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06   415

이라크에 전투병력을 보내서는 안되는 12가지 이유

1. 명분 없는 전쟁, 거짓으로 점철된 침략을 지원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불법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명분으로 내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테러 지원에 대해 지금까지도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세계를 속여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이 수개월전 이라크에 파견한 조사단은 아직까지 대량살상무기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고,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는데 사용된 “대량살상무기설” 및 “테러 관련설”은 “썰”이었음을 미국 의회조차 인정하고 있다.

2. 미국 스스로도 실패를 인정한 전쟁에 한국군을 파견해선 안된다.

이라크에서 게릴라전이 계속되고 미군 사상자가 늘어남에 따라 전비부담과 안전을 우려하는 미국 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쟁을 주도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이른바 보수강경세력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 것은 물론, 부시 대통령의 재선가도 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파병 요청은 파키스탄, 터어키 등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나라에 의해 거부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내에서도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다른 나라의 동참도 없는 전장에 우리 군을 파견하는 셈이다.

3. 한국의 파병은 헌법과 국제법에 위배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5조 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유엔헌장 등의 국제법 또한 공격과 점령을 금하고 있다. 유엔헌장 제2조 4항 역시“다른 국가의 영토의 완전성과 정치적 독립에 대한 군사력 사용과 위협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4. 전투병 파병은 미래 한미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동맹국이 공격을 받거나 공격의 위협에 직면했을 경우 지원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지, 공격과 점령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범위는 태평양 연안에 한정된다. 이라크 파병은 장기적인 한미관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미국내 일부 강경파와 미국 국민 전체를 혼동해선 안된다. 파병거부에 따른 일시적인 불편함은 미국 대선 등 다른 변수로 인해 상쇄될 수도 있다.

5. 전투병 파병은 미군을 도울 수도, 이라크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도 없다.

한국의 파병은 미군과 이라크인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기 보다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 전투 군사력 증강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인명피해와 더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랍 민족주의의 반발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결국 전투부대 파병은 갈등의 골을 깊이 파서 미군을 더 깊은 수렁에 밀어넣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6. 이라크인들이 원하는 것은 파병이 아니라 점령군의 조속한 철수이다.

이라크 내부의 혼란상태, 각 종족, 종파, 정파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외부의 군사력 투입으로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 이라크 내부의 갈등해결을 위해서도 미국이 먼저 이라크 침공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철군 일정을 발표해야 한다. 이후 국가 재건을 떠맡은 이라크인들이 유엔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인도적 경제지원, 복구사업 지원, 치안유지를 위한 지원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7. 전투병 파병은 한반도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선제공격 했고 똑같은 명분으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고려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은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선제공격 독트린을 ‘몸으로’추인하는 행위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고 주장할 논리적 근거를 우리 스스로 파괴하는 것이다. 또한 파병은 현재 곤경에 빠진 미국 내 강경파와 부시행정부를 정치적으로 지원하여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갖고 올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동맹세력인 미국의 온건파와 세계의 평화세력은 한국정부의 선택을 눈여겨볼 것이다.

8. 전투병 파병과 한반도 안전보장은 별 관계가 없다.

지난 4월 공병·의료 부대의 파견 후 확인한 것은 이라크 파병과 한국의 안보문제 사이에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이라크 파병 결정 후에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했다. 베이징 6자회담에서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심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이와 동시에 부시 행정부는‘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PSI) 등 북한에 대한 군사적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 역시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장기적인 세계군사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도 1차 파병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철저히 자국 이익중심으로 움직였다.

9. 이라크 재건 특수를 노리고 전투병력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국제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위험부담’을 함께 질 것을 요청하면서도, 석유와 정부 구성 등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라크전이 장기전의 늪에 빠져들게 됨에 따라 미국정부가 약속할 수 있는 것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답이 분명해진다. 미국의 압력이 없더라도 과연 ‘경제적 실리’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전투병을 파병했을 것인가?

10. 파병에 따른 미국의 경제적 반대급부? 환상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라크전 파병과 뒤이은 5월 방미외교가 경제신인도 회복에 기여했다고 주장했지만, 곧이어 나온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보복관세 부과로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말았다. 갈수록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은 외교안보문제를 지나치게 경제와 연관시킨 정부의 짧고도 조급한 안목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파병거부에 따른 경제보복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행정부 내 보수강경분파들이 좌우할 수 있는 경제보복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고 이 경우도 이 보복행위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는지 검토한 후의 일이다.

11. 유엔 결의도 여러 가지다. 점령군을 지원하는 다국적군 파병은 있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유엔의 동의가 있다면 파병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유엔에 제출한 다국적군 구성안은 분쟁당사자들의 동의에 의해 이를 중재하기 위해 파견되는 평화유지군이 아니라 미 점령군의 외연을 넓히는 전투지원부대일 뿐이다. 전비 역시 유엔이 지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식으로 미국에 타협할 가능성이 있는 유럽의 나라들은 단 한나라도 군대를 파견하거나 전비를 부담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전투부대 파병을 자발적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유엔 결의 여부를 파병의 시금석으로 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12. 미국 압력 때문에 한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이 왜곡되는 것만큼 중대한 국익손실은 없다.

‘국익’이라는 용어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 정파, 특정 산업과 계층의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다. 따라서 정책결정과정의 민주주의야말로 국익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이자 그 자체로 가장 중요한 국익이다. 함부로 국익을 단정하여 국민의 뜻을 억누르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독재체제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여기에 미국의 압력이 작용한다면 이보다 더 심각한 주권과 국익의 훼손은 없다. 전투부대 파병 여부는 국익판단의 척도인 국민의 민주적 의견수렴과 선택에 따라 자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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