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10-05-04   2062

[2010NPT News①] 앞으로도 25,000여개의 핵무기와 같이 살고 싶나요

2010년 5월 3일부터 5월 28일까지 뉴욕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검토회의가 열립니다. NPT는 현재 북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 몇 개 국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가입하고 있는 최대 규모의 핵비확산군축 조약입니다. 5년마다 열리는 NPT 검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나 외교관료들이 검토회의가 열리는 뉴욕으로 모이고, 동시에 세계 각국의 시민사회, 평화단체들이 뉴욕으로 모여 반핵 집회도 하고 핵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비록 뉴욕에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세계의 언론과 시민사회의 관심은 뉴욕으로 쏠려 있습니다.

NPT, 아니 핵문제가 이처럼 세상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2,000회가 넘는 핵실험이 진행되었고, 2008년 현재 융합(blend-down) 예정인 297톤을 제외하고도 전 세계에는 1,379톤의 고농축우라늄이 비축되어 있고, 225톤의 군사용으로 추출된 플루토늄(separated plutonium)이 존재합니다. 또한 8,400개가 넘는 핵탄두가 이미 만들어져 실전배치되어 있습니다. 2009년 현재, 세상에는 약 23,000개에서 25,000여개의 핵무기 존재하며 이 중 미국이 약 10,000여개, 러시아가 약 13,000여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아무도 얼마나 많은 핵무기가 존재하는지 모른다는 것, 즉 불투명성이 더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구를 수천 번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에 파묻혀 살고 있는 실정인데,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살고 있을 뿐입니다. 핵무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북핵’처럼 정치적 수사어구가 아닌, 우리의 평화로운 삶을 위협하는 위험한 무기입니다. 어느 누구도 감히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살상력을 가진 공포의 무기, 핵무기를 지금이라도 없애야하지 않을까요?

<2010 NPT 검토회의 쟁점>

NPT는 핵군축 의무에 관한 다자협정이고, 1968년 체결되었고 1970년에 발효된 국제법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NPT는 핵군축·비확산·평화적 핵이용권을 3대 축으로 구성하며 5년마다 검토회의를 통해 조약의 이행을 평가하는 역할을 합니다. NPT는 가장 많은 국가들이 가입한 조약이기도 합니다. (☞ NPT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이번 NPT 회의에서도 3대 축을 둘러싼 각국들의 논쟁이 예상됩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핵무기를 감축하는 협정(New START)을 지난 4월 체결함으로써 최대 핵보유국으로써 핵군축 의무 이행 촉구 요구에 있어 겨우 면피할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이걸 토대로 미국은 미국이 중시하는 핵테러리즘에 대한 비핵국가들의 공조를 촉구하고 이란과 북한 등 NPT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핵확산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비동맹그룹(NAM)을 포함한 국제사회 내에서는 미러간 New START 협정 체결을 환영하기는 하지만 합의한 핵군축 수준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엔 턱없이 부족하며, 실질적으로 감축이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비판적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편적이면서도 완벽한 핵군축을 요구하며, 핵무기협정(NWC)을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다른 무기 관련 협정들이 해당 무기의 생산, 개발, 실험 등 모든 것을 금지하는 데 반해 NPT 조약은 핵무기의 생산을 금지하는 내용은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즉 NPT 조약은 조약 체결 당시 핵보유국들의 핵보유 특권을 인정하는 불평등 조약입니다. 그래서 핵무기 사용이 불법이냐 아니냐라는 논란이 있었고 이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는 판단을 유보한 채 핵군축의 의무는 촉구하는 권고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이러한 NPT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제사회는 핵무기협정(NWC) 체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쟁점은 바로 중동비핵지대화입니다. NPT가 1995년 소위 연장회의를 통해 25년이라는 한시적 조약을 무기한으로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동비핵지대 결의안이 포함되었기 때문인데,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핵보유에 대해 NCND 입장을 고수하며 핵확산의 책임을 묻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와 같은 이중잣대에 중동 국가들이 주축인 비동맹그룹이 과연  미국의 이니셔티브에 합의할지 의문입니다.

평화적 핵이용권도 쉽지 않은 매우 민감한 이슈입니다. NPT 체제는 우라늄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평화적 핵 이용권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란의 사례에서 보여주듯 선의에 의한 저농축 프로그램이 핵무기용 고농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적 성장, 정치적 전략 변화 등을 제대로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한국도 핵주권을 내세워 재처리 시설 보유를 주장하고 있어, 국제사회 내에서 핵확산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평화적 핵 이용권 인정과 핵확산 방지의 아슬아슬한 경계는 이번 NPT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NPT 체제 내에는 쉽게 풀리지 않는 다양한 쟁점들이 존재합니다. 2000년 검토회의 때에는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합의를 전혀 이루지 못했었습니다. 5년이 지난 국제사회는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NPT 검토회의가 열리는 5월, 핵보유국들의 핵무기 전면 폐기 결단을 꿈 꿔 봅니다.

참여연대는 NPT 검토회의에 직접 참여해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노력에 힘을 보내는 동시에, ‘동북아비핵지대화’를 NPT 의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2010 NPT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 참여연대 뉴욕 행사
4/29 비핵지대 시민사회포럼 참석 (한일 의원 및 시민사회 대표로 일본 히라오카 의원 발제)
4/30~5/2 국제 컨퍼런스 참석 (International Conference for a Nuclear-Free, Peaceful, Just, and Sustainable World’
5/1 [토론회] ‘아태지역 군사주의와 핵무기 철폐’
5/3 [토론회] ‘동북아시아 군비경쟁 – 한미일 사례’
5/7 [토론회] ‘동북아비핵지대화와 핵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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