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10.3 합의문’ 의미와 전망(아시아경제신문, 2007. 10. 3)

북핵 6자회담 참가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 3일 채택된 합의문은 연내 영변 주요 3개 핵시설의 불능화와 핵프로그램의 신고를 마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북 상응조치로 쟁점이 돼 왔던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대상 제외’ 문제는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도달한 컨센서스에 기초해 북한의 조치들과 병렬적으로’ 미국이 이행하기로 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에도 불구, 신고 및 불능화 방법과 관련한 구체성이 거의 담겨 있지 않다는 점에서 2단계 비핵화 이행의 로드맵으로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 반응이다.

합의문은 우선 북한이 영변 5MW 실험용 원자로와 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 핵연료봉 제조시설을 오는 12월31일까지 불능화하도록 했다.

그러나 불능화의 구체적 방법은 명시되지 않았다. 대신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핵전문가들의 권고를 받아 ‘모든 참가국들에게 수용가능하고, 과학적이고, 안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또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불능화 방법을 채택키로 했다.

아울러 불능화의 주체 및 비용부담과 관련, 미국이 불능화 활동을 주도하고 초기 자금을 제공키로 했다. 그 첫 조치로 미국은 각국 전문가들을 이끌고 향후 2주 안에 북한을 방문하게 된다.

또 핵프로그램 신고와 관련, 북은 연말까지 2.13 합의에 따라 모든 자국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다만 신고 대상은 핵 생산시설을 의미하는 핵프로그램으로 규정, 북이 보유한 핵폭발장치(또는 핵무기)는 연내 신고 대상에서 빠졌다.

이와 함께 당초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관련 의혹을 신고 과정에서 해소한다’는 문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타결된 합의문에는 UEP라는 단어가 빠졌으며 신고의 정확성에 대한 검증 부분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은 핵물질, 기술 또는 노하우를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문안이 포함됐다.

아울러 북을 제외한 나머지 참가국이 이행할 조치로 우선 북한이 연내 불능화.신고를 이행하는 동안 미국이 이행할 정치.안보적 상응조치가 담겼다.

합의문은 이와 관련,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기 위한 과정을 개시하고 북에 대한 대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하기 위한 과정을 진전시켜 나간다는 공약을 상기하면서 미국은 미.북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도달한 컨센서스에 기초, 북한의 조치들과 병렬적으로 북한에 대한 공약을 완수한다’는 난해한 문안을 담았다.

이는 곧 북한이 연내에 이행키로 한 신고.불능화 조치 이행과 병렬적으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를 이행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비록 미국의 상응조치에 관한 명시적 시한은 합의문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북한의 신고.불능화 이행과 미국이 북에 제공할 정치.안보적 상응조치를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이행한다는 공약을 담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북.일은 국교정상화 교섭을 재개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평양선언’에 따라 양국관계를 신속하게 정상화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기로 했다. 또 북.일은 양측간 집중적 협의를 통해 이 같은 목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공약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또 핵시설 폐쇄 봉인과 북의 신고.불능화 이행에 맞춰 중유 100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한 2.13 합의의 내용을 재확인하고 향후 구체적인 방법은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6자 외교장관 회담 개최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다.

다만 6자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될 것임을 재확인하고 외교장관 회담 전에 회담 의제를 협의하기 위해 6자 수석대표 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은용주 기자 yong@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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