권을 환수할 경우 미국이 크게 상심하고 동맹이 위태로워질 것처럼 호도하는 이들로 인해 대북방어가 아닌 다른 목적의 주둔을 한국 측으로부터 양해받고자 하는 미국이 도리어 매우 우월적인 위치에서 감놔라 배놔라하며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들 인사들이 지난 한미동맹 재조정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양보했거나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들, 예를 들어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한국 측의 과도한 비용부담, 오염된 기지에 대한 환경정화 조치 없는 반환, 대북방어 역할을 축소하면서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미 측의 요구 등에 대해서 우려하거나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한국정부가 세계 최초로 미국이 원하는 대로 기지재배치에 합의해 주었고,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서도 합의해 주었고, 주한미군이 신속기동군으로의 변화에서 모든 해외배치미군의 모델사례가 되고 있다는 점은 완전히 도외시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주둔하기만 한다면, 미군이 한반도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국민들에게 어떠한 재정 부담을 안기든지 간에 전혀 문제 삼지 않는 이들의 미국 중심 사고와 태도는 바람직한 미래 한미관계의 설계에 매우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결국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모든 것이 절단이라도 나는 양 주장하는 소위 ‘안보전문가들’의 시위는 미국의 협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소품으로 자기 스스로를 위치짓고자 하는 행동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칭 ‘보수’ ‘애국’ 군사안보 전문가들의 주장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의 전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반대입장 성명에 참가한 17명의 전직 국방방관 중 작통권 환수 논의를 시작한 이후 재임한 국방장관이 9명에 달하며 그 이전에도 전직 장관들이 작통권 환수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거나 최소한 이를 인정한 바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90년대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방백서를 통해 작통권 환수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으며, 군 역시 구체적인 환수 시기를 90년도에는 95년도로, 93년도에는 2000년으로 잡았을 뿐만 아니라 조영길 전 장관의 경우는 작통권 환수시기를 2010년으로 청와대에 보고한 바 있다. 이처럼 작통권 환수를 공약으로 내걸거나 환수를 추진했었던 역대 정권에서 복무했던 국방부 장관 및 장성, 전직 외교부 관료들이 지금에 와서 환수 반대에 앞장서는 것은 자신들의 경력을 부인하고 시류에 영합하려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는 작통권 환수 반대에 나선 진정한 이유가 ‘안보 우려가 아닌 다른 데’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와서 이들이 작전권 환수에 반대한다면 국민들과 미국을 상대로 작통권 환수를 공약하고 제안한 그들 자신부터 책임져야 하지 않겠는가

작통권 환수 반대를 주장하는 전직 관료들의 도덕성과 윤리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과거 군사정권에 복무했거나 각종 비리와 스캔들에 연루된 인사들이 새삼 ‘사회원로’로 등장하여 정치적 압박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권력을 행사하던 냉전대결시대의 편협한 이분법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민주발전이 지체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가 고착화되어 온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들이 여전히 여론주도층으로 행세하며, 외교안보 문제에 그릇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에게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를 넘어선 냉전회귀적인 혹세무민惑世誣民은 중단되어야 한다. 국민을 오도하는 자극적이고 맹목적 주장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무책임한 정략적 선동은 중단되어야 한다.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전시작전통제권을 올바르게 환수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주권국가다운 논의를 시작하는 일이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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