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군비경쟁①] 혁신적인 미 국방예산안, 판로잃은 미 방산업체 배불리는 한국




[동북아시아 군비경쟁 뫼비우스의 띠를 끊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군비동결 캠페인(Asia-Pacific Freeze Campaign)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세계 군비는 무려 65%나 급증하였고 매년 약 10% 증가하고 있다. 그 중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한국, 북한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의 군비의 총합은 세계 군비 지출의 무려 65%나 차지한다. 전쟁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군수산업체의 VIP는 동북아 지역 국가들이었던 것이다.


군비경쟁은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미국은 단독으로 세계 군비 지출의 41.5%를 차지한다. 미국은 또한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의 독보적 위치를 지키고자 한국과 일본에게 더 많은 무기를 판매하여, 군비경쟁을 부추긴다. 중국도 이에 더 많은 돈을 무기를 구입하는데 사용하며, 러시아도 더 많은 예산을 국방비에 할당한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장기간 겪고 있는 북한에게는 이러한 군비경쟁에서 경쟁할 재원이 부족하다. 이는 북한의 핵 개발의 빌미를 제공하였고, 다른 국가들에게 또 다른 군비경쟁의 촉진제가 되어버렸다.


빈부 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 빈곤의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늘고 있고, 기후변화는 곧 엄청난 위기를 불러일으킬 조짐에 불구하고, 우리의 돈은 군비로 지출되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인류가 직면한 위기는 간과한 채 무기 개발과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인류에 반하는 것 아닌가?


다음에서 미국의 국방예산 삭감 결과 미국 방산업체의 무기 시장 노른자위가 되어버린 한국의 실상을 전하고자 한다.




미국 발 경제위기 여파는 국방예산도 비켜갈 순 없었다. 지난 4월 6일,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도 회계 예산안을 발표했다. 그 중 국방예산안은 지역 정치인들과 방산업체들의 큰 반발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일단 대규모 획득 프로그램들 대부분 도입이 취소되거나 순연되었다. 대표적으로 F-22 도입이 중단되고, ‘돈 먹는 하마’라고 불려왔던 MD 프로그램 예산도 감축되었다. 또한 대통령 전용헬기 사업이나 신형 구조헬기 사업, 통신위성 사업 등이 모두 폐기되었다. (민중의 소리, 박수찬 기고글 ‘2010 미 국방예산, 미군 혁신파의 일승’ 참조)


이번 국방예산안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방산업체는 보잉사라고 한다. 다음으로 록히드 마틴, 노스드롭, 제너럴 다이나믹스, 레이시온 등의 회사들이 줄지어 손실을 입게 되었다. 국내 굵직굵직한 방산업체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게 된 셈이다. 그럼 이 방산업체들의 생존 전략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바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의 보잉사 짐 앨보 회장은 “미국 국방예산이 깎여 미국 내 무기 판매가 줄어드는 대신 해외에서 만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인도, 덴마크, 브라질, 그리스와 전투기 공급 계약을 추진중이며 한국도 전투기 40대를 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록히드마틴사도 F35 전투기를 9개국에 팔기로 했고, 항공사 UTX의 자회사인 시코르스키 에어크래프트도 중동과 남미 쪽 국가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꼽고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미 무기회사 ‘해외시장 사냥’ 기사 참조)


한국 역시 이들의 주요 고객이다. 올해 SIPRI가 발표한 <SIPRI ARMS TRANSFERS DATA, 2008>에서는 2004~2008년 기간에 미국의 최대 무기 구매국은 한국이라고 나와 있다. 미국 방산업체들의 전체 무기 수출량의 15%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은 전체 무기 수입량의 73%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미국의 방산업체들이 더욱 더 공세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면, 이보다 더 심해지지 않을 것이라 장담 못한다.  

올해 5월 미 측은 한미안보정책구상(SPI)를 통해 글로벌호크를 판매하겠다고 직접 제의해 왔다. 글로벌 호크는 지금까지 미 측이 기술 보완을 문제로 판매를 거부해 왔던 기종이었다. 이번에 미 측은 글로벌 호크 판매에 대한 입장 변화가 “동맹의 신뢰를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했다. 그러나 막상 미 측이 한국 정부에게 고가의 무인정찰기를 내놓는 속내는 이와 다를 수 있다. 동맹을 추켜세우는 화려한 언사 그 이면에는 한국 정부의 주머니를 털어 자국 군수산업의 배를 채우겠다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미국의 국방정책과 방산업체들의 전략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우려했던 대로다.  언제까지나 미국이 큰 형님이고 큰 형님이 우리를 배불려 줄 것이라는 낙관은 버려야 한다. 오히려 한국이 미 거대 방산업체들의 주요 먹잇감이 되어 이들에게 포위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당장 미국이 국방예산을  줄이고 허리끈을 조이는 동안, 한국은 국방비가 자꾸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미 방위산업의 먹이사슬에 통째로 걸려들기에는 우리 사정도 너무 좋지 않다.



정리_ 지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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