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국제분쟁 2008-08-26   1106

한국과 일본 시민사회가 만나다





일본 ‘효고현 변호사 9조회’와의 간담회


지난 25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는 일본에서 방한한 ‘효고현 변호사 9조회’ 소속 16명의 변호사들과 한국의 ‘헌법 9조 시민 연락회’ 단체 활동가들 간의 간담회가 열렸다. 효고현 변호사 9조회는 일본 평화헌법 9조 개헌을 반대하는 모임으로 효고현 변호사 협회 안에서도 40% 규모를 차지할 만큼 꽤 많은 변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오늘 효고현 변호사 9조회와의 간담회에서는 주로 일본 자위대 항구파병법과 일본 개헌 동향, 양국의 상호적 역사인식 및 미일동맹, 한미동맹에 따른 미군 재배치 문제 등을 토론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일본의 하시바 변호사는 일본의 보수적인 성향의 요미우리 신문사 뿐만 아니라 아사히 신문사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일본 시민들 중 ‘헌법9조(부전조항)’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이 과반수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고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는 작년 5월 14일,’국민투표법'(일본국 헌법의 개정 절차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어 본격적으로 개헌 절차를 위한 현실적 조건들이 구축되었고, 이런 흐름에 따라 일본 내 평화운동이 재정비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 방위청이 방위성으로 승격되면서 만든 자위대의 새로운 로고를 보면, 파란색은 지구를 의미하고 초록색은 26만의 일본 자위대를 상징한다.  이것은 자위대가 미-일 안보조약의 활동범위 이상으로 지구 어디로든 간다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오는 9월 전 방위성 이시바 장관이 발의한 ‘자위대해외파병항구법’이 상정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일본의 자위대가 지금까지 수행해 온 후방지원이나 전후복구를 넘어서 해외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유엔 안보리 결의가 동반되지 않거나 혹은 유엔회원국의 요청만 있어도 파병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집권여당인 자민당과 달리 민주당에서 대체 법안을 내세운다 해도 결국 파견 조건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그 본질에는 별 차이가 없어 자위대 해외파병은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에 하시바 변호사에 따르면, 효고현 변호사 9조회에서는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이 위헌이라는 나고야 고등법원의 판결을 발판삼아 ‘자위대해외파병항구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막는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는 국제공헌을 명분으로 PKO 군대 파병을 확대하려는 양국 정부나 정치권의 입장이 유사하다는 점들이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는 국제평화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일본의 왜곡된 역사교육 및 역사인식에 대해 나누었다. 일본은 예전부터 교과서에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 역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빠져 있어서, 일본의 많은 지식인들조차 한일간 역사에 대해 알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전쟁이라는 ‘가해역사’를 공식적으로 파헤치고 담당하는 공적 기관이 없을 뿐더러 그동안 일본의 전범 사실을 다루어왔던 교과서들조차 이제는 삭제를 시도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한다. 또한 일본의 가해역사에 대해서는 운동진영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이렇게 된 것은 전후 전쟁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약했고 해외에서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이 국내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점, 그리고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침묵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효고현 변호사 9조회에서는 일본의 군사적 책임을 묻는 재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재판, NHK의 왜곡보도에 대한 재판 등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고자 하며 더불어 당시 강제연행된 사람들이 국가나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재판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독도문제의 경우 영토문제가 아니라 역사문제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현재 일본의 민주세력 내에는 독도문제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데 대체적으로 독도문제는 어업권과 관련된 경제적 관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주일미군과 주한미군 문제를 비교하며 미군재편이 갖는 의미에 대한 한국 측 발표가 있었다. 일본이 미일간의 공동의 군사적 목표와 주일미군의 역할 그리고 미군기지 재배치순서로 협상이 이뤄진 반면 한국은 정반대로 한미간의 공동의 군사적 목표 논의 없이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 협상을 먼저 시작했으며, 이후 미군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공동성명이 나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주일미군의 경우 동맹현안 논의를 위한 2+2회담(미일 외무부, 국방부 장관 회담)이 이루어진 후 이에 따라 기지재배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일간 이런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한일 양국이 미군의 세계적 규모의 군사적 행동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즉 수송, 의료, 건설, 훈련 등의 부수적 역할을 지속하고 관련 법들을 제정하고 있으며, MD 추진과 더불어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공고화하려는 냉전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일 시민사회 간의 연대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좀 더 깊이있는 의견을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이런 자리를 계기로 바로 한일간의 소통의 장이 더욱 더 활발해지고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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